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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갈 곳 잃은 방향성에 기댈 것은 팬심뿐"...'드래곤볼Z: 카카로트' 리뷰

최종봉2020-02-27 15:05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하고 사이버커넥트2에서 제작한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출시 전부터 '드래곤볼'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제작진은 처음 공개 시점부터 스토리는 물론 게임의 경험을 철저히 손오공에게 집중했다고 밝혔으며 오픈월드를 통해 '드래곤볼' 세계관을 누비는 재미 역시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드래곤볼' IP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원작의 스토리 전반을 꿰뚫는 게임보다 캐릭터를 앞세운 대전 격투 게임의 형태가 많았기에 싱글 플레이를 선호하는 팬들은 '드래곤볼Z: 카카로트'에 기대감이 단연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출시된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분명히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른 결과물로 다가왔다. 결과적으로 제목의 부제에 해당하는 카카로트(손오공)에 집중하지도 방대한 드래곤볼의 세계관을 담지 못했다.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에서는 게임의 장르를 '오공 체험 액션 RPG'라고 표기했던 자신감에 반해 게임 속 손오공의 비중은 적은 편이며 오히려 손오반의 비중이 더 크다.

원작의 이야기를 게임에 담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은 축소되고 사라지며 모른 척 넘어갔다. 특히, 셀 편에서 미래 트랭크스의 후일담 없이 마무리되는 점은 해당 에피소드의 마무리조차 제대로 짓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아울러 원작에서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그려낸 특유의 재치와 개그가 빛나는 순간들은 많이 편집되고 사라져 큰 줄기에서의 문제점은 없지만 디테일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또,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컷신 연출은 원작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만나볼 수 있던 명장면 위주로 그려지기는 했지만 원작을 초월하기보다는 힘겹게 따라간다는 인상을 준다.
제작사의 전작인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가 게임성은 차치하더라도 연출만큼은 원작 애니메이션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에 비하면 부족하게 느껴진다.

연출 자체가 아쉽다면 부족한 부분을 전투에서 채워줘야 하나 단순 패턴으로 깊이 있는 전투보다는 쉬운 전투를 표방하고 있다.

간단한 조작으로도 원작의 스피드한 전투 묘사와 박력 있는 기공 연출이 장점으로 보이지만 특별한 연출을 보기 위해서는 상대를 '브레이크' 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이마저도 일반적인 전투 방식으로는 보기 어려워 스스로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쉬운 전투를 표방하는 만큼 전투 도중 상대 HP에 따라 자동으로 원작 속 연출을 재생하는 편이 이 게임을 기대했던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보인다.

갈 곳 잃은 방향성은 본 스토리 외의 서브 콘텐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픈월드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스로 구현된 하나의 월드가 아닌 각각의 에어리어로 표현됐다.

각 에이리어 이동마다 로딩이 필요하기에 서브 콘텐츠 중 하나인 드래곤볼 모으기를 위해서는 총 7번의 로딩을 거쳐야만 한다.

또, 원작처럼 무공술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것도 가능하지만 조금만 높게 날거나 맵을 벗어나려면 막히기에 '드래곤볼Z: 카카로트'의 필드는 작은 새장처럼 느껴진다.
오픈월드를 모험하며 마주치는 적들 역시 색깔만 다른 '해골 로봇' 시리즈와 '재배맨'이 대부분이기에 특정 몬스터만 가득 등장해 '재배맨 온라인'이라는 오명으로 불렸던 '드래곤볼 온라인'의 악몽이 떠오른다.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게임으로서는 확실히 부족한 모습이 앞선다. 원작의 스토리를 쭉 따라가며 마치 만화책의 '정주행'을 하는 듯한 재미가 나쁘지는 않지만 정주행 중간중간 찢어진 페이지를 보는 듯한 당혹감도 함께 마주한다.

원작의 뛰어난 IP를 이용해 게임을 제작했다면 적어도 팬심에 기댄 모습 보다는 팬들을 사로잡는 모습도 갖추길 바란다.
최종봉 기자 konako12@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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