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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ROX '샤이' 박상면, 팬 앞에 자신감으로 다시 서다

박상진2017-01-06 01:55



'샤이' 박상면은 탑 라이너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선수였다. 적어도 2015년 롤챔스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러나 그는 2016년 롤챔스 스프링 시즌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속팀과 계약된 상태였지만, 경기는 뛰지 않았다. 모두가 그의 선택에 의아해했고, 팬들은 그가 다시 경기 부스에 앉는 날을 기다렸다.

길다면 긴 휴식기를 가진 박상면은 롤챔스 서머 시즌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다시 부스에 들어섰다. 복귀전은 패배했지만, 그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팀이 결국 승강전을 거쳐 챌린저스 코리아로 강등됐고, 박상면은 CJ를 떠났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선택은 ROX 타이거즈였다.

한때 은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는 강현종 감독, 그리고 새로운 동료들과 다시 2017시즌을 준비 중이다. 과연 무엇이 그를 무대 뒤로 사라지게 하였고, 다시 팬들 앞에 나타나게 했을까.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인근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프로필 촬영이 끝난 후 박상면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17년 시즌을 ROX 타이거즈에서 시작하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지만, ROX 타이거즈 탑 라이너 '샤이' 박상면이라고 소개해야 한다. 아직도 어색하다(웃음).

두 시즌 전, 2015년 서머 시즌 3위까지 차지했다. 롤드컵을 가지 못했다는 점을 빼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는데. 그런데도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본인 둘만 CJ 엔투스에 남았다.

그해 스프링 시즌만 해도 CJ의 기세가 괜찮았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팀원들과 롤드컵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분위기도 좋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힘이 조금 달린 거 같다. 그리고 재계약 이야기가 나왔다. 시즌이 끝나고 강현종 감독님이 팀을 떠나기로 한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손대영 코치와 정제승 코치는 CJ와 이야기 중이었다.

CJ에 대한 애정도 남아있었고, 당시 계약 논의 중이던 손대영 코치가 팀에 남으면 어떤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비전을 내가 이야기해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남기로 했는데, 정작 계약을 하고 보니 손대영 코치와 정제승 코치 모두 팀을 떠나게 됐다.

계약이야 손대영 코치 마음대로 되는 거도 아니고, 사람 일이라는 게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 그 상황을 이해했다. 손대영 코치와 따로 오해도 없었다. 손대영 코치, 아니 계약이 끝난 후니 대영이 형도 나보고 CJ에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나도 대영이 형이 다른 곳에 가서도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CJ와 계약을 했지만 2016년 스프링 시즌에는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다른 일 때문에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2015년 케스파 컵 결승이 발단이었다. 롤드컵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첫 케스파 컵에서 결승에 진출한 후 내 플레이를 뒤돌아봤다. 내가 생각해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이 결승에 올라가는 데 내 역할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ESC 에버에게 지고 나서 자신감에 차 있던 만큼 자존심이 추락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의 카운터 픽에 당하며 이기기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실력 차이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정말 준비를 많이 해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었다. 한 해의 마지막 대회였고, 결승까지 갔기에 내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자신감도 차 있었는데... 그냥 망했다. 정말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다. 내가 과연 프로게이머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도 했다.

누군가의 앞에 선수로 다시 나서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았다. 그래서 팀과 박정석 감독님께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이해를 해주셔서 스프링 시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내 자리도 2팀이 사용하는 연습실로 옮겼다.

당시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당시 탑 라이너는 라인전보다 누가 순간 이동을 잘하느냐가 중요했던 시기였기에 나가면 나쁘지 않게 활약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지쳐있는 상태에서 계속 스스로를 억지로 끌어가기보다는 분명히 휴식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케스파 컵 이후로 잃어버린 자신감과 자존심 회복이 힘들었다. 그리고 준비가 됐을때 다시 나가고 싶었다. 역시 지금 생각하면 그 기간이 너무 길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서머 1라운드 마지막 kt전에서 출전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는 갑작스런 등장이었지만, 출전해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복귀 일정을 잡고 준비했었나?

아니다. 출전 직전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서머 중반 너무 오래 쉬어서 다시 선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결국 이대로 은퇴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박정석 감독님 덕분에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대기실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나보고 출전할 준비를 하라고 하시더라. 준비가 안 됐는데 어떻게 나가냐고 하니, 이미 엔트리를 제출했다고 하시더라. 정말 등 떠밀려 부스에 들어간 격이었다. 

아예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다. 보통 포지션 경쟁이 있으면 연습 경기를 반반씩 하는데, 나는 가끔 한 경기나 두 경기씩 했다. 그것도 매일 나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음의 준비란 게 있지 않나(웃음). 감독님이 보시기에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경기에 나가서 내가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내 평균 실력만큼의 활약을 한 거 같았다. 그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스스로 움츠러들었던 마음도 풀렸고 자신감도 붙었다. 복귀하기 전에는 부정적인 생각뿐이었는데, 박정석 감독님 덕분에 늦지 않게 다시 경기할 수 있었다. 박정석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다시 경기에 복귀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CJ는 결국 서머 2라운드 승강전으로 간 이후 결국 챌린저스 코리아로 강등됐다. 결과 확정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CJ라는 이름이 정말 무겁다. 나와 (홍)민기 말고는 거의 신인급 선수들이었는데, 다들 생각 이상의 반응에 움츠러들었다. 경기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서 연습 때 보인 실력을 반도 보이지 못했다. 서머 2라운드 성적이 그렇게 나오면 안 될 정도였다. 막상 승강전에 가니 막막하긴 했는데 그래도 강등은 생각도 못 했다. 다들 마음의 부담이 너무 컸고, 그 무거움을 견디지 못해 평소 실력을 못 냈던 거 아닐까. 

그리고 하필 마지막 상대가 또 ESC 에버였다. 내 프로게이머 인생 중요한 순간에 계속 만났다. 이 팀만 아니면 좀 괜찮았을 텐데(웃음). 2015년과 또 다른 상황이었다. 내 자신은 괜찮았는데 롤이 너무 싫어졌다. 아예 게임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한 달 정도 하루에 한 판 정도만 하고 다른 걸 했다. 술도 좀 마신 거 같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는 나도 충격이 컸나 보다.

승강전이 끝난 후 어떻게 지냈나. 일각에서는 은퇴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해외 진출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11월이 되자 CJ와 계약에 대해 이야기를 할 자리가 생겼다. 이 자리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좋게 계약을 마무리하자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롤을 하지 않으며 그동안 하고 싶었던 다른 게임도 했다.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이나 하스스톤. 다른 게임을 하다 보니 또 롤 생각이 나더라.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내가 선수를 그만두면 뭘 해야 할지 고민했다. 해설이나 개인방송, 코치 모두 끌리지 않았다. 선수로서 미련이 남았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 친하진 않지만 ,지금은 삼성 갤럭시 코치로 간 '트레이스' 여창동을 보며 저 나이까지 게이머를 할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같은 선수지만 멋있더라. 그리고는 이제 망설이지 않고 선수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고 결심했다.
 


CJ를 떠나고 새로 입단한 팀이 ROX 타이거즈다. CJ 시절부터 함께 하던 강현종 감독이 올해 지휘봉을 잡은 팀인데, 입단은 어떻게 이뤄졌나.

팀을 나오니 연락이 많이 오긴 하더라. 실제로 입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곳도 많다. 해외 진출도 생각 중이었다. 그러던 중 강현종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강현종 감독님이 해외 진출은 계속 말렸다. 해외에 가더라도 올해는 아니라고 하더라. 한국에서 다시 한번 좋은 모습을 보이고 내년에 가더라도 늦지 않는다고. 지금 내 처지가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이야기하던 중 강현종 감독님이 눈물을 보였다. 그걸 보며 정말 내 생각을 많이 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감독님 아래에서는 큰 고민 안 하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망설임은 있었다. CJ에서 아프리카로 팀을 옮기시며 좋은 결과를 냈는데 내가 발목 잡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다. 고민도 굉장히 많이 했고, 결국 ROX 입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때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강현종 감독님이 그런 부분은 자신이 짊어질 일이라고, 걱정 마라고 하셔서 ROX 입단을 결정했다.

강현종 감독을 믿고 ROX에 입단했는데, 올해 ROX는 전 아프리카 프릭스 선수를 주축으로 '키' 김한기와 본인이 합류한 팀이다. 2016시즌 아프리카 프릭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프리카 프릭스는 뭔가 정돈되지 않고, 잘 짜였다는 느낌을 받는 팀은 아니다. 무협지에 보이는 사파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잘한다.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이 팀은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강현종 감독님도 팀원들에 대해 휴가 때도 안 나가고 게임만 한다고 하시더라. 이기고 싶어 안달 난 선수들이라고.

강현종 감독님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많이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팀원들도 나를 좋게 생각하고 부담 없이 다가왔다. 그리고 동생들을 보니 나도 초심이라는 게 생각나더라. 처음 게임했을 때처럼 어떻게하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손)영민이가 승부욕이 제일 강해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본다. 팀에서 꼭 있어야 한다고 하는 스타일의 선수고, 이런 선수가 있어 나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 구성원이 모두 바뀌긴 했지만, ROX 타이거즈는 작년 롤챔스 서머, 그리고 케스파 컵 우승팀이다. 이런 점에서 부담은 없는지.

이전 선수들은 모두 나갔지만, 팀은 그대로 있다. 그리고 팀의 기록도 그대로 있다. 그리고 이제 나와 동료들, 그리고 강현종 감독님이 그 이름을 이어야 한다. 이룬 게 많은 팀이라 그것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도 도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모든 팀원이 같은 생각이고,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다.

일단 스프링 시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모두가 단합되고 한마음으로 뭉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오만함이나 자만을 다 떼고 탑 라인에서 뒤처지지 않는 선수가 되려 한다.

ROX 입단 발표 이후 많은 팬이 계속 선수로 활동한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그만큼 선수로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계속 선수를 한다는 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일인지는 모르겠다(웃음). 아마 나라서 듣는 이야기 같은데, 작년 서머 시즌 마음고생을 너무 시킨 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좋은 팀을 만나 나도 예전 모습을 다시 보여드리고 싶다.

매번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겠다겠다고만 했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다. 나와 (허)만흥이가 탑 라이너인데, 서로 도움을 주며 경쟁할 부분은 경쟁하며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팀을 잘 이끌어서 모두가 기억하는 좋은 팀을 만들어 보겠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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