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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결산]"게임을 넘지 못한 메타버스는 유행만 좇은 허상"

최종봉2021-12-31 13:27

올해 게임 업계를 포함해 IT 기업 전반에 유행했던 단어 중 하나는 '메타버스'다.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에서 예술, 게임 등의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활동까지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이 단어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1992년 출간된 SF 소설 '스노 크래시'지만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함께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행처럼 번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마치 약 5년 전 이세돌과 대국으로 유명해진 알파고와 AI를 떠올리게 한다. 한동안 AI는 모든 화제의 중심이 되며 당장이라도 AI 시대에 돌입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당시의 열기를 지금의 메타버스가 이어받은 느낌이다. 메타버스를 규정하는 기준과 정의도 모호하지만, 연일 미디어에서는 관련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 전문가로 나선 이들은 향후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마치 우리 생활의 전반이 메타버스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과장된 분석도 심심치 않게 내놓고 있다.
메타버스 광풍은 5년 전 AI 열풍과 유사하지만 큰 차이를 지녔다. AI는 실제 구현된 획기적인 기술 기반에 대중의 관심이 더해지면서 화제가 된 것에 반해 메타버스는 기술적인 성숙 없이 유행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현재 구현 가능한 기술에 비해 부풀려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 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라면 지금의 메타버스 열풍을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주요 특징은 온라인 공간에서 타인과 소통하고 자신을 꾸밀 방법이다. 나아가 가상세계에서 함께 음악을 감상하거나, 회의를 하는 등 대규모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이미 온라인 게임에 구현된 지 한참이 지났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새로운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이미 30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초기 온라인 게임 중 하나인 '울티마 온라인'에서는 광석을 캐고, 이를 팔아 돈을 벌어 집을 사는 등 게임 안에서 이미 하나의 경제가 완성됐다. 때로는 힘들게 마련한 집에 도둑이 들어 아이템을 모두 훔쳐 가는 등 현실의 범죄도 게임에서 구현했을 정도로 높은 자유도를 지녔다.

또, 해외에서 2003년 서비스된 '세컨드 라이프'를 살펴보면 단순히 게임에 접속해 소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템을 직접 창조하는 것은 물론 소유권 역시 제작자에게 귀속됐다. 이를 기반으로 미술 작품 전시회나 라이브 콘서트를 펼치기도 했으며 국내에서 서비스 당시 '가상 독도'를 제작하거나 게임 안에서 '원불교' 교당을 짓는 등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는 시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이상향으로 그리고 있는 메타버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당시 온라인 게임이 더 개방적이고 확장된 모습을 보여준 부분도 있다.
아울러 최근 메타버스의 예로 '포켓몬 고'와 '동물의 숲'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을 꼽으며 혁신적인 미래상을 이야기하는 단체와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각각 확고한 장르를 개척해낸 게임이지만, 이를 메타버스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재포장했기에 유행만을 좇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많은 미디어와 관련 전문가가 말하는 메타버스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결국 게임에 비해 한 차원 높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메타버스 수준은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게임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향후 메타버스분야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메타버스가 등장한 배경을 살펴보면 단연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성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모임이 제한되고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늘자, 가상세계에서의 만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단, 시간이 지나 코로나 극복 추세가 되고 이전처럼 다시 서로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메타버스 도입에 대한 관심도 역시 사그라질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만약 먼 시점의 발전된 메타버스를 그려본다면 영화 '레디 플레이 원'을 예시로 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영화는 VR 기기를 이용해 전 세계 유저가 가상세계 '오아시스'에서 모여 함께 게임을 즐기고 얻은 이익을 현실로 가져온다. 영화에서 '오아시스'는 현실과 대조되는 완벽한 가상세계로 그려진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기술을 실제 메타버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가상현실을 체감할 수 있는 VR 기기가 필요하다. 현재 VR 게임 시장은 과열된 관심을 받던 수년 전에 비해 다소 관심도가 낮아진 양상이다.

소니가 OLED가 탑재된 8K VR 기기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는 등 꾸준히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이를 소비하는 유저층은 여전히 한정적이며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도 아니다.

처음 VR 기기를 착용하고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지만 반복해서 즐기고 싶은 만큼 시장에 매력적인 콘텐츠는 아직은 드물다. 흔히 VR방이라고 하는 대형 어뮤즈먼트 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유저 재방문율은 익숙한 PC방에 비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시장이 작기에 제작사 역시 섣부르게 뛰어들기 어려운 것이 현재 VR 시장의 모습이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모습을 꿈꾸기에는 기기의 보급과 콘텐츠의 제작은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메타버스는 결국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봐도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지금의 메타버스는 콘텐츠 시장에 있어 마치 새로운 판으로 구분되고 있지만, 정작 이면을 엿보면 기존의 기술에 마케팅과 대중의 관심이 더해진 결과물에 가깝다.

그럴듯한 단어에 사로잡혀 과대한 기대는 금물이며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의미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최종봉 기자 konako12@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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