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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LCK에 선 LJL의 영웅, '아리아' 이가을

박상진2022-01-09 11:30


중국 EDG의 우승으로 끝난 작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EDG의 창단 첫 우승으로도 주목을 받았던 대회였다. 담원 기아의 2연속 우승이 불발되었고, T1과 젠지 e스포츠 등 LCK 소속 3개 팀이 4강에 오른 작년 대회에서 일본 리그 소속 데토네이션 포커스 미(DFM)의 선전도 큰 이슈였다.

일본 지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리그인 LJL에서 활동하는 DFM은 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 한국에 알려졌고, 그동안 한국 선수들도 많이 활동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국제 대회에서 플레이 인 제도가 생긴 이후 LJL 소속 팀들은 이를 넘어 본선 무대라고 할 수 있는 MSI 6강 플레이오프나 월드 챔피언십 그룹 스테이지에 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작년 DFM은 MSI에서 아쉬움을 남긴 후 결국 월드 챔피언십에서 LJL 사상 최초로 그룹 스테이지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지역 특성상 LJL 선수들이 한국 서버에서 연습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은 한국 서버에서 연습을 하면서도 좋은 인상을 남겼기에 한국 시청자들은 DFM을 LCK 소속 팀 만큼이나 응원했고, 이들의 성과에 같이 기뻐했다.

'아리아' 이가을은 DFM을 LJL 소속팀 최초로 월드 챔피언십 그룹 스테이지에 올린 멤버 중 한 명이다. MSI 영상에서 일본 해설자의 '쇼메이커 요리모 퍽즈 요리모 아리아데스(쇼메이커 보다 퍽즈 보다 아리아입니다)'의 멘트로 관심을 받은 이가을은 DFM에서 성과를 낸 후 kt 롤스터에 입단해 이번 시즌은 LCK 무대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3년간 일본 리그에서 활동한 후 한국으로 온 이가을은 시즌을 앞두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이가을은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보였던 경기력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열심히 노력해 한국 팬들에게 인정받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인터뷰에 앞서 본인 소개와 함께 LCK에서 활동하게 된 소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kt 롤스터 미드 라이너 '아리아' 이가을입니다. kt 롤스터 입단을 통해 LCK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정말 기쁩니다. 그만큼 부담도 되지만 열심히 연습해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입니다.
 

지난 시즌 DFM에서 보인 활약으로 올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거로 생각하는데 LCK, 그리고 kt 롤스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LCK 무대에서 뛰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컸어요. 데뷔 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계속 한국, LCK에서 활동하고 싶었거든요. LCK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기회가 되면 꼭 활동해보고 싶었죠.
팀을 고를 때 어떤 선수와 함께 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고 선택하는데, kt 롤스터 선수단을 보니 정말 저만 잘하면 월드 챔피언십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LJL에서 활동하면서 LCK와 LPL 경기를 많이 보고 분석했는데, 저와 함께할 '라스칼' 김광희-'커즈' 문우찬-'에이밍' 김하람-'라이프' 김정민 모두 제가 봤을 때 잘하는 선수였어요. 그래서 kt 롤스터에 합류하게 됐고, 같이 연습 중입니다. 동료들이 모두 잘하면서도 개성이 강해서 즐겁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죠.

kt 롤스터에서 공개한 입단 영상에서 강동훈 감독과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정했다고 한 대목이 기억나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월드 챔피언십까지 출전했지만, 아직 3년차 선수치고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LCK는 처음이라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강동훈 감독님이 게임 내에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이 많고 선수 생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것을 바탕으로 팀과 리그에 적응 중입니다. 국제 대회에서 경기를 하긴 했지만 제 실력이 LCK에서 통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MSI나 월드 챔피언십에서 만난 선수들도 모두 잘하는 선수들이고, 거기에서 저도 밀리지 않고 잘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본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인 LJL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일본 리그에서 데뷔했을까요
원래 학교를 다닐 때에는 프로게이머에 관심이 없었어요. 종종 입단 제안이 오곤 했는데 모두 거절했죠. 그래도 계속 연락을 주시던 에이전트가 있었고, 그분을 통해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중국과 일본 두 지역 중 한 지역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중국 2부 리그보다는 일본 리그에서 활동하면서 주전 경험을 쌓는 게 좋다고 생각해 LJL을 선택했습니다. 제게는 일본이 거리상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일본에 진출하고 첫 두 해에는 CGA에서 활동했는데, 선수 생활에 적응되다 보니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간 2년 동안 예전에는 하위권이던 소속팀을 중상위권까지 끌어올리기도 했고, 저도 미드 라인에서 어떤 상대든 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한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DFM은 일본 내에서도 오래된 팀이고, 특히 미드에는 LJL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세로스' 요시다 쿄헤이가 활동했던 포지션이죠. 세로스의 뒤를 이어 DFM의 미드로 경기에 나선다는 것도 의미 있고, 반대로 부담되는 부분이었을 거 같습니다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세로스 대신 경기에 나선다는 부담이 있었죠. 하지만 경기에 나서면서 부담이 사라지더라고요.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 세로스와 많은 대화를 하지는 못했고, 그래서 깊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월드 챔피언십 기간 세로스가 제 경기에 대해 많이 도와줬었습니다. 착하고 잘 도와주는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팀에 합류하고 바로 LJL 스프링에서 우승하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 진출했죠. 본인 커리어 첫 우승과 세계대회 진출을 손에 넣었습니다
LJL에서 우승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무관중이었지만 정말 기뻤고, 한편으로는 관중 앞에서 우승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졌어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진출도, 처음으로 아이슬란드에 가본다는 것도 좋았죠. 20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 일이 기대되었는데, 실제 타보니까 엄청 힘들더라고요. 대회에서 6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경기력에 아쉬운 점은 없었어요.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요. 2승 4패였지만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첫 경기에서 긴장을 한 나머지 실수가 나오면서 게임을 내줬는데, 팀에서 제대로 멘탈 케어를 해줘서 다음 경기부터는 제 실력을 낼 수 있었어요. 처음으로 다른 리그 선수들과 공식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의 수준이 높지만 제가 절대 못 이기길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팀 동료인 '에비' 무라세 슌스케와 '유타폰' 스기우라 유타가 한국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었기에 같은 팀인 저도 동시에 관심을 받았습니다. SNS 등에서 시청자들의 응원을 볼 수 있었는데,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었죠.

MSI가 끝나고 에비가 월드 챔피언십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DFM의 서머 초반 경기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지난 서머에 '스틸' 문건영이 일본 로컬 선수로 전환되고, 그 슬롯에 '갱' 양광우가 들어와서 총 3명의 한국 선수가 서머때 경기하게 됐죠. 그래서 MSI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서머 초반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서로 손발을 맞추고 나니 예상만큼의 경기력이 나와서 서머에도 우승을 하고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할 수 있었죠.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 조 추첨하는 날도 많이 기대했어요. 우리가 롤드컵에 갔다는 게 실감이 났고, 조 편성이 잘 되어야 그룹 스테이지 진출 확률도 높아지니까요. 조 편성도 마음에 들었어요. 한화생명e스포츠와 리닝 게이밍과 다른 조가 되어 본선 진출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죠.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DFM이 LJL 최초로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한 일입니다. 본인은 물론 LJL 초기부터 활동했던 세로스나 에비, 유타폰 같은 선수들도 정말 기뻐하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제가 살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순간이에요. 대회에서 있었던 변수들이 모두 우리를 향해 웃어주었고, 경기 내적으로도 플레이 인에서는 모두가 상대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거든요. 저도 상대 미드라이너에게 경기력으로 부족함이 없었고요. 내용도 결과도 모두 만족스럽다 보니 그룹 스테이지 진출이 확정되자 모두 다 같이 소리 지르고 환호하며 그 순간을 즐겼어요.
 

그룹 스테이지 진출 이후 연습 경기 상대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4위로 탈락했죠. 월드 챔피언십 본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룹 스테이지의 경험은 어땠나요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달라지니까 연습 상대도 달라졌어요. 그룹 스테이지 진출 팀들과 연습 경기를 했는데 밴픽 전략이나 경기력에서 이전과는 그게 차이가 나서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같이 연습 경기를 했던 팀으로는 팀리퀴드와 로그, 그리고 한화생명e스포츠가 기억나고요. 특히 '쵸비' 정지훈 선수와 연습 경기를 했던 순간이 기억나는데 정말 숨 쉴 순간을 주지 않을 정도로 연습 내내 압박하더라고요.

DFM이 속했던 B조에는 T1-EDG-100 씨브즈가 있었고, 쉬운 조는 아니었습니다. 그룹 스테이지 1승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결국 그룹 스테이지 첫 승리는 다음 목표로 남겨야 했습니다. 미드에서 '페이커' 이상혁-'스카웃' 이예찬 둘을 상대하기도 했고요
첫 경기에서 이상혁을 상대로 긴장했고, 상대도 잘해서 격차가 너무 커져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게 아쉬웠습니다. 이후 경기에는 부담을 버리고 경기해서 만족하지는 못해도 아쉬움을 남기지는 않았고요. 그리고 T1과 첫 경기는 상대 유미를 대처하지 못한 게 컸습니다. 같은 대회지만 플레이 인과는 완전 다른 경기 메타였거든요.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그래도 다들 게임 내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월드 챔피언십 전까지는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에서 대회가 끝나고는 '더 노력하면 우리도 할만하겠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으니까요.

DFM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팀원들과 헤어지면서 아쉬움이 컸을 거 같습니다
팀의 마지막 일정으로 팬미팅을 한 후 회식자리에서 다들 아쉬워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직업상 이별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헤어졌던 거 같아요. 게임에 집중해서 팀 생활에 크게 기억나는 일은 없지만, 연습실에서 식당으로 물을 가지러 갈 때 제가 물을 자주 흘리는 편인데 처음에는 다들 세로스가 물을 흘렸다고 놀리다가 제가 흘렸다고 고백하니까 다들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회식이 끝나고  에비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에비가 저에게 "네가 어디를 가든 응원하겠다"고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마치 제가 다른 팀으로 갈 것을 예상한 듯 말이죠. 다들 좋은 팀원이었어요. 유타폰은 게임에 대해서 잘 알고 연구하는 점이 기억에 남고, 에비는 게임 내외에서 저를 잘 도와줘서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에비가 딸을 낳았는데,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전하고 DFM도 잘해서 내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에 돌아온다고 하니 가족이나 주변에서 축하했을 듯한데, 다들 어떤 반응이었나요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셨어요. 특히 아버지께서 제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후 본인도 열심히 게임에 대해 공부하셨기에 LCK나 kt 롤스터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셨죠. 제가 소식을 전해 드리니까 아버지가 정말 기뻐하셨던 이유에요. 

이제 LCK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떤 각오인지 궁금합니다
작년 월드 챔피언십에 갔고 그룹 스테이지에도 올랐지만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올해도 월드 챔피언십에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프로필 촬영을 위해 롤파크에 처음 가봤는데, 이런 장소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대되더라고요. 당장 마음에 드는 경기력을 내는 건 쉽지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테니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MSI 티저 영상에서 제가 언급되고 전 소속팀이 좋은 성적을 내서 저도 덩달아 같이 관심을 얻었는데, 실력도 좋은 선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MSI 영상은 저도 만들어지기 전에는 몰랐는데,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부끄럽더라고요.

작년까지 일본에서 활동했고, 이제 한국에서 활동하기에 일본과 한국 팬들 모두에게 할 이야기가 있을 듯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3년 동안 일본에서 활동했는데, 그동안 응원해준 일본 팬들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kt 롤스터에서도 열심히 해서 한국 팬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LCK는 이번이 처음인데, 열심히 노력해서 자리에 걸맞은 선수라는 것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일부=라이엇 게임즈 제공

보도자료 문의 news@fomos.co.kr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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