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PORTS > 인터뷰

[이한빛의 티타임] '써밋' 박우태가 보여주고 싶은 진정한 "탑 갭"

이한빛2021-05-27 19:38

"탑 갭(TOP GAP)"

'써밋' 박우태가 DRX전 3세트를 승리한 후 조용히 속삭인 단어였다. '표식' 홍창현에게 수차례 갱킹을 당해 초반 성장이 말렸음에도 집중력을 발휘했고, 경기가 끝난 후 시크하게 "탑 갭"을 말하고 연습실을 나가는 그의 모습은 커뮤니티 상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런 박우태에게 이번 스프링은 진정한 의미의 '탑 갭'을 보여줄 수 있었던 스플릿은 아니었다. 리브 샌드박스는 1라운드를 10위로 마감했고, 2라운드에서 분투하며 LCK가 발표한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4%를 28%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끝내 6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던 것.

성적이 최저점을 찍기도 했지만 박우태는 동료들을 믿고 일어섰다. 정신력이 중요한 LoL이란 게임에서 이미 그는 진정한 '탑 갭'을 보여줄 자격 중 일부를 충족한 것 아닐까. 진짜 '탑 갭'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박우태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오랜만에 인터뷰 자리를 통해서 뵙게 되네요.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리브 샌드박스에서 탑 라이너를 맡고 있는 '써밋' 박우태라고 합니다.

2021 LCK 스프링이 끝나고 제법 시간이 지났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타 팀에 비해 휴가가 짧은 편이었는데 그 기간 동안 푹 쉬었어요. 개인 방송도 가끔 했고요. 지금은 복귀해서 계속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케스파컵에서 6강이란 성적을 거둔 후 스프링에 돌입했습니다. 스프링 개막 전 어떤 성적이나 경기력을 기대했나요
멤버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어요. 저는 작년에 이어 풀타임을 오래 뛴 만큼 좀 더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1라운드를 10위로 마무리 하면서 리브 샌드박스에게도 선수 개인에게도 실망이 컸을 듯 해요
부담감이 정말 컸고 당시엔 많이 힘들었어요. 프로 선수 생활이 힘들고 고되도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은 승리 뿐이거든요. 그런데 연이어 패배하니까 힘들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하니까 가급적 빠르게 털어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스프링을 보냈습니다.

성적과는 별개로 전성기 때의 경기력이 일부 돌아왔단 평가도 있었어요
'내 실력은 이 등수가 아닌데 이런 등수를 받아서 억울하다'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솔직히 그런 생각을 깊게 한다는 것 자체가 팀원과의 신뢰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솔직히 제 개인 경기력도 만족스럽지 않았고요. 모든 탑 라이너보다 잘할 수 있는 강점도 있고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했거나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도 있어요. 아직 저는 LCK 내에서 하위권이라 생각하는 게 맞아요. 그래야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팀의 성적이 좋지 못했을 때 주장으로서 팀원들을 어떻게 독려했나요 
딱히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주장이지만 한 명의 일원처럼 행동했죠. 팀 분위기에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확실히 리브 샌드박스는 순위가 낮은 상황에서도 팀 분위기는 정말 좋아보였어요. 비결이 뭔가요
유머를 많이 던져요. '조커' 조재읍 코치님이나 제가 일상에서 나오는 재밌는 농담을 많이 하거든요. 사실 이런 건 받아주는 사람도 중요한데 동생들이 잘 받아주는 편이에요. 그렇게 농담을 통해 한 번 웃고 분위기를 환기하면서 집중할 수 있게끔 만드는거죠.

'크로코' 김동범 선수만 이번 스프링에서 유일하게 LCK 데뷔를 했어요. 기존 선수로서 어떻게 적응을 도왔나요
김동범 선수가 좀 더 편하고 재밌게 지내며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했어요. 사실 저희 팀 분위기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거든요. 적응하기에 어렵지 않았을 듯 해요. 제가 특별히 뭘 했다기보단 팀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았죠.

1라운드가 끝나고 2라운드를 기점으로 경기력이 크게 향상된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크게 달라졌나요
모든 팀들이 그렇겠지만 시작보단 끝으로 갈수록 호흡도 잘 맞고 잘하게 되거든요. 저희 팀도 그런 부분에 더 신경 쓰고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2라운드에 들어 승수가 쌓일 수록 재밌는 장면들이 나왔어요. 베인 선글라스를 쓰고 한 인터뷰 같은 것 말이죠
박우태: 추진하신 분이 팀장님이셨는데 선수들은 약간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런 것 치곤 굉장히 즐기는 모습이셨는데요) 그게 프로입니다(웃음).
팀장님: 담원 기아 선수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을 때 박우태 선수가 큰 흥미를 보이길래 제안을 했어요. 이기면 하자고 했는데 하겠다고 하길래 준비를 했지만 1라운드 때 패배가 계속 되면서 묻히는 줄 알았어요. 다행히 승리해서 진행할 수 있었죠. 혹시 몰라 선글라스를 2개 준비했는데 김동범 선수도 옆에서 같이 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서 둘이서 나란히 선글라스를 쓰고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거부감이 있다고 한 것 치곤 너무 즐기던데요(웃음).
또 하나가 경기가 끝난 후 "탑 갭"이라고 속삭인 장면이었죠. 어떻게 그런 장면이 나왔는지 기억하시나요
'탑 갭'이란 말이 탑 차이란 말이잖아요? 사실 탑도 이기고 게임도 이겼을 땐 그런 말을 못해요. 예의 없어 보이고 도발 밖에 안 되거든요. 저는 그 경기에서 확실하게 진 상태였고, 팀은 중간 과정이 어떻든 이겼죠. 그런 상황이 되어서야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요소였다고 새각해요. 사실 경기 중에 그 말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녔어요. 집중력을 유지하며 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넥서스를 때리고 있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탑 갭"을 말하고 바로 나갔죠.

연습실을 바로 나가셨던 이유는 뭔가요? 혹시 부끄러워서였나요
그것마저도 연출이었습니다. 솔로 랭크에서 "탑 갭"을 말하고 바로 로비를 떠나는 것처럼 저도 헤드셋을 벗고 연습실을 떠나는 그런 스토리였죠.

커뮤니티 반응이 제법 뜨거웠습니다. 그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예상하셨나요
팬분들은 유저 입장에서 자기 라인에서 상대가 이겼을 때 "갭"을 이야기하거나 칼바람에서 "Easy"라고 말하는 걸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그게 프로 경기에서 나오니까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상황도 제법 우스웠고요. 제 패배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킹겐' 황성훈 선수가 유쾌하게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스프링 정규 시즌 중후반부 이야기를 해볼까요. 리브 샌드박스는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4%에서 28%까지 올랐지만 끝내 6위 안에 들진 못했어요
개인적인 문제점이 먼저 생각이 나요. 패배한 모든 경기가 기억에 남지만, 1라운드 농심전과 2라운드 한화생명전이 제일 아쉬워요. 제가 좀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경기에 임했으면 1~2승을 더 챙겨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결승까지 가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올라갈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어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쉽죠.

아쉬운 건 털어내고 앞으로를 준비해야겠죠. 그런 맥락에서 지금 서머를 대비한 연습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연습 과정이라. 당장 인터뷰를 하는 이 날 기준으로 좋진 않아요. 시간이 적게 남은 건 아닌데 어느 정도 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대한 빨리 시너지를 내보려고 열심히 연습 중에 있습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멘탈이 견고하다고 느껴져요
대미지는 다른 사람만큼 받지만 대신 회복이 좀 빠른 듯 해요. 제 몇 안 되는 친구들도 있고, 착한 동료들도 있고요. 그들 덕에 빠르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죠.

서머에서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는 것이요. 이번엔 꼭 들어가야만 해요.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고 좌절했던 감정들을 기억해서 서머 때는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잘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경기력을 갈고 닦아서 다른 탑 라이너보다 특별한 강점들을 확실하게 키우고 싶어요. 진짜 '탑 갭'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팬분들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릴게요
리브 샌드박스 유튜브를 보면 선수의 부모님들이 나오시는 영상이 있어요. 영상에 나오는 모습 뿐만 아니라 부모님들께서 연습실에 가끔 찾아와주시곤 하셔요. 뵈면서 마음에서 나오는 말씀들을 들을 때면 가슴 한 쪽에 끓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런 만큼 서머에서 꼭 잘해야겠단 다짐을 재차 하게 돼요.

팬분들께도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어요. 요즘 커뮤니티를 보면 꾸준히 대가없이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최근에 선물도 받았고요. 정말 제겐 감사하고 특별한 분들이에요. 성적을 못 낸지 오래됐는데 이번 서머엔 좋은 성적을 내고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팬분들께 꼭 말씀드리는 건데 건강하세요.
이한빛 기자 mond@fomos.co.kr

포모스와 함께 즐기는 e스포츠, 게임 그 이상을 향해!
Copyrights ⓒ FOMOS(http://www.fomos.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ALK 실시간 인기

많이 본 뉴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