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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경민의 클로즈업] ‘세팅은 끝났다’ 젠지로 모인 국가대표, 2020 PGC 우승 노린다

모경민2020-04-27 18:56


2019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첫 국가대항전 대회가 등장했다. 당시 한국 리그였던 PKL에서 선수진 투표가 진행됐고, 당시 우승 팀이었던 젠지e스포츠의 두 명과 서브에서 호평을 받던 ‘아쿠아5’ 유상호, 최고의 포탑 ‘이노닉스’ 나희주가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여기에 PKL 페이즈2 우승팀 젠지 배승후 감독이 지휘를 맡으면서 최강의 국가대표 팀이 선발됐다. 한국 국가대표 팀은 초반부터 흔들림 없이 치고나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승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후반 러시아 대표팀의 추격을 허용했고, 국가대표 팀이 흔들리면서 한끗 차이로 우승컵을 놓쳤다.

당시 시청하던 팬들과 선수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젠지는 아쉬움을 추억으로 바꾸기 위해 네 명을 모았다. 2019년 국가대표가 2020년 한 팀으로 모인 것은 네 명의 선수에게도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결과를 만들지 못할 경우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기에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2019년 한국을 대표해 태극기를 들었던 그때처럼, 네 명은 하나의 목표를 조준했다. 바로 2020년 세계대회 우승. 2019 PGC 우승 직후 다시 2020년 세계대회 우승을 목표로 설정했다는 ‘피오’ 차승훈. 차승훈이 중심이 된 젠지는 오랜 발돋움을 끝내고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얘기가 나올 것이 있죠. 2019년 국가대표가 한 팀으로 뭉쳤어요. 모이게 된 소감이 어때요
‘이노닉스’ 나희주: 신기했어요. 이렇게 뭉치게 될 줄 몰랐는데 다시 뭉치게 되어 기쁘면서도 놀라웠어요.
‘피오’ 차승훈: 아, 오는구나 하고 덤덤했는데 2019 네이션스 컵에서 못 이뤘던 걸 이뤄야겠다 하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로키’ 박정영: 네임드 중에 네임드잖아요 둘 다. 제가 보기엔 장점만 있는 선수들이 왔어요.

국가대표를 보고 있으니 작년 네이션스 컵이 떠올라요. 한끗 차이로 아쉽게 우승을 놓쳤잖아요
‘피오’ 차승훈: 그쵸. 아무래도 모일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데 그 분한 마음을 PGC에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습 열심히 해야죠.
‘로키’ 박정영: 준우승했을 때 형들에게 미안했거든요. 보답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같은 팀 되기도 어렵고 모이기도 어렵고. 이번 기회에 모였으니 준우승 말고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이미 친분이 있어서 다시 친해질 필요가 없었을 거 같아요
박정영: 좀 어색해요. 아직 비즈니스적인 관계거든요. 저랑 (나)희주 형도 조금 어색한데 더 어색한 건 ‘아쿠아5’ 유상호 형이랑 더 어색한 거 같아요. 
나희주: 안 어색해요. (기자: 그럼 자리 바꿔서 유상호 선수랑 나희주 선수가 같이 앉는 건 어때요?)
나희주: 아니 이미 앉았는데 굳이...
‘아쿠아5’ 유상호: 딱히 어색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 갑자기 옆에서 그런 소리 하니까 좀 애매하네요.

비즈니스적인 관계로 모인 건가요. 그럼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승훈: 저흰 가족이죠. 비즈니스 자리에 모여있어서 그렇지.
유상호: 갑자기 말을 저렇게 해버리니까 누군 가족이라고 말하고 누군 비즈니스라고 하고. 이러니까 비즈니스가 되는 겁니다.
나희주: 저흰 가족이죠. 
박정영: 같이 좀 씻겨주고, 잠도 같이 자고 그래야죠...

지난 PGI 인터뷰에선 사자 가족에 비유하면서 신나게 인터뷰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박정영: 원래 우승하면 아쉬울 게 없어요. 우승하면 가족이에요. 그 전까진 비즈니스고요. 
 

국가대표가 모였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무언가가 보이진 않는 듯해요
‘피오’ 차승훈: 제가 부족했던 거 같아요. 원래 주도적으로 게임하면서 디테일하게 설명해줄 때가 많은데, 최근엔 감각이 무뎌져 그런 일이 줄어들었어요. 대회도 없고 이렇다보니 스크림으로 어떻게 의지를 불태워야 할지 몰랐거든요. 

말씀하셨듯 오래 경기가 없었잖아요. OGN 엔투스 선수들도 경기가 없어서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유상호: 어쩔 수 없이 대회를 못 나가는 입장이다보니 PGS 선발전 스크림에 끼지 못했어요. 우선순위에 들어있지도 않았고요. 목표의식이 흐려질 수밖에 없었죠. 뛰게 될 무대와 비슷한 환경에서 합을 맞췄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보니 이것도 삐걱거리고 저것도 삐걱거리고 그런 면에서는 공백기가 힘들었죠.

팀워크를 맞추기가 힘들었던 환경이었죠. 이 무력감을 어떤 식으로 극복했을까요
차승훈: 매일 이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다보면 조금 의욕이 나요.
박정영: 확실히 대회장 가서 하는 거랑 숙소에서 하는 거랑 느낌이 많이 달라요. 목표가 살짝 흐려지기도 해요. 예전엔 경기장 왔다갔다 하면 몸이 더 힘들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낫지 않나 싶어요.
유상호: 확실히 2019년 보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일정이 확실하게 정해져있고, 그 경기를 넘으면 더 높은 대회를 갈 수 있던 구조였는데 지금은 여러 사정으로 연기되다보니 샘솟는 열정은 없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최대한 의식하면서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반대로 ‘이노닉스’ 나희주 선수는 최근까지 다나와e스포츠 소속으로 경기에 참가했어요. 안타깝게도 좋은 결과는 아니었죠. 그래서 젠지에 왔을 때 더 의지가 불타올랐을 거 같아요
나희주: 시즌 중간에 이적한 부분은 의도하진 않았어요. 어쩌다보니 상황이 잘 풀려서 오게 됐어요. 항상 우승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어요. 꺼지지 않는 정열남이에요. 다만 왔는데 못 하면 얘가 원래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구나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아쿠아5’ 유상호 선수도 작년에 PGC 진출에 성공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으로 돌아오진 못했어요
유상호: 그런 큰 대회를 치르기에는 네 명 모두 준비가 덜 됐던 거 같아요. 성적이 저조할 때 반등하지 못하고 탈락했는데 그 과정은 누가 잘했고 못했다기보다 저 스스로도 준비가 안 되어있었어요.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여기에 왔어요.
나희주: 준비 안 됐으면 나 주지...
 

최근 투척무기 패치가 됐잖아요. 많이 체감되는 편인가요
나희주: 전에 있던 팀에서 수류탄 그라운드라는 별명도 만들 정도로 많이 활용했는데 너프돼서 아쉬워요. 너무 심하게 너프하지 않았나. 아무리 못해도 10씩은 닳았는데 요샌 1씩 닳더라고요.
차승훈: 여러 가지 투척무기를 쓰게 돼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거 같아요.
박정영: 다양한 투척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게 좋은데 총기 밸런스가 안 맞는 것도 조금 패치해줬으면 좋겠어요. 선수들이 쓰는 무기가 모두 정해져있거든요. 여러 시도를 못하고 있으니까 그 점이 좀 불편하죠.
유상호: 예전이 너무 강한 게 아니었나 싶어요. 물론 수류탄 덕을 많이 봤지만 투척 무기 활용도가 늘어난 건 좋은 듯해요. 전엔 섬광탄이나 화염병을 챙길 바에야 수류탄 하나를 더 챙기고 말았는데 이젠 없어도 대신 들 수 있잖아요. 

지금 이 조합의 가장 큰 장점이 뭘까요
차승훈: 다 똑똑하고 교전을 잘하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증명된 선수들이 모였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반대로 그래서 더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차승훈: 전 팀에 있을 때 맞춰가는 과정이 많이 없었던 거 같아요.
나희주: 장점이 곧 단점인 거 같아요. 네 명이 다 잘해서 좋은데, 최저점과 최고점의 차이가 극명해요.
유상호: 제 위주로 게임을 하다가 젠지에 입단하면서 맞춰가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그런 면이 어려워요.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정답에 가까운 게임을 했었다면 그런 게임이 아닌, 주변에서 살을 붙여주는 게임을 했을 때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그럼 젠지는 어떤 누구를 중심으로 이끌고 나가는 팀인가요
유상호: 차승훈 선수의 오더를 따라 그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죠.
차승훈: 안 될 때는 팀적인 합보다는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을 먼저 생각해요. 상대팀 동선 분석을 더 한다든지, 랜드마크를 외운다든지. 항상 상황이 똑같을 순 없잖아요. 그래서 상대팀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거 같아요. 물론 아직 정식 경기를 뛰지 않았고 팀합도 완성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긴 어려울 듯해요. 그래도 완성만 된다면 전부 다 이길 수 있다고 봐요.

작년에 우승을 이뤘던 두 분에게 2020년과 새롭게 젠지에 합류한 두 분의 2020년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나희주: 이미 이뤄놓은 두 명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대회 우승이 하고 싶어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왔고요.
차승훈: 2019년 PGC 우승하고 나서 가졌던 목표가 2020년 세계대회도 우승하는 거였어요. 멈춰있고 싶지 않아요.
박정영: 저도 비슷해요. 우승하고 싶어요.
유상호: 프로게이머 생활을 젠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마무리하고 싶어요. 최대한 후회 없이 마무리하는 게 목표예요.

배틀그라운드 역사가 오래 지속되면서 젠지가 여러 커리어를 쌓아 배틀그라운드의 상징이 된 느낌이죠. 본인에게 젠지는 어떤 팀인지
박정영: 젠지는 모두가 들어오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잖아요. 그런 곳에서 오래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행운인 거 같아요. 뿌듯하기도 하고요.
유상호: 그 말 그대로 제가 오고 싶었던 팀이기도 해요. 국가대표에 발탁됐을 때 체험하다시피 했잖아요. 더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오게 됐어요. 여기만큼 저를 시험하기 좋은 곳도 없어요. 여기서도 못하면 다른 곳에서도 못한다, 하는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현재 배그 팀 중에선 제일 좋은 팀 아닐까 싶어요. 복지 차원에서 ‘아 이런 것도 지원이 되는구나’ 싶었던 것들도 많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니까. 
차승훈: 제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게 만들어준 팀인 거 같아요. 다른 팀에 있었으면 총만 쏘는 이미지였을 수도 있는데 젠지에 오면서 오더도 할 줄 아는구나, 하고 인식하게 되었잖아요. 그 부분이 좋아요.
 

혹시 배틀그라운드 말고 다른 취미가 있나요
박정영: 보시면 아시겠지만 요새 운동을 좀 하고 있어요.
유상호: 저는 숙면을 취하거나 샤워하거나, 커피하는 게 취미예요. 

그럼 게임 안 할 때, 연습 안 할 때는 뭐하면서 지내나요
나희주: 그냥 거의 연습만 해요.
차승훈: 뭐라고 하신 적은 없는데 알아서 게임만 하는 편이에요.
나희주: 원래도 배틀그라운드가 재밌었는데 최근에 더 재밌어졌어요.

하지만 한 게임을 오래 하다보면 질리거나 번아웃 현상이 올 가능성이 높잖아요. 저는 한 게임을 오래 못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항상 보면 궁금했어요
나희주: 사람이 밥을 한 끼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차승훈: 저는 원래 한 게임을 오래 하는 편이 아닌데 배틀그라운드를 시작한 이후 다른 게임을 안 했어요. 아마 욕심 때문 아닐까 싶어요. 부족한 실력을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멈춰있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고요. 그리고 일이라는 생각보다 그냥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기 때문에 괜찮아요.
박정영: 모든 일엔 목표가 필요하다고 봐요. 목표가 있으면 재미없는 것도 재밌게 느낄 수 있어요.
유상호: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다가왔다가,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잘 안 풀릴 경우 아예 놓고 환기를 한 이후에 다시 시작하는 편이에요. 성격이 그러려니 하는 스타일이고요.

마지막으로 오래 젠지를 못 만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박정영: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예열 끝내고 불태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나희주: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리고 방송에서 자꾸 젠지 들어가셨냐고 물으시는데, 젠지로 이적했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차승훈: 성적이 안 나와도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아직 조합이 완성된 지 얼마 안 돼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기다려주신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상호: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힘내도록 하겠습니다. 응원이 불필요한 응원이 아니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서 재밌는 장면 많이 보여드리고 우승하는 모습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경민 기자 raon@fomos.co.kr
사진=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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