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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박정석 단장, 프레딧 브리온에서의 1년을 말하다

박상진2021-05-27 06:00


2021년은 LCK에 큰 변화가 시작된 해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도입되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리그가 진행된 것.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프랜차이즈 도입은 사업적인 모델로 게임단이 발전해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게임단 단장의 역할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 코치와 감독에 대한 중요도가 오른 것처럼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 게임단 전체를 총괄하는 단장의 중요도가 올라간 것.

챌린저스 리그 출신으로 유일하게 LCK 프랜차이즈에 합류한 프레딧 브리온 역시 박정석 단장을 영입해 게임단을 운영 중이다. 박정석 단장은 LCK 무대에 처음 진입해 기틀을 다져야 하는 프레딧 브리온에서 단장으로 활동한 지 1년이 되었고, 오랜 시간 선수와 감독으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단장직을 수행 중이다.

e스포츠 초창기부터 쌓아온 경험은 박정석 단장에게 어떤 바탕이 되었을까. 서머 시즌을 앞두고 준비 중인 프레딧 브리온 박정석 단장을 만나 1년 동안의 단장 활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프레딧 브리온이 LCK 프랜차이즈에 합류하고 반 시즌이 끝났습니다. 단장님 역시 프레딧 브리온과 같이 처음으로 단장 자리에서 LCK 스프링을 보내셨는데, 올 시즌의 반을 보내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감독 선임부터 선수 영입까지 정신없이 진행했던 거 같아요. LCK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는 나머지 팀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기틀이 있다면, 프레딧 브리온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격이었거든요.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고민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이 담원 기아나 T1을 격파하면서 저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세 경기가 정말 아까웠습니다. 1승만 했더라도 순위가 달라졌을 텐데 그러지 못했죠. 서머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하니까요.
 

말씀하신 대로 프레딧 브리온은 이번 시즌 새로 팀을 구성했는데, 무기력한 모습이 아닌 저력 있는 모습을 보인 바탕에는 최우범 감독님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예전 최우범 감독님 인터뷰를 통해 영입 과정을 듣기는 했지만, 단장님 입장에서 어떻게 최우범 감독님을 영입했는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최우범 감독님을 영입하고 나서 감독님 본인과 저 모두 감독님이 왜 프레딧 브리온에 왔는지 궁금해하더라고요. 제가 먼저 영입 제안을 한 건 아니고, 서로 연락할 일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감독님이 우스갯소리로 왜 자기한테는 감독 제의를 안 하냐고 했죠. 월드 챔피언십을 두 번이나 우승한 경력이 있으니 처음 시작하는 팀에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다른 팀이나 해외 리그를 생각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다음 날 오전에 바로 약속을 잡고 만나서 영입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 감독님도 결국 승낙해서 프레딧 브리온 지휘봉을 잡게 되었죠. 감독님이 없었다면 스프링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팀을 구성하기에 앞서 프레딧 브리온 임우택 대표님과 같이 방향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을 텐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정말 많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표님은 전통 스포츠에서 엄청난 경력을 가진 분이고, 저는 e스포츠에서 20년 넘게 활동했으니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LCK 프랜차이즈에서 프레딧 브리온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했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5년 동안 팀을 발전시킬 계획을 세웠습니다. 올해는 시작이니 팀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현실적으로 플레이오프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잘한 거로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차차 팀을 발전 시켜 5년 후인 2025년에는 월드 클래스 팀이 되는 게 프레딧 브리온의 최종 목표입니다. 그 사이에는 LCK 우승도 노리고요.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는 선수 육성도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도 기존 스포츠에서 e스포츠에 접목시킬 장점을 찾아 적용하고 있습니다. 포항 스틸러스의 유스 시스템이나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 같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많이 공부했죠. 여기서도 최우범 감독의 장점이 팀에 도움이 됐죠. 최우범 감독님은 LCK 감독 중에 선수단 관리와 인게임 전략 수립이 가능한 얼마 안 되는 분입니다. 덕분에 저는 2군과 아카데미 팀에 더 집중할 수 있고요. 선수 한두 명에 성적이 결정되지 않으려면 풍부한 팜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누가 나간다고 팀이 무너지는 것은 옳지 않으니까요.
 

LCK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단장이라는 위치가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박정석 단장님은 선수와 감독 모두를 경험한 단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레딧 브리온의 단장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그리고 단장직 수행에 이러한 본인의 경력이 어떤 장점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단장으로 제 주 업무는 역시 선수단 관리입니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꾸리는 것부터 시작하죠. 최우범 감독님은 제가 영입했지만, 감독님과 함께 코칭스태프 역할을 할 코치는 직접 뽑도록 했습니다. 같이 일할 사람이고, 그만큼 마음이 맞는 사람은 직접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선수도 감독님이 필요한 선수를 알려주면, 제가 선수에게 찾아가 이야기하고 계약 프로세스를 진행했죠. 선수단 관리만 해도 전방위적으로 신경을 쓸게 많은 것 같습니다. 선수 계약도 쉽지 않더라고요. 저와 만나기로 한 선수가 안 오길래 확인했더니 갑자기 다른 팀에 가서는 계약을 했다고 오지 않은 일도 있었죠. 빨래방에서 이불 세탁을 하다가 윤용호 선수와 연락이 되서 이불을 놔두고 바로 찾아가서 4시간 이야기 하고 계약까지 한 기억도 납니다.

얼마 전에 따로 뵈었을 때는 직접 선수단 연습실 인터넷까지 직접 설치하셨을 정도로 관심을 보이셨다고 하셨죠
프레딧 브리온 단장 전 학원을 운영했는데, 그때 노하우가 쌓였죠. 그리고 제가 선수 시절 책상 크기나 본체의 위치, 그리고 책상 배선까지 민감한 동료들을 봤었어요. 좀 많이 옛날 얘기지만 과거엔 볼마우스를 사용했는데 오래 사용하다보면 그 볼마우스에 때가 낍니다. 선수를 위한다고 그 때를 청소를 해줬는데 정말 해선 안될 짓을 한 겁니다. 때를 청소하면 그 순간 볼마우스가 겉도는 느낌이 드는데. 어느정도 사용해야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만큼 세팅 하나에 민감한 게 프로게이머죠. 지금 새 사옥을 준비 중이고, 그전까지 활용할 연습실을 활용해야 하니 그 기간에도 선수들 연습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LCK 팀 단장 중에 박정석 단장님만큼 깊고 오래 e스포츠에서 활동한 분이 없죠. 선수와 감독으로 지내면서 단장직 수행에 대한 경험을 쌓으셨을 텐데, 어떤 게 있을까요
제일 중요한 선수단 관리에 대해 말해보자면, 가능하면 선수들의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 합니다. 선수들이 좋아하는 일을 세 번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 한 번을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 노력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큰 변화를 주지 않으려 하고요. 선수 시절 겨울에 산도 수 없이 타봤고, 심지어 눈보라치는 제주도에서 행군도 해봤는데 저는 선수단에 그런 부담을 지우려고 하지 않으려 합니다. 선수 경험이 오래되어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감독으로서 느낀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저는 사무국이 선수단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걸 최대한 막으려 합니다. 또 예전에는 사무국이 선수 기용이나 밴픽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건 코칭스태프 권한이거든요. 근데 이걸 이야기하는 건 권한은 뺏고 책임만 지우려는 모양새가 됩니다. 그래서 단장이 되고 나서는 코칭스태프에게 권한을 일임하고, 책임도 함께 지도록 했죠. 회사에서 저에게 단장으로 권한과 책임을 준 것과 마찬가지로요. 결과를 보고 거기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는 게 맞죠.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지나가는 말로도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고요. 정말 궁금하고 호기심에 물어봤을 수도 있지만, 감독과 코치 입장에서는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거든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죠. 밴픽과 전략은 엄청난 훈련을 통해 나온 데이터의 종합인데,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음에 영향을 줄 수 있고요. 그래서 다 끝나고 나서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죠.
 

인터뷰 전에 대화를 나눈 내용 중에 본인이 생각하던 단장 모습과 다르다고 하셨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게임단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은데, 다른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게임단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게 가만히 있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니 여기도 관심을 쏟아야 하더라고요. 해야 하는 일이니 배워가는 단계입니다. 그래도 예상보다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요. 저에게 선수와 감독, 단장 중 어떤 시기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면 저는 선수 시절이라고 합니다.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만 생각하면 되거든요. 감독이 되어서는 더 많은 곳에 신경을 써야 하고, 단장이 되어서는 감독 시절보다 더 많은 곳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그게 아쉬웠어요.

단장 역할을 하면서 팀 운영도 장기적으로 보셔야 하는데, 프레딧 브리온 선수단의 운영 방향은 어떻게 잡고 계시는가요
팀마다 방향성이 다르겠지만, 저는 선수 하나에 흔들리지 않는 팀을 만들려고 합니다. 팀 자체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력이 튼튼해야 하고요. 개인전 위주인 스타크래프트 종목으로 선수 생활을 했는데, 팀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어떻게 아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테죠. 하지만 저는 스타크래프트에서 2대 2를 주로 했고, 이 부분에서 다승과 승률 1위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팀전을 하면 자기가 돋보이고 싶어하는 선수도 더러 있는데, 저는 역할에 상관없이 이기는 팀은 모두 주인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리그 오브 레전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가 옳은 방향성을 가지고 잘 맞는 모습이 중요하죠. 그런 모습에서 스프링의 프레딧 브리온은 좋은 팀이었지만 개인 기량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선수들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승후 코치가 '호야' 윤용호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데, 이 선수가 가진 가능성이 정말 커서 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최우범 감독님과 같이 역량을 발휘하면 선수들의 기량이 더 올라갈 거라고 예상합니다.

최근 '오뀨' 오규민과 함께 출연하신 영상이 공개되었는데, 프레딧 브리온 팀도 과거 나진의 역사를 잇는 팀이고 단장님도 나진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감독 경력을 시작하셨죠
스타크래프트 선수였던 제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감독을 시작한 팀이 나진이었고, 결국 단장으로 오게 됐습니다. 팀의 역사를 만들기 쉽지 않은데,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부터 이어온 전통을 지키고 살려가고 싶어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죠. 이번에 나온 영상도 그 일환이고요. 하지만 그 시절 추억에만 의존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분들이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지금 프레딧 브리온의 선수단은 다양한 팀에서 모였습니다. 최우범 감독님과 이승후 코치는 젠지 e스포츠, '엄티' 엄성현과 '야하롱' 이찬주는 진에어 그린윙스, '라바' 김태훈은 한화생명 e스포츠, '호야' 윤용호는 그리핀, '치프틴' 이재엽은 중국, '딜라잇' 유환중은 T1 루키즈, 그리고 '헤나' 박중환은 브리온 블레이드 시절부터 있던 선수죠. 각 선수들의 전 소속팀을 응원하던 분들이 이 선수들이 지금은 어떤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고, 경기력이 올라 성적을 내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부분이 생겨야 팬덤이 생기거든요.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에 성급하게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선수단 구성에 있어서 쉬운 편이 아니었을 듯합니다. 최우범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을 때도 많이 고민을 하던 모습이 기억나고요
저희도 선수단 구성이 쉽지 않았고, 특히 챌린저스 팀까지 같이 신경 써야 하니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과거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활동했던 선수들도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하고요. 리그의 성격은 이어지지만 팀은 새로 생겼죠. 다행히 LCK에서 도움을 줘서 선수를 구하는 저희도, 팀을 구하는 선수들도 한결 수월했습니다. 정식 명칭이 '유망주 최저연봉 지원프로그램'인데, 게임단들이 프랜차이즈 이후 팀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을 로스터에 등록할 수 있도록 LCK에서 지원하는 정책이었습니다. 이 선수들을 영입하면 LCK에서 최저 연봉을 지원하는 방식이죠. 게임단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었고,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주었죠.

프레딧 브리온 단장으로 활동한 지 1년이 되는 날인데, 단장으로 목표가 있다면
지인 분들은 제가 단장이 잘 어울리고 역할도 잘하고 있다고 하시지만, 저는 제가 단장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단장으로 1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네요. 처음에 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는데,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해보며 배워가고 있는 중이고 전통 스포츠 역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감독으로 마지막 경력이 정말 아쉬웠는데, 단장으로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그 과정을 너무 빠르고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제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하죠. 스티브잡스가 그런말을 했어요. 장기계획을 세우기 위해 당장해야 할 일의 진도가 늦어지거나 영향을 주면 안된다고. 장기계획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하는데, 저는 눈앞에 있는 나무를 잘 가꾸다 보면 그게 모여서 울창한 숲이 될 거로 생각하고 현실에 충실하려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처음 시작할 시기만 하더라도 걱정이 많았는데 코칭스태프와 사무국,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팀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무국의 고생이 많은데,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저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고 프레딧 브리온을 바라보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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