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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아이어의 방패'에서 '대한민국의 방패'로, 입대 앞둔 김대엽의 꾸준했던 13년

박상진2021-05-17 09:20


사람의 만남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된다. 나는 2015년 이전 김대엽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거의 몰랐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시절은 잠시 친구들과 함께 TV를 통해 경기를 보는 정도였고, 제대로 관심을 가진 것은 2010년 스타크래프트2 출시 이후였다. 기자 생활 초반에도 주로 GSL을 취재했고, 당시 한국e스포츠협회 선수들은 대회에 참가하지 않던 시절이라 나는 김대엽을 예선전 경기장에서 지나가면서 한 번 정도 본 게 다였다.

2015년 이직을 준비하며 오랜만에 경기장에서 일이 아니라 취미로 경기를 보던 시기가 잠시 있었다. 당시에는 잠시 e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시기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다 경기장 내에서 우연하게 kt 롤스터 선수 하나와 눈이 마주쳤고,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게 김대엽이었고, 나는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GSL 해설로 복귀한 박진영 해설을 빼고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선수는 김대엽이다. 내가 주로 하던 프로토스 종족 선수였고, 성격도 좋아서 편하게 이야기하기도 좋았다. 그러다 보니 나눈 이야기는 많았지만 정작 기사로 이야기를 정리하거나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GSL 현장 취재가 힘들어졌고, 그래서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만나 안부를 들을 기회도 사라졌다. 그리고 올해 김대엽이 입대를 압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전에 한번 보자는 이야기를 나눈 후 용산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입대를 앞두고 대전 집에 있는 김대엽이 오기에 대전역이 편하기도 했고, 그에게 20대의 반 이상을 지낸 용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6년 봄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경기가 열리지 않은 경기장은 풋살 경기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와 여기가 경기장이었네요." 나와 김대엽 모두 다양한 감정이 지나간 시간이었다. 이제 e스포츠 경기장은 아니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갔던 장소들은 다행히 그대로였다. 거기서 예전의 경기가 열렸던 시절처럼 사진을 찍어보고 차를 사서 근처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입대가 얼마 안 남았는데, 기분은 어때요.
아직까지 큰 감흥이 없네요. 아마 입대 당일이 되어야 느껴지지 않을까요?

현역인가요, 아니면 공익근무 요원인가요?
현역이죠. 누구나 다 가는 군대니까 무엇으로 가든 큰 차이는 없어요. 최대한 미루고 게임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서 성적을 더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좀 아쉽네요.

은퇴하기 전 마지막 경기 끝나고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아쉬우면서도 시원했죠. 마지막 경기니까 더 열심히 준비했고, 후회 없이 경기한 거 같아요. 상대인 (이)재선이가 더 준비를 잘해서 제가 졌고, 그건 인정해야죠.
 

프로게이머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죠?
2008년부터 시작했으니 17살에 시작했네요.

고등학생 시절부터 한 가지 일만 한 거네요.
10대 후반과 20대 전부를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과 함께 보냈죠. 군대에서는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허전하네요.

그리고 팀도 거의 옮기지 않았죠.
좋은 팀을 만나서 가능했죠. 모두 성적을 낸 만큼 대우를 해주는 팀이었고, 편하게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게이머가 될 수 있었네요.

처음 프로게이머가 되었을 때 이 정도로 오래 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그냥 게임을 하는 거만 생각했고, 지금 돌아보니 정말 오래 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오랜 시간을 지난 용산에 왔는데 e스포츠 경기장이 풋살 경기장으로 바뀌었죠.
예전에 정말 자주 왔던 기억이 나고, 에스컬레이터로 경기장이 있는 9층까지 올라오던 기억도 나요. 풋살 경기장으로 바뀌어 있어 아쉽긴 하네요. 여기서 계속 경기가 열렸으면 했거든요.
 

데뷔전 기억은 나요?
용산이 아니고 문래동에서 열린 프로리그에서 데뷔전을 했었죠. 팀이 1대 2로 뒤진 상황에서 출전했는데, 실수를 너무 많이 하고 졌죠. 그래서 팀한테도 미안하고 저도 아쉬워서 울었던 생각이 나네요. 대기실에 형들과 감독님 코치님들 다 있었는데 울었어요. 다들 왜 우냐고 위로해줬죠.

그러고 보니 프로게이머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게임을 하다가 클랜에 들어갔고, 거기서 프로게이머 연습생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어서 온라인 테스트를 봤어요. 결과가 좋아서 어머니와 같이 KTF 연습실에 가서 테스트를 봤죠. 상대가 (임)재덕이 형인데 치열하게 경기해서 아마 졌을 거예요. 거기서 소질이 보였는지 2군 선발전에 참가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한 번 더 테스트를 보자는 이야기였고, 선발전에서 결과가 좋아 팀에 선발이 된 게 시작이었던 거 같네요.

어머니가 서울까지 동행하셨다니, 게임하는 걸 많이 도와주셨나 보네요.
설마요. 처음에는 엄청 반대하셨어요. 제가 중학교 때 스쿨리그 대전예선에 나갔는데 거기서 좋은 성적을 냈고, 그걸 본 사촌 형이 같이 어머니를 설득해줘서 다른 대회도 나갈 수 있었죠. 다른 대회에서도 성적을 내니까 조금씩 마음을 바꾸신 거 같고요.

그리고 숙소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고 했죠. 지금은 성격 좋기로 유명한 프로게이머지만, 어릴 때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자세한 걸 물어보면 다들 본인에게 물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열일곱 살이 사회생활에 대해 뭘 알았겠어요. 같이 생활하는 형들이 신기했고, 저는 친해지려고 사촌 형들한테 하는 것처럼 했는데 거기도 위계질서가 있는 곳이다 보니 형들 눈에는 개념 없이 보였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많이 혼나기도 했고, 배우기도 했죠. 그런데 프로리그에서 진 후에 바로 개인 리그 예선까지 탈락하니까 감독님이 자극을 주시려고 했는지 집에 다녀오라고 했던 거죠.
 

중간에 아이디도 한 번 바꾸고.
제 주변에서 모두 아이디를 바꾸더라고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주)성욱이도 아이디를 바꾸길래 저도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스태츠라는 아이디가 멋도 없고 개성도 없어서 이거저거 찾아보다가 '카르노'라는 단어가 보여서 느낌이 있어 보여 바꿨는데, 바꾸고 난 다음 경기에서 바로 져서 다시 돌아왔죠. 한 번 스태츠는 영원한 스태츠니까요.

프로리그 우승은 늦지 않게 했는데 개인 리그 우승이 좀 늦은 편이죠.
같은 팀이던 (이)영호나 성욱이가 우승하는 걸 보고 잘한다는 생각은 했는데, 굳이 저하고 비교하지는 않았어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성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냥 게이머 생활이 행복했어요.

어쩐 점에서 행복했나요?
그냥 게임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거든요. 연습이나 경기 하나하나에 집중했죠. 그러다보니 알아서 결승도 가고 우승도 했죠.

오래 활동했던 kt 롤스터를 떠나 스플라이스로 옮기고 개인리그 우승했던 게 생각나요.
그러게요. 그런데 결승에 가니까 kt 롤스터 시절 강도경 감독님이나 류원 코치님은 물론 팀원들도 다 와서 경기를 봐주고, 우승하니까 축하도 해줬죠. kt 롤스터에서 우승한 것과 다름이 없었는데, 그래도 1년 정도 빨리 우승해서 kt 롤스터 소속 우승으로 기록에 남겼으면 어떨까 하긴 해요.
 

본인에게 kt 롤스터는 어떤 팀인가요?
고향이나 집 같은 곳이죠.

예전 동료들하고 자주 연락하나요?
각자 하는 게임도 다르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보니 같이 스타크래프트2를 하는 선수들하고 자주 연락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먼저 연락해야 하는 건데 그러질 못했네요.

그래도 보면 두루두루 빠지는 곳 없는 이름이죠.
아마 선수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오랜 친구인 주성욱하고 비교해보자면, 경기 전에 다른 선수들한테 찾아가 장난치는 모습도 본인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방송이나 인터뷰를 통해 이름이 언급되는 횟수도 더 많죠.
성욱이도 숙소에서 장난 많이 쳐요. 이야기도 자주 하고. 요즘도 자주 연락하고 동갑이다 보니 게임 외 다른 이야기도 하죠.

오래 같이 지냈는데 크게 다투거나 한 적이 있나요?
딱히 없었어요. 저도 성욱이도 모두 평화주의자거든요. 그래도 보통 장난을 치고 선을 넘는 건 보통 제 쪽이죠.
 

이렇게 군대를 가게 됐는데, 다녀와서는 어떨거 같나요.
아직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코치를 할 거 같았는데 스타크래프트2로는 힘들 거 같고... 제 경험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데 군대에서 잘 준비해서 도전해보려고요. 최선을 다해야죠.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어)윤수에게는 미안하지만 GSL에서 윤수한테 이기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때가 제일 기억나네요. 그리고 윤수의 준우승 스택 하나를 올려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윤수는 더 큰 대회에서 우승했죠. 이거 제가 손해 본 느낌이네요.

본인의 팬을 보면 본인처럼 꾸준히 응원을 보내주는 거 같죠.
코로나 19만 아니었으면 자주 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방송이라도 자주 해야 하는데 입대를 앞두다 보니 사람이 게을러지더라고요.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도 잘 안 하게 되고요. 그래도 계속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려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보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됐을지 모르겠어요. 팬들의 응원 하나하나를 보면서 저는 사랑받는 게이머라는 생각을 했죠.

김대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닛이 프로토스 유닛이 아니라 테란 유닛인 스파이더 마인이나 땅거미 지뢰인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군대를 현역으로 가는데 혹시나 지뢰제거병이 되면 한국에 있는 지뢰라는 지뢰는 다 뽑아버리고 싶어요. 친동생이 그러더라고요. 형은 마인 대박 때문에 열 받았겠지만 그래도 유명해지지 않았느냐고. 당사자인 저는 그런 거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거든요. 당시에는 억울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 추억이네요.

이제 입대를 앞두고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할게요.
오랫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했고, 전역 후에도 스타크래프트2가 남아있다면 아이어의 방패로 돌아오겠습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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