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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의 티타임] 도전과 적응 거친 '코어장전' 조용인의 새로운 키워드 '증명'

이한빛2020-11-15 12:00

증명(證明). 사전적으로 어떤 사항, 판단, 이유 등에 대하여 그것의 진위를 증거를 들어서 밝힘을 뜻한다. 프로 선수들은 성적을 증거 삼아 자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한다. "앞에 두고 스스로를 고문하는 우상"이라는 아서 에딩턴의 말처럼 증명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미 한 번 정점을 찍어봤던 사람에겐 더욱 버거운 일이 될 수 있다.

'코어장전' 조용인은 2017년 롤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19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찾아 북미 LCS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팀 리퀴드가 연속 우승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으며, 정규 시즌 MVP와 올프로 퍼스트팀에도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3년 연속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탈락이란 고배를 마시며 한 해의 끝에서 아쉬움을 맛봐야만 했다.

올해 롤드컵에서 주어진 전력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단순히 롤드컵에 진출했단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고 하긴 어렵다고 밝힌 조용인. 정점에 오른 후 이어진 국제 대회 부진에 흔들릴 수도 있건만, 그는 꿋꿋하게 위를 올려다 보았다. 다시 한번 롤드컵 우승을 차지해 자신을 증명하고 LCS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조용인은 어떤 미래를 바라보고 있을까.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조용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인터뷰로 뵙네요. 롤드컵 이후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롤드컵 끝나고 나서 한 달 만에 다시 북미로 나가게 됐어요. 2주간 자가격리하는 사이에 결혼도 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거의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나가는 기분이에요.

최근 팀 리퀴드의 팟캐스트를 통해 결혼 소식을 전하셨어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오래 떨어져 있었거든요. 미국에 2년 동안 있기도 했고요. 이제는 같이 있고 싶었어요.
이번 롤드컵으로 5회 연속 진출이란 기록을 갖게 됐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출전 횟수가 쌓여갈수록 놓치고 싶지 않아요. 프로게이머라면 롤드컵에 나가는 것이 꿈인 만큼 꾸준히 기록을 쌓고 싶죠. 그런데 잘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가본 선수 중 후회하는 경우도 많아요. 제가 3년 연속 그룹 스테이지에서 떨어지고 있는데 단순히 롤드컵에 진출했다고 만족스럽다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이번 롤드컵 결과도 아쉬웠어요. 3승 3패로 그룹 스테이지 탈락이었죠
3승 3패로 떨어져서 아쉽긴 하지만 지금 전력에서 3승 3패까지 했으면 굉장히 잘한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상대보다 월등히 잘하는데 못 올라갔다는 건 아니라서 크게 안타깝지 않아요. 정말 잘하는데 떨어졌다는 아쉬움이 들었으면 차라리 좋겠는데...

그래도 같은 A조에 있던 G2가 4강, 쑤닝이 준우승을 차지해서 팀 리퀴드도 재평가를 받았어요
경기를 해보며 느낀 건 그런 강함이 아니었어요. A조에 있는 팀들이 다른 대다수의 팀보다 잘한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A조가 상위 라운드로 가면서 더 발전했고, 다른 그룹의 팀들이 살짝 주춤했던 점이 맞물린 것 같아요.

올해 담원 게이밍이 롤드컵에서 우승하기 전 마지막으로 LCK 선수로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셨어요. 올해 담원이 우승하는 모습을 어떻게 지켜보셨나요
담원이 우승하지 못했다면 정말 아쉬웠을 듯해요. 그렇게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고 우승을 못 한다는 것이 제가 앞서 말했던 아쉬움이거든요. 담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데 3승 3패로 탈락한다면 누가 봐도 아쉽지 않겠어요? 그렇게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가진 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브록사' 매드 브록 페데르센이 들어오고 '더블리프트' 피터 펭이 나가는 등 팀 리퀴드도 올해 꾸준히 변화했죠. 팀 리퀴드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좀 더 유연해진 것 같아요. 승리 패턴도 다양해졌고 더 젊어졌죠. 적응을 잘하는 팀이 됐어요.

'택티컬' 에드워드 라가 이번 서머에 풀타임 주전을 소화했어요. 베테랑 선수로서 이 신예 선수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요
마치 소년만화의 주인공 같았어요. 자기가 강한데 강한 줄 모르는 주인공이요. 갖고 있는 재능이 많지만 그 크기를 모른단 느낌이었어요. 자신감이 많이 필요했는데 시즌을 거치고 열심히 연습하며 자기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정도가 됐어요. 지금도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바텀 듀오의 퍼포먼스를 높게 평가하고 있진 않아요. 이제 맞추기 시작한 정도예요. 어떤 바텀 듀오를 만나도 무조건 이길 수 있단 생각이 드는 것을 목표로 둔다면 절반 정도 왔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LCS는 스프링에 챔피언십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고 서머에 올인하는 모습이었어요. 조용인 선수의 생각은 어땠나요
스프링 스플릿에 C9가 많이 치고 올라오면서 다른 팀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끌어 올렸어요. 실력으로 보면 C9가 끝까지 위에 있고 다른 나머지 팀들이 그 아래 비슷한 실력을 가진 채로 모여 있었죠. 롤드컵 직전에 C9의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이상한 그림이 됐어요. 'C9에게 선발전이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떠나 경기력이 떨어진 것이 문제였죠. 플레이오프 때 두 번의 기회도 있었고요. 결국 선발전과 비슷한 구조인데 기간만 압축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올해 스프링에서 아쉬웠던 점은 MSI가 개최되지 않았단 점입니다. 포인트가 주어지지 않아도 우승해서 MSI를 다녀올 수 있었다면 의미가 있었겠죠. 예상치 못한 이유라는 것을 알지만 갑자기 올해 MSI가 사라지면서 LCS 스프링 순위에 아무 의미가 없어졌단 점이 아쉬워요.
2019 시즌부터 북미에서 활동하면서 두 번의 정규시즌 MVP와 3번의 올프로 퍼스트팀에 선정됐어요. 본인의 활약에 뿌듯할 것 같아요
좋죠. 처음에 북미에 진출했을 때 예상했던 제 가치가 있었는데, 제가 서포터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반감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서포터가 너무 폄하 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제 활약으로 인식 개선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북미로 가기 전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 '새로운 도전'을 꼽았던 기억이 나요. 도전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고 계시는가요
'북미는 정말 약하다'라는 인식이 있죠. 제가 북미에 가서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라고 하지만 제가 있던 2년 동안 롤드컵 8강에도 오르지 못했어요. 북미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 실패한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잘해야죠.

그러고 보니 '이그나' 이동근 선수도 롤드컵 인터뷰에서 "북미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북미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사실 극적으로 뭔가 바뀌고 있지 않으니 매년 똑같죠. 그러나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고 있으니 변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다른 지역과의 격차가 하늘과 땅 차이는 아니거든요. 전 유럽은 북미와 비교했을 때 실력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기보단 대회에 임하는 마인드가 더 단단하다고 봐요. 유럽 팀들이 동양권 팀들을 상대로 국제대회에서 잘할 수 있단 것을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북미도 변화할 수 있다면 잘할 수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문제점으로 신인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부분이 지적되고 있어요. 소위 '고인물'이 많다는 점 말이죠
제가 고인물로서 하기 힘든 말이지만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자신감 있는 신인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팀도 검증이 완료됐다 여겨지는 베테랑 선수를 모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LoL에 검증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매년 패치로 게임이 크게 달라지니 결국 적응할 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한데, 그걸 못해서 도태되는 선수들은 칼같이 뒤쳐지는 곳이 프로의 세상이거든요. 아직 북미는 그런 부분에서 칼같지 못했던 것도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신인 선수들로만 팀을 채워야 한단 뜻은 아닙니다. 베테랑 선수들과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섞이며 세대교체가 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팀 리퀴드에선 총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어요. 타지에서 그런 역할을 하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더블리프트'가 팀을 나가고도 크게 달라진 건 모르겠어요. 친구처럼 팀원들과 많이 이야기했죠. 올해는 특히 '택티컬'과 대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네요. 언어적인 소통 부분이라면, 제가 영어 공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다른 팀에서 만드는 다큐를 보거나 개인 방송을 보곤 했어요. 가장 많이 보는 개인 방송은 '더블리프트' 방송이고, 최근엔 신인급 선수들이나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어떻게 게임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아해요.

시즌이 쉬어가는 기간에 LoL 외에 다른 게임도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북미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는 뜻인가요
제겐 정말 큰 사고 같은 일이었어요. 제가 쉴 때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휴가 땐 편하게 쉬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을 넘어오지 못하게 되니까 비시즌 기간에도 미국에만 있어야 해서 정말 심심했어요. 그래서 다른 게임으로 방송도 해봤던 거죠.

내년이면 북미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3년 차에 접어들게 됩니다. 첫해가 도전하는 해였고, 두 번째 해가 적응하는 해였다면 2021년의 '코어장전'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얼마 전 LCS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비역슨' 쇠렌 비에르그가 은퇴했죠. LCS의 아이콘이라 불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국제 대회 성적을 통해 저 자신을 증명해야겠죠. 다시 한번 롤드컵 우승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경기할 때나 결혼한다고 밝혔을 때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아 큰 힘이 됐어요. 북미가 우승할 때까지 쭉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한빛 기자 mond@fomos.co.kr
사진=모경민 기자 rao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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