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PORTS > 인터뷰

[e사람]LoL팀 만든 방승호 교장 “게임중독은 옛말, 시대가 변했다”

강기자2016-03-21 00:02

 ▲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 교장.

얼마 전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직업특성화 고교 아현산업정보학교에서 이 학교 게임제작과 학생들로 구성된 리그오브레전드(LoL)팀 ‘워너비’의 창단식이 있었다. 워너비의 창단 소식은 국내 공립고등학교 최초의 프로 지망팀으로 화제를 모았다.
 
서울 소재 일반계 고등학교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가르치는 아현산업정보학교에는 실용음악, 만화애니메이션, 제과제빵 등 다양한 학과가 존재한다. 원래 ‘e스포츠과’란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게임제작과는 7년 전 이 학교에 교감으로 발령을 받았던 방승호 교장이 처음 만든 학과였다.
 
교사이자 상담전문가로 잘 알려진 방승호 교장은 “게임을 잘하는 아이들은 집중력도 좋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게임은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할 대상이 아닌 ‘소통의 도구’라고 주장한다. 리그오브레전드 팀 창단을 직접 주도하고 창단식에 학모들까지 초청해 얘기를 나눈 것도 인상적이다. 권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열린 선생님,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 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학교에 e스포츠관련 학과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게임제작과는 어떻게 생긴 것인가 
 
이 얘기를 하려면 먼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7년 전에 이 학교에 교감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그 때도 나는 상담하는 사람이었다. 전교생을 상대로 상담을 했는데 지금은 과몰입이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게임 중독’이라는 험악한 단어를 그냥 막 쓰던 시절이었다. 게임중독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고민이자 상담의 화두였다. 그런데 막상 게임중독이라고 하는 아이들과 직접 만나 보면 다 착하고 예쁘더라. 헌신적인 담당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e스포츠과를 만들었는데 모인 학생들이 집중력도 뛰어나고 다재다능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1학기가 지나고 나서 게임이 아니더라도 독서, 글짓기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게임을 그렇게 잘하는 아이들은 천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웃음).
 
- 7년 전이면 주로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시절인데
 
그렇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그때도 준프로가 되거나 프로게이머가 된 친구들도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당시 삼성 프로게임단에 입단했던 손석희라는 학생이다. 어쨌든 작년에 다시 이 학교로 돌아오자마자 게임제작과 교실부터 슬쩍 가봤다. 교실 세팅할 때부터 엄청 노력을 쏟아 부었던 학과였으니까.
 

- 관련학과에서 그치지 않고 LoL팀까지 창단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팀 창단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우연히 신촌에 있는 에버8 호텔에서 LoL팀 창단식을 한다길래 직접 가서 보게 됐는데 우리 학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 호텔 대표님이나 관계자들이 흔쾌히 협조해주셨고 지원하겠다는 학생들도 많아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작년에 처음 봤을 때는 표정이 어두웠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올해는 입학하자마자 다들 얼굴이 밝은 걸 보니 창단하길 잘한 것 같다(웃음). 7년 전에 e스포츠과를 처음 만든 것도 신기하지만 지금 이렇게 팀을 만든 것도 신기하다. 요즘 LoL 덕분에 e스포츠에 대해 많이 알아가는 중이다.
 
방승호 교장선생님은 청소년 상담가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으로 효과가 검증된 ABC(ADVENTURE BASED COUNSELING)프로그램 연수에 참여한 이후, 국내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청소년 상담을 시작했다. 3권의 저서가 나와 있는 ‘모험 상담’은 각종 언론에서도 수차례 다뤘으며, 지금도 EBS 등에 고정 출연하는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이한 점은 4장의 음반을 발표한 가수라는 것이다. 3집 앨범이었던 금연송 ‘노 타바코’는 한때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오랫동안 지도상담에 대한 강의로 재능기부를 해온 방승호 교장(CJ 도너스캠프 광고 캡쳐).

-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더라
 
하하하. 사실 나는 내성적이고 말도 제대로 못하던 사람이다. 정말 잘하는게 하나도 없는 젬병에 가까웠다. 평범한 선생님으로 살다가 모험 상담을 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상담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다. 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꼈고 관심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더라. 학생들과 상담하면 할수록 계속 새로운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
 
아이들한테 ‘너는 뭘 좋아하니’라고 계속 물으니 스스로에게 똑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정말 내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니 노래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과의 상담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두 가지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나이와 상관 없이 음반도 냈고 교장이 된 지금도 계속 상담을 하는 것이다.
 
- 음반까지 냈을 정도면 다재다능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1집 때는 주변에서 ‘교장선생님이 음반을 냈네’ 하고 재미었어 했다. 하지만 2집까지도 정작 내 노래를 듣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3집 때 ‘노 타바코’라는 금연송으로 많이 알려지게 됐다. 다른 건 몰라도 흡연은 정말 안되겠다 싶어서 직접 가사를 썼는데 좋은 작곡가를 만나니 좋은 노래가 나왔다. 

슈퍼스타K 출신 가수 김그림 양이랑 학교 축제 때 아이들 앞에서 이 노래를 발표했는데 실시간검색어에도 오르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출판사를 만나 책도 쓰게 되고 방송에도 나가고 선순환이 됐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도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는데 아직 젊은 청소년들은 말할 것도 없다. 공부가 느리거나 재능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도 소외되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태까지 수많은 학생들을 상담했지만 버릴 아이가 하나도 없다. 관심을 갖고 애정을 주면 100프로 다 살아난다.
 
▲ 학생들과의 상담 흔적으로 가득한 교장실. '노는 상담'과 함께 과자와 음료는 무한 리필이라고.
 
- 매일 학생들과 상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개학하고 일주일이면 전교생이 나를 다 알게 된다. 교실 뒷문을 열고 “얘들아 내가 누군지 아냐!” 그러면 다들 어리둥절해 한다. 당연히 모르겠지. 그럼 “나 교장선생님이다. 다음에 보자!”하고 딱 나오는데 딱 10초 걸린다. 전체 교실을 다 돌아도 시간이 얼마 안걸린다. 또 여기 교장실은 커피 무한리필에 초코파이 무한 제공이다. 대략 한 아이가 30명씩 몰고 온다고 보면 된다. 어제만 해도 100명 가까지 교장실에 들린 것 같다. 초코파이 먹으며 상담 일정을 잡고, 개학 2주 째는 전교생에게 명함을 돌린다. 카톡이나 문자 뭐든지 좋으니 언제든지 상담하라는 뜻이다.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나는줄 아나? 4월쯤 되면 내 전체 스케줄이 마감될 정도로 요청이 온다(웃음). 내 상담은 기존 상담과는 다르다. 상담 좀 하자고 부르는 것과 스스로 오게 만드는 것은 천지 차이다. 전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다. 

- 오랜 시간 상담을 해오면서 지칠 때는 없는지

가만히 앉아서 하는 상담이 아니다 보니 언제나 ‘그리고’ 라는 단어를 쓰게 된다. 또 몸을 쓰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자꾸 하는 사람들은 늘 새로움에 대한 기쁨이 있다. 처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땐 밖을 나가서 걷는다. 20분만 걸어도 부정적인 기운이 사라진다. 그런 패턴이 체득이 됐고 오히려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나는 복받은 사람이다.
 
- 주변에서는 이런 교장선생님을 보고 뭐라고 하나
 
어느 정도 중간에 멈췄으면 ‘거봐. 그럴 줄 알았어’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웃음). 하지만 꾸준히 하니까 이제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게 잘나지 않았어도 자기 일에 확신을 갖고 반복하면 된다는 확신도 얻었다. 

- 교내 LoL팀 학생들과도 상담을 시작했나


당연하다. 원래 한명당 40분 정도 상담을 하지만 이번에 LoL팀에 들어간 학생들의 경우는 100일짜리 장기 상담을 할 생각도 갖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e스포츠쪽 학생수를 늘리고 게임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과의 상담도 늘리려 한다. 게임중독은 옛말이고 시대가 변했다. 미약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부터 게임이 재미있고 아이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영훈 기자 kangzuck@fomos.co.kr
 
포모스와 함께 즐기는 e스포츠, 게임 그 이상을 향해!
Copyrights ⓒ FOMOS(http://www.fomos.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ALK 실시간 인기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