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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와치' 조재걸, 그가 말한 추억과 기대의 시간들

박상진2017-01-30 00:00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가 시작되고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선수가 등장했고, 지금은 프로게이머 이후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계속 e스포츠에 남아 코치나 해설, 혹은 게임 관련 개인 방송으로 계속 팬 앞에 서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사라진 나진 e엠파이어에서 활동했던 정글러 '와치' 조재걸도 올해 초 은퇴를 선언하고 개인 방송을 시작하겠다는 소식을 알렸다. 브루드워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조재걸은 종목을 바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활동했고, 한국에서는 나진 한 팀에서 계속 활동했다.

2016년 나진에서 나온 조재걸은 중국에서 한해 더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뒤 개인 방송 준비를 위해 서울을 찾았고, 잠시간의 시간을 내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만난 조재걸은 과거의 아쉬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 개인 방송을 진행하게 됐다. 은퇴 발표 후 마음은 어떻던가.

은퇴한 후 슬프거나 허전할 거 같았는데, 막상 기사가 나가니 아무렇지 않더라. 게임 쪽을 완전히 떠나는 거도 아니고 계속 방송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계속할 수 있어 크게 심경의 변화는 없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같이 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은퇴 후 개인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작년 초 중국 팀에 입단하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시즌은 마무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약 한 달 전에 어머니가 건강이 악화되며 걷지도 못할 정도가 되신 후에 수술까지 해야 했다. 병원에서 간병인을 쓰긴 했지만, 나도 시간이 되는대로 어미니 옆에 있었다. 상태가 호전되실 때까지 옆에 있었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퇴원하신다고 해도 계속 옆에서 지켜봐야했다. 그러는 동안 콩두 컴퍼니 서경종 대표님이나 강한승 이사님과  자주 연락했고,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며 개인 방송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중국에 있던 동안 한국 팬들과 소통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고, 내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예전에 같이 나진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이 지금 여러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팬들과 같이 롤챔스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의 이야기도 같이 나눌 수 있을 거 같아 기대된다.
 


중국팀 입단 이후 거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중국 팀 입단 계기와 그곳에서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나진이 콩두로 이름이 바뀌기 전 시절 재계약 기간에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그때는 다시 시작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중국팀을 알아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LPL 1부 리그 팀에서도 연락이 왔다. 하지만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2부리그 팀에 입단했다. 하지만 성적이 어중간하게 나왔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는데,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LPL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에서는 외로움도 타고 음식이 입에 안 맞고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음식도 잘 맞았고 중국어도 재미있었다.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내 입에는 다 맞았다. 나에게는 중국어도 재미있어서 부산에 있는 중국어 학원에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배워볼 계획이다.

중국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성적이 잘 나오지 못해 팬들과 많이 교류하지 못한 거다. 좋은 성적을 냈으면 나도 자신감이 생겨서 조금 더 적극적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첫해는 성적을 내는 데 집중하기로 해서 조금 소홀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 전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응급실까지 갈 상황이 됐다. 어머니가 입원하시면서 3주정도 어머니 곁을 지켰다. 그동안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혼자 고민했고, 내 상황에서 개인 방송이 가장 적절할 거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에서 어머니 곁을 지기키 쉽지 않았을 거 같다. 

간병인도 있어서 내가 내내 어머니 곁에 있던 건 아니다. 그래서 덜 힘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병원에 있다가 오면 쉬느라 내 시간도 없었고, 간병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상태가 계속 호전되는 상황이고, 집에서 생활하시면 훨씬 더 좋아지실 거 같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를 챙겨드리지 못해 지금부터라도 잘 해드리려고 한다.

어머니는 이런 나를 보면 많이 미안해하신다. 내가 어렸을 때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 어머니가 뒷바라지하시느라 많이 고생하셨다. 자식들 키우시느라 몸이 안 좋아지신 거 같아서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내가 보살펴드리고 싶다.

은퇴한다는 이야기도 안 하고 부산에 가서 방을 구한 후 어머니께 같이 지내면서 나는 개인 방송을 하겠다고 말씀드리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더라. 항상 내가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하셨던 분이었고, 그래서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브루드워 프로게이머로 시작해서 최근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다. 그런 경험에 비춰 다양한 방향의 개인 방송이 기대된다.

처음 프로게이머를 시작했던 브루드워 시절 데뷔전에서 김택용 선수를 이겼었다. 통산 승률은 높지 못했지만(웃음). 아프리카에 친한 사람들도 방송하고 있어 처음 방송을 할 때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의견이 맞는다면 같이 방송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 같다. 이왕 방송을 시작하는 거니 제대로 뭔가 만들고 싶다.

롤도 마찬가지다. 나진 시절 같이 지냈던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지금도 열심히 선수 생활을 하고 있어 롤챔스를 보는 방송이나, 게임 방송을 하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을 거 같다. 나진 시절 동료들의 지금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 팀을 거쳐 간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하는 데다가 착한 사람들이다. 지금 아프리카에서 방송하는 (이)호진이도 착했다. 예전에 찍은 단체 사진을 다시 보면 모두가 유명해지고 특색있는 선수가 됐다. 

나진 시절 같은 정글러였던 '피넛' 한왕호가 엄청나게 성장했는데, 같이 지내던 시절에는 어땠나.

(한)왕호를 처음 봤을 때 보석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나진에서는 왕호의 스타일과 게임 메타가 맞지 않았고, 팀 컬러와도 약간 달랐다. 하지만 나이도 어리고 어디서든 잘할 거라 게임 스타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굳이 나진 스타일에 맞추지 않아도 잘할 선수라고 생각했으니까. 왕호 성격이 활발한데, 본인한테 잘 어울리는 ROX에 들어가서 잘 되는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은퇴기사가 나가기로 이야기되었는데 정확한 시기를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왕호한테 연락이 와서 은퇴 소식을 봤다고 이야기하더라. 소식을 듣고 많은 분에게 연락이 왔는데 제일 먼저 연락 온 게 왕호라서 지금도 기억난다. 계속 왕호가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왕호 외에도 나진 출신 선수 중 좋은 성적을 낼 거로 생각했던 선수가 있나.

다들 잘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프레이' 김종인이 기억난다. 나와 같이 선수 생활을 할 당시에 게임 재능만큼은 종인이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정말 게임 재능만으로는 종인이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감각적인 선수였다. 나진에 있다가 나와 팀이 갈리고, 결국 쉬다가 다시 ROX에 들어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의외로 마음이 여린 친구라 나랑 이야기도 많이 했고, 서로 고민 상담도 하면서 많이 친했었다. 고생은 했지만 잘되는 걸 보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진에서는 자신의 장난기를 많이 숨기고 있었는데, ROX에서 모습을 보고 자기 본 모습을 찾은 거 같았다. 유독 나진을 거쳐 간 선수들이 다 착하고 나쁜 사람이 없었다. 아마 박정석 감독님의 영향이 컸던 거 같다.

내가 나진에 들어간 계기가 박정석 감독님이었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이미지가 좋았고, 같은 프로토스였다. 그러고 보니 유독 나진에 프로토스 출신이 많았다. (유)병준이나 (이)호성이나 (박)단원이 모두 프로토스였다.

방송을 계획하며 세운 목표 같은 게 있나. 그리고 코치나 해설로 제의도 많이 왔을 거 같다.

두 종목의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는데, 얼마 전 끝난 ASL을 보니 브루드워 인기도 다시 살아났고 롤챔스의 인기도 여전하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내가 개인 방송을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려서 방송을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 거 같다. 

코치나 해설 제의도 있었는데 일단 군대를 아직 못 갔고, 어머니 옆에 있어야 해서 어디 묶여있기 힘들었다. 그래서 방송을 생각했다. 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콩두 몬스터 소속으로 방송하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서 은퇴 후에도 길이 있다는 걸 보이고 싶다. 프로게이머는 직업 수명도 짧아서 많은 사람이 은퇴 후를 걱정하는데, 내가 먼저 좋은 모습을 보여 길을 만들어 보이고 싶다. 

인생에 있어 목표가 있다면 박정석 감독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누가 봐도 박정석 감독님은 바른 이미지다. 오랜 기간 e스포츠 쪽에서 일하셨는데, 그동안 구설수 하나 없이 모두의 존경을 받았다. 나도 3~4년 동안 같이 지내며 많이 배웠고, 지금도 자주 연락한다. 나도 앞으로 계속 게임이나 e스포츠 쪽에서 일하며 박정석 감독님 같은 이미지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

나진에서만 롤 프로게이머로 활약했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14년 롤드컵 진출전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같은 순간이었다. kt A, kt B를 꺾고 SK텔레콤 T1까지 잡으며 롤드컵에 진출했다. 그 유명한 '이걸 나진이!'로 기억되는 순간이다. 이상하게 나진은 롤드컵 선발전만 되면 불가사의한 경기력이 나왔다. 평소 연습에는 이기지 못했던 팀도 선발전에서는 계속 잡아냈다. 그래서 그 시가만 되면 없던 자신감도 생겼다.

그 과정에서 팬들의 응원이 정말 컸다. 선발전 시기만 되면 팬들의 함성도 커졌다. 정규 시즌을 통해 롤드컵에 가지 못해도 선발전을 통해서 무조건 나진이 간다라는 생각을 선수와 팬이 같이 했다. 그래서 선발전에서 더 큰 함성을 들었고, 그 덕분에 우리도 항상 상승세였다. 현장 기 싸움에서 팬들이 지지 않아서 우리도 지지 않았던 거 같다. 우리에게 마법 같은 순간이 있다면 그때가 아니었을까.
 
 


인생에 있어 프로게이머, 그리고 나진이라는 팀의 의미가 있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좋아했던 일이 프로게이머였다. 그래서 항상 행복했고,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집도 힘들고 어머니도 자주 아프시던 어린 시절에는 항상 마음속에 한이 쌓인 응어리가 뭉쳐있던 느낌을 받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없다 보니 자격지심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후부터는 시야도 넓어지고 마음에 여유도 생겼다. 돈과 인기보다 진짜 나를 찾아서 인생을 바꿔준 기간이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항상 있던 곳이 나진이었고, 프로게이머 인생과 나진은 둘이 아닌 하나였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정리하면서 후배 게이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할 수 있게 되다니 정말 신기하다. 어떤 성적을 내든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했는데 성적이 안 나오면 모자란 부분에 있어 반성은 될지언정 후회는 안 남는다. 노력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지만, 노력하지 않아 생기는 후회는 그 무엇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먼저 박정석 감독님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주 연락하는 사이라 평소에 못했던 말을 하자면, 작년 서울에서 원룸을 구하자 감독님이 침대를 선물해주셨다. 그리고 그 침대를 부산 집에까지 가져갔다. 나중에 친척들이나 친구들, 혹은 미래에 생길 자녀들에게 박정석 감독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자랑하고 싶다(웃음).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롤까지,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아 프로게이머로 생활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팬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정말 순도 100%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곧 방송을 시작할 텐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솔직한 모습도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나쁘거나 불쾌한 행동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개인 방송을 하면서도 계속 발전하는 조재걸이 되고 싶다. 부산으로 옮긴 후 2월 초 정도면 어머니 수술도 잘 마치고 방송을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인터뷰도 오랜만에 해서 기분이 좋고 팬들에게 내 소식을 전하는 방법이지만, 그래도 방송을 시작한 후 한 번씩이라도 들려서 인사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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