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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다시 돌아온 'GSL JYP', 박진영 해설의 새로운 시작

박상진2021-04-12 11:30


2년의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군 복무를 하는 사람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 외에는 그 시간이 긴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당사자는 2년 동안 복무하면서 오만일을 다 겪었지만, 그런 당사자에게 다른 사람들은 시간 정말 빨리 간다고 말한다.

GSL 해설이었단 박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1년 10개월 전 2019 GSL 시즌2 4강을 마치고 돌연 입대한 박진영 해설의 1년 10개월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인에게는 길었고, 그동안 후임 해설인 전태양이 선수를 병행하면서 우승까지 차지했던 것 외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국방부 시계 덕에 박진영 역시 소집해제 후 다시 돌아왔다.

최근 규정이 바뀌며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전 프로게이머나 스트리머는 개인 방송을 통해 근황을 전했지만, 박진영은 복무가 끝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08년부터 프로게이머 활동을 시작해 입대 직전까지 마이크를 박진영은 왜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다시 민간인으로 돌아온 박진영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약 2년간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마치고 소집 해제됐습니다. 게이머 생활을 시작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방송에 나서지 않은 것도 처음일 텐데,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2년이라고는 하는데 기간이 줄어서 사실상 1년 10개월을 보내고 왔습니다. 그래도 2008년부터 시작한 e스포츠 일을 이렇게 오래 쉰 것도 처음이라 그동안 생각한 것도 많고, 느낀 점도 많았습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책임져야 할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는 점에서 기분 좋습니다.

전역 전으로 돌아가서, 본인의 GSL 해설 후임으로 전태양을 추천했죠. 당시 전태양은 선수였고, 해설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전태양을 선택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많은 프로게이머가 선수를 은퇴하고 게임 해설 하기를 원하죠. 그중에 누가 해설로 괜찮을지 당시에 많이 고민했는데 전태양이 말도 조리 있게 하고 센스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전태양이 대회에서 성적도 벽에 가로막힌 듯 어느 선을 넘지 못했는데, 해설을 하면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거로 생각했고요. 전태양과 친하기도 해서 입대 전에 넌지시 의사를 물어봤는데 전태양이 해설을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고 제작진 분들과 중계진의 상의하에 결정하게 됐습니다.
 

다들 전태양이 해설을 겸하는 것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해설을 시작한 전태양이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태양은 우승할 기량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분위기를 바꿀 무엇이 필요했죠. 그게 아이러니 하게도 해설 병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설은 모든 경기를 봐야 하고 주종족뿐만 아니라 타종족전도 해야 하죠. 그러다 보면 상대의 전략이나 심리를 보다 더 신경쓰기 마련인데
전태양의 최고 장점은 판짜기 능력이였고, 거기에 심리까지 더해지니 우승까지 해낸 듯합니다. 저나 전태양에게 모두 멋진 결과이자 최고의 장면이었죠. 저도 해설을 하면서 계속 도전했는데 아무래도 공백기가 있었기도 했고, 전태양과 저는 급이 다른 선수죠. 아마 전태양의 기록은 스타2 뿐만 아니라 어떤 누구도 깨지 못할 거로 생각합니다.

전태양이 우승한 직후 저와 인터뷰를 했는데 사람이 바뀌었더라고요. 예전에는 내성적인 모습이었다면, 우승 후에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죠
제가 봐도 그렇더라고요. 해설을 시작하면서 말에 자신감도 생겼고, 거기다 우승까지 하니 삶 전반이 달라진 거 같더라고요. 특히 해설할 때 자기의 생각을 강하게 말할 수 있는 모습을 보니 추천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후임 해설 중 한 명이었던 이원표도 전태양이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대체 해설로 계속 나서게 됐는데, 경기 날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해설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습니다
저에게 형인 이원표는 둘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같이 지냈던 사이로 서로에 대한 유대감이 깊죠. 입대 전에 같이 개인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고, 말도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대전에서 올라올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전태양과 같이 둘 다 원하던 바를 이루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카페도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다시 해설로 복귀했습니다. 입대 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던 거로 알고 있는데요, 다시 돌아오니 어떤가요
입대를 하면서 제가 다시 해설로 활동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2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것도 아니고, 그 사이에 다른 해설분들이 나오면 저는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레 잊혀지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아직도 저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계시고, 언제 복귀하냐 해주시는 팬분들고 계시더라구요 또 관계자분들도 모두 저를 잊지 않았고, 감사하게도 저를 이어 해설을 하던 전태양 역시 자신의 후임으로 다시 저를 추천했죠. 입대 전 전태양을 추천하고, 제 후임으로 GSL 해설을 맡게 되었을 때 제가 전역한다고 해설을 그만두지 말라고 했었어요. 네가 하고 싶을 때까지 해설을 하고, 그 이후에 본인이 입대를 하게 된다면 그때 다시 생각하자고. 근데 전태양이 제가 자신보다 해설을 잘하는데 자기가 그 자리에 있는 게 부담이 된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마침 전태양이 입대를 앞두고 휴식기를 가진다고 해서 생각보다 이르게 방송에 복귀하게 됐습니다. 건강히 잘 다녀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박진영 해설이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하던 시기에 개인방송이 가능해져서 비슷한 입장의 전 프로게이머나 스트리머가 개인 방송을 하게 되었는데, 본인은 복무기간 동안 방송을 하지 않았죠. 그런 이유가 있었나요
법안도 통과되었고 다들 방송을 시작했죠. 저 역시 많이 고민했고, 겸직 허가까지 받아둔 상태였는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저는 방송에 나가던 해설이 직업인 사람이라 개인 방송으로 수익이 났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동안 프로게이머와 해설에 집중했으니 2년 동안은 다시 준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려 했는데, 개인방송을 시작하면 그 계획이 의미 없어지는 것 같아 안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깔끔하게 제가 할 일을 다 마치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사회복무요원이 현역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그래도 힘든 일이 많았을 거로 예상합니다. 금전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 모두 고민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해결했나요
저보다 현역으로 더 고생하는 분들이 많아서 함부로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하지만 쉽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주식회사 중계진 분들이 많이 격려해주셨고, 특히 아프리카TV 채정원 본부장, 김동준 해설, 박상현 캐스터께서 멘탈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방황하던 시기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어요. 이런 분들이 주위에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고, 나중에 따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김동준 해설은 같이 해설을 한 적이 없는데 정말 많이 도움을 주셔서 기억에 더 남고, 생일 축하드린다는 이야기를 미리 하려고 합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이 드디어 끝났는데 본인이 변한 부분이 있다고 느끼는지
저라는 사람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여전히 GSL 중계를 하던 박진영입니다. 다만 돌아와서 조금이라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고, 중계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습니다. 얼마나 나아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동안 노력했다는 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복무기간 정말 방송이 하고 싶었고, 마이크를 잡고 경기를 중계하고 시청자와 소통하고 싶은 만큼 그동안 노력했습니다.

입대 전 스타크래프트2 중계만 해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열정이 있지만 현실은 힘들다고 했는데, 이제 다른 계획이 있을까요
군 입대전에는 아프리카TV에서 스타크래프트2 중계만 하더라도 생계 문제는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 받았고, 제가 스타크래프트2로 콘텐츠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도움을  줬기에 스타크래프트2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저는 여전히 스타크래프트2를 사랑하고,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일을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스타크래프트2를 놓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도 다양한 게임에서 중계의 폭을 넓히고 싶었고, 그러다보니 다른 게임도 준비해보고 있습니다. 혹시나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얼마 전 SNS에 그랜드마스터에 오른 화면을 올린 적이 있어요. 그만큼 제가 기존에 하던 일은 확실히 하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이제 해설 복귀를 앞두고 있는데, 방송 전 시청자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1년 10개월이 저한테는 참 길었고, 그동안 잊혀지는 사람이 될까 걱정했습니다. 다시 해설로 마이크를 잡을 수 있을지 또는 마이크를 잡아도 잘 해낼 수 있을지 여전히 걱정하고 있죠. 그래도 아직 저를 기억하고 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분들이 계시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시 GSL 해설로 돌아가서 복무 기간 해설 기량이 내려간 것이 아닌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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