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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캡틴잭' 강형우, 피할 수 없는 도전을 앞둔 이야기

박상진2019-09-02 02:00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게임으로 자리 잡은 지 8년이 넘었다. 2012년 첫 시작한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 역시 긴 시간을 거치며 많은 선수가 리그를 거쳐 갔다. 그리고 이들은 선수 이후에도 다양한 위치에서 계속 e스포츠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캡틴잭' 강형우 역시 선수 이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2011년 아마추어 대회 우승 이후 프로팀에 입단한 강형우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현 LCK)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진에어 그린윙스와 롱주 게이밍에서 활동한 강형우는 2017년 선수 은퇴 이후 해설로 활동했고, 2018년 여름에는 중국에서 코치 생활을 한 이후 2019시즌에는 LCK 분석가와 스트리머를 병행했다.

많은 길을 거쳐온 강형우는 자신의 전환점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 도전이 성공했을 때도, 실패했을 때도 있지만 강형우는 어떠한 순간이든 자신에게 좋은 경험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피할수 없는 길을 앞두고도 강형우는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8월 31일 열린 LCK 결승전을 끝으로 강형우는 군에 입대한다. e스포츠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인 강형우는 1년 반의 공백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입대를 앞둔 그를 만나 평범한 게이머에서 분석가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입대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공백기 없이 계속 e스포츠 쪽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제 나이대 사람들은 거의 군대를 다녀왔고, 저는 늦게 군대에 갈 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이 시간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인생의 첫 전환점이 프로게이머 데뷔인 거 같은데, 어떻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나요
저는 어릴 때 흔히 말하는 게임돌이, 그냥 게임만 하는 순수한 학생이었어요. 프로게이머는 꿈도 꾸지 않았고, 오히려 게임 개발자가 되었으면 했죠. 그래서 프로그래밍도 공부했을 정도고, 게임도 다양하게 했죠. 그중 하나가 리그 오브 레전드였는데, 게임이 재미있어서 많이 하게 됐고 아마추어 대회에도 나가게 됐죠. 성적이 잘 나오니 팀에 들어올 생각이 없냐는 연락도 오더라고요.

그렇게 연락이 온 팀이 MIG 블레이즈(이후 CJ) 였죠
네. 지금 한화생명e스포츠 강현종 감독님이 있는 팀이었죠. 결승에서 MIG팀과 대결했는데, 그때 강현종 감독님이 최고의 선수 열 명을 모아서 내부 연습으로 전략 유출 없이 강한 팀을 만들려고 하셨던 거 같아요. 대회 우승이 끝나고 합류해서 MIG 프로스트와 블레이즈가 만들어졌습니다. 원래 아이스와 파이어로 하려고 했는데, 조금 더 멋있는 이름이 필요해서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로 갔죠. 그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들도 사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어요.

그게 레퍼드와 헬리오스, 앰비션, 그리고 러스트보이(현 러스트)
지금 모두 e스포츠에서 한자리 하는 친구들이죠. 나름대로 야망이 있던 '레퍼드' 복한규는 지금 C9 감독, 유쾌한 성격의 '헬리오스' 신동진은 저하고 같이 해설을 했었고 냉철한 성격의 '앰비션' 강찬용은 스트리머로, 성격 자체가 분석가였던 '러스트' 함장식은 TSM 코치로 있어요.

그리고 초대 롤챔스 우승까지 차지했죠. 당시 팀 내 분위기나 예상 같은 게 궁금합니다
팀 내부에서는 결승에서 블레이즈가 우승할 거로 예상했어요. 스크림 성적이 좋았거든요. 아마 당시 프로스트의 스타성 덕분에 블레이즈의 우승이 의외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지명도나 스타성에서는 프로스트가 한참 앞섰으니까요. 숙소 분위기는 좋으면서도 불편했어요. 같이 정보를 공유하던 팀인데 결승에서 견제하는 팀이 됐으니까요. 일상생활에서 그러지 않았는데, 연습실 공간이 좁다 보니 둘 중 하나는 나가서 연습해야 했어요. 보통 블레이즈가 나가 피시방에서 연습했어요.
 
 

번갈아 나간 게 아니라 왜 블레이즈만 나갔나요
그게 숙소가 (장)건웅이 형 숙소라... 후원받기 전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첫 정규 대회 우승도 차지하고, 직후 기업 스폰도 받았죠
첫 대회 우승이 너무 빨라서 엄청 기쁘다는 생각도 못한 거 같아요. 그리고 직후에 후원도 들어오면서 모든 팀들이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를 부러워했죠. 숙소도 좋고 월급도 많았거든요. 그리고 프로스트까지 다음 시즌에 우승하면서 정말 의기양양했는데, 그게 독이 됐던 거 같아요. 다른 팀들은 우리를 따라잡으려 엄청나게 노력했을텐데, 당시 프로스트와 블레이즈 모두 우리가 잘한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거 같아요. 우승하고 나서 친척 고모부가 하신 말이 있어요. "초년 성공을 조심해라". 너무 일찍 우승을 하고 의기양양했는데 고모부가 하신 말이 맞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2013년 시즌이 끝나고 진에어로 이적했는데, 본인의 선택이었나요
그때는 CJ(현 OGN) 소속이었는데, 팀 성적이 점점 안 나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두 팀 모두 우승을 했는데, 다음은 4강, 그다음은 8강 이러면서 성적이 내려갔죠. 그러다 보니 팀에서도 새 선수를 영입해 출전시키다 보니 저도 교체되는 일이 많았죠. 그리고 저 역시 제가 더 도움이 되는 팀으로 가고 싶었고, 그래서 이적 결정도 빠르게 내렸어요. 당시 진에어는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었고, 제가 빨리 이적했으면 하는 요청을 해서 결정을 내렸어요. 이적도 빠르게 진행됐죠. 걸어서 20분도 안 되는 거리라 금방 자리를 옮겼거든요.
 

팀을 옮긴 이후 친정팀인 블레이즈도 꺾었고, 진에어 팀도 본인이 있던 시기에 롤드컵 선발전까지 나갈 정도로 황금기를 누렸죠
이적하고 진에어가 본선에 올라가자마자 블레이즈를 꺾고 8강까지 올라갔어요. 그 과정에 제가 할 일을 제대로 해내며 이룬 일이라 더 좋았죠. 제가 잘해서 팀을 옮긴 상황이 아니니 저는 저를 증명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꼭 블레이즈에게 승리해야 했거든요. 그때 정말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정말 열심히 해서 팀 성적도 좋았죠.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스스로 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어요. 한상용 감독님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게들 생각하는 거 같은데, 감독님은 인간미가 넘치고, 게임을 좋아하는 게 느껴지는 분이에요. 지금도 한상용 감독님을 좋아하죠. 절대 무서워서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수로 활동하면서 진지한 모습도 보이고, 부스 내에서 춤을 추는 재미있는 모습도 보였죠.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할 정도로 인정받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제 성격이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해보려고 해요. 제가 하는 본업에는 집중하지만, 다른 일을 해볼 수 있으면 도전해보려고도 하거든요. 그래서 부스 내에서 흥겨운 모습도 보이고, 해설도 하고, 코치도 하고, 방송에도 나갔던 거 같아요. 출발 드림팀에도 출연했는데, 아마 그때 제가 '페이커' 이상혁에게 트롤 당한 영상이 인기 있던 시절이라 제가 알려졌던 거 같아요. 프로게이머를 출연시키려고 했는데, 집에서 담당 피디 자녀분들이 제가 재미있다고 말해서 제게 출연 제의가 온 거 같아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시기상으로 딱 맞아 들어서 그렇게 추측했어요. 방송이 끝나고 담당 PD 자녀들이 저한테 사인을 받아 갔거든요.
 

15시즌이 끝나고 진에어에서 롱주 게이밍으로 이적했는데, 이 선택은 어떻게 내리게 됐나요
첫 이적과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제 실력이 떨어지면서 진에어 후반기에는 챌린저에도 가기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져서 차라리 해외로 진출하거나 진로를 바꿀까 고민하던 시기에 롱주에서 연락이 왔죠. 당시 템퍼링 관련 사건이 있어서 롱주에서 원거리 딜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제 상황과도 맞아 떨어지면서 롱주에 가서 한 시즌을 뛰게 됐어요. 아이러니하게 급하게 옮긴 제가 성적이 더 좋아서 출전 기회도 많이 잡았죠.

롱주에서 활동하는 중 롤챔스 해설 제의를 받았던 거로 기억합니다
해설 제의도 예상치 못하게 왔어요. 시즌 중반에 감독님이 부르더니 스포티비 게임즈에서도 롤챔스 중계를 하게 됐는데, 저에게 제의가 왔더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도 컸고, OGN 객원 해설로 출연하면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아서 자신감도 있었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해설 자리를 승낙했는데, 정식 해설자로서는 제 능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게임에 대한 지식은 충분했지만 발성이나 어휘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많아서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1년 정도 하고 휴식을 한 후 VG 코치로도 활동해봤는데, 제 성격에 어울리는 자리는 아니었어요. 코치는 리더쉽도 있고 선수를 이끌 수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제 성격은 그렇지 못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2019 LCK 분석가로 복귀했는데, 해설을 하던 시기보다 평이 좋은 거 같습니다
평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해설 이후로는 커뮤니티를 보기 무서워서 안 보기 시작했거든요. 분석가 일은 편했어요. 해설에 비해서 관심도도 낮고, 이야기를 해야 할 시간도 짧고, 게임 지식만 전달하면 되니까 부담이 덜하죠.

분석가와 스트리머로 활동하면서 예전 형제팀 서포터였던 '매드라이프' 홍민기와도 가까운 모습을 많이 보였죠
민기와 엮이게 된 거도 재미있어요. MIG부터 CJ까지 서로 친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사이였거든요. 가끔 지나가면서 어이없는 아재 개그나 던지고 가는 4차원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둘 다 스트리머로 활동하면서 초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 듀오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접점도 많아졌어요.

선수 초기에는 함장식과, 진에어 시절에는 '체이' 최선호, 그리고 스트리머로 활동하면서 홍민기와 원거리 딜러-서포터로 활동했는데, 각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들 아직 서로 연락하는 사이에요. 분석가 스타일인 함장식은 TSM 코치로 활동하다 보니 저와 게임 이야기를 자주 하고 데이터 교환도 많이 하죠. 원거리 딜러에 대한 부분도 많이 물어보고, 한국에 와서도 서로 보는 친구입니다. 최선호는 재미있어요. 친구로 지내면 재미있는데, 프로게이머 선배로 보면 재능이 아쉬워요. 충분히 게임을 잘하고 어린 친구인데 해외 생활을 한 번 하더니 완전히 탈진해서 활동을 안하더라고요. 그런 선호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체이야, 이럴 거면 빨리 군대나 가라". 홍민기는 많이 변했어요. 많이 변했다기 보다 내면에 숨어있던 모습이 나왔죠. 예전에는 소심함에 가려서 그런 모습이 잘 안 나왔는데, 오히려 선수 이후에 본인의 원래 모습이 나왔더라고요. 셋 다 순수하고 게임 좋아하는 친구들이에요. 하루종일 게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좋거든요.
 
 

'페이커' 이상혁과도 재미있는 관계였죠
(이)상혁이는 선수로서 정말 대단하고, 사람으로서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 높은 위치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는 게 대단해요. 쉽지 않은 일인데 꾸준히 실력을 내는 게 대단합니다. 예전에는 저만 보면 트롤하고 했는데, 덕분에 저도 지상파 예능에도 나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8년 가까이 e스포츠 업계에서 일을 했는데, 지난 시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경험했던 일 하나하나가 소중한 재산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스갯소리로 해설 강형우는 망했다고 하는데, 정작 저는 그 시기에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제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이 결정도 내게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보통 다들 가는 현역 육군으로 갑니다. 최근 전략적 팀 모드가 나오면서 많이 해봤는데, 지금 입대를 해서 아쉽긴 하지만 이 고민은 언제나 할 거 같아요.

군 생활을 1년 반 정도 하면서 사회와는 거리를 두게 되는데, 부담되지는 않나요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여태까지 살면서 제가 뭔가 원하고 노력하면 어떻게든 이뤄지더라고요. 길은 찾으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역 후에도 저는 계속 e스포츠 쪽에서 계속 일하고 싶고, 미리 걱정해봐야 소용 없으니 차라리 잘 \하고 돌아오고 그 안에서도 유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입대를 결정하고는 가서 체력을 키우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태까지 제대로 운동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체력에서 아쉬운 적이 많았거든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니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2021년 3월 '캡틴잭' 강형우는 어떨 거 같은지
그때도 저라는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거 같습니다.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고, 전역 후에도 게임 관련 일을 할 거 같습니다.

이제 곧 입대하는데, 인터뷰를 마치며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누구나 다 가는 군대고, 저도 빨리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년 반이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데, 보는 입장에서는 다들 금방금방 다녀오는 거 같습니다. 저도 그러리라 믿고, 업그레이드 된 캡틴잭이 되어 돌아올테니 다들 잊지 말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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