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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고릴라' 강범현, "우리에게 믿음 준 '야마토캐논' 감독"

김기자2020-09-12 00:50

2019년 킹존 드래곤X를 떠나 유럽 LEC 미스핏츠에 입단했던 '고릴라' 강범현은 서머 시즌을 앞두고 팀과 결별했다. 이후 휴식을 취한 강범현은 1년 만에 샌드박스 게이밍과 계약하면서 LCK 무대로 돌아왔다. 

1년 만에 돌아온 무대였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스프링 시즌서 5승 13패로 10개 팀 중에 9위를 기록하며 승격강등전을 경험한 강범현은 팀이 1경기서 팀 다이나믹스에게 패하며 강등 위기까지 갔지만 패자전과 최종전서 승리하며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서머 초반도 비슷했다. 개막 5연패를 당했고, 최초 외국인 감독인 '야마토캐논' 제이콥 멥디는 2주간의 자가격리 때문에 5경기부터 합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샌드박스 게이밍은 '야마토캐논' 감독이 합류하자마자 4연승을 기록했다. 샌드박스의 선전에 사람들은 '야마토매직', '토마토매직'이라고 불렀다. 

이후 샌드박스 게이밍은 3승 6패를 기록, 7승 11패(-8)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서머 시즌 이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강범현은 화상 인터뷰서 "내년에 선수를 더 하게 되면 팀원에게 민폐가 되지 않고 플러스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 서머 시즌이 끝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찾아뵐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팬들과 만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지금 마지막 경기 이후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숙소에서 최대한 조심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선수들은 집에 갔고 '야마토캐논' 감독도 독일 베를린으로 돌아갔다. 본인은 왜 숙소에 남아있나?
집이 인천이지만, '코로나19'가 심해 가족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다. 혼자 있는 게 익숙해서(웃음) 숙소에 남게 됐다. 어차피 집에 가더라도 컴퓨터 앞에 있는 건 똑같다. 주말에만 잠깐 집에 갔다 올 예정이다. 숙소에 있는 게 마음이 편안하다. 오늘 감독님이 독일로 돌아간다고 해서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감독님의 마지막 뒷모습을 봤는데 숙소에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 미스핏츠와 계약을 종료한 뒤 LCK로 복귀했다.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있었던 1년을 총평해달라
미스핏츠에서 나올 때는 회사와는 이야기가 잘됐지만, 밖에서 볼 때는 안 좋게 나온 거로 보였을 거다. 아쉬웠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좋았던 점은 용산, 상암 경기장, 넥슨 아레나서 경기했지만, 유일하게 롤파크에서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롤파크에서 뛰는 것에 의미를 두고 한국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했다. 그때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손을 내밀어줬다. 1년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아니지만, 롤파크에서 경기를 한 것에 대해 매우 뿌듯하다. 스프링과 달리 서머서는 샌드박스만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시원섭섭하다. 

- 2020시즌서 본인의 플레이에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이라면 7점을 주고 싶다. 노력했지만, 더 잘할 수 있었기에 그런 점수를 주고 싶다. 

- 샌드박스 게이밍은 서머를 개막 5연패로 시작했다. 그렇지만 '야마토캐논' 감독이 합류한 뒤 거짓말같이 4연승을 기록했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가?
연패할 때는 상위 팀과 대결이 몰려있어서 매우 어려웠다. '야마토캐논' 감독님이 한국에는 들어왔지만, 자가격리 때문에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다. 피드백, 대화를 화상으로 하다 보니 현실감이 떨어졌다. 감독님이 있지만 없는 느낌이었다. '조커' 조재읍 코치님도 그런 부분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다. 같이 이야기를 하고 픽 밴을 짜서 무대에 올라갔지만,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코치님이 혼자서 결정하는 것에 대해 힘들었던 거 같다. 그러다보니 개막 5연패를 하게 됐다. 첫 승을 하는 타이밍에 감독님이 돌아왔는데 마음속으로 '감독님이 안 와서 그렇다'라고 생각했다. 패했지만 의기소침한 거보다 감독님이 오면 달라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 '야마토캐논' 감독이 합류한 다음 책상 위치도 바꾸고 선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처음에 들었던 말은 무엇인가?
감독님이 우리에게 말한 건 똑같았다. 5연패를 했지만, 샌드박스 게이밍이 완성된 상황이 아니었다. 자기가 돌아왔으니까 지금부터 다시 하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의기투합을 많이 했다. 자리를 바꾼 건 일부 팀을 보면 탑, 정글, 미드, 원딜, 서포터 순서로 일자로 자리 설정을 하는데 우리는 안하고 있었다. 감독님이 오자마자 책상 나열을 그렇게 바꾸고 싶다고 했다. 감독님이 우리에게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고 헀다. 

- 5연패 뒤에 4연승을 기록하면서 '야마토매직', '토마토매직'이라는 별명도 나왔다. 본인 입장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우리 팀을 돌아봤을 때 부족했던 점은 감독님이 채워준 그 부분이었다. 약간 다 같이 일을 하고 있지만 그런 부분서 서로를 믿는 부분이 부족했다. 감독님이 와서 그 부분을 계속 채워줬다. 경기력이 똑같아도 서로 간의 믿음이 있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감독님이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개인적으로는 '야마토매직'이 진짜 일어난 거 같다. 항상 경기장에서 4연승을 하고도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맞나? 상대가 실수한 거 같은데'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연패했을 때 경기력과 다르다 보니 상대방이 실수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매직은 이뤄진 거 같다.
- 4연승이 끝난 뒤 승리와 패배가 이어지면서 서부 조라고 하는 상위권에 올라갈 기회를 놓쳤다
따지고 보면 연패를 했고, 외국인 감독님이 오는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런 걸 따지면 아쉬움만 많을 뿐이다.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스프링보다 서머서 성적이 올라왔다. 그래서 2021년에도 '야마토캐논' 감독님 필두로 이대로 간다면 기대감이 더 크다. 서머보다 내년 스프링 경기력이 더 나으리라 생각했다. 다른 팀에 비해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 

- 본인의 평가를 살펴보면 챔피언 풀에 관해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의식할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참고로 고릴라는 서머서 13개 챔피언을 사용했고 40세트 중에 탐 켄치와 노틸러스가 각각 10세트 사용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메타에서는 연습 과정서 한 챔피언 정도 부족함을 느꼈다. 제가 프로 생활을 오래했지만 메타의 변화에 대해선 부담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어린 선수들은 솔로랭크에서 다양한 챔피언을 했지만, 저는 하던 챔피언이 대회에서 주류를 이뤘던 적이 많았다. 예를 들어 탐 켄치 같은 경우에는 중국에서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 나온 챔피언의 경우에는 저보다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서 부담감을 느끼고 시즌 도중 다른 선수는 특정 챔피언에 대해 어떻게 하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 서머 시즌서는 '루트' 문검수하고 바텀을 책임졌다. 사실 진에어 시절 강등 멤버로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건 사실인데 본인은 어떻게 바라봤는가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어리기에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다. (문)검수의 부족한 부분은 저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에서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 부분만 좋아지면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거로 생각한다. 솔직히 샌드박스가 힘들만 한 경기를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검수의 슈퍼플레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 LCK 무대서 외국인 감독이 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럽 무대를 경험해서 누구보다 '야마토캐논'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LCK 무대에 외국인 감독이 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야마토캐논' 감독님이 우리 팀에 온다고 했을 때 당황했었다. '왜 나만 처음으로 하는 게 많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유럽 무대서 감독님과 같은 무대에도 섰지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별로 없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 했지만, 한국 감독님이나 '야마토캐논' 감독님이나 하는 말의 개념은 비슷할 거다. 그렇지만 한국 감독님은 한국어로 이야기하다 보니 선수 입장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하더라도 비슷하게 들릴 거로 생각한다. 반면 외국인 감독님은 다른 언어로 말하니 똑같다고 하더라도 다르게 들리기에 한 번 더 듣게 되는 거 같다. 
- 그러면 한국인 감독이나 외국인 감독이나 차이는 없다고 이해하는 게 맞을까?
스타일 차이는 있다. '야마토캐논' 감독님의 경우 아무리 힘들어도 티를 안 내며 으쌰으쌰 하자, 우리는 가족이며 함께 믿자고 강조했다. 우리 팀이 그 부분이 부족해서 우리한테만 해당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스타일이었던 거 같다. 

- 서머 시즌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아예 무기력하게 졌으면 덜 아쉬웠을 건데 강팀 상대로 이길 만했던 경기가 더 있었다. 한끝이 부족했고 집중력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줘 아쉬웠다. 

- '스맵' 송경호(kt 롤스터) 등 연차가 많은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와 동시에 있던 선수들이 잘하는 거 보면 뿌듯하고 힘이 난다. '스맵' 송경호와 동갑인 '미스틱' 진성준(아프리카)의 플레이를 보면 '조금만 젊었으면'이라는 말을 쓰는 게 민폐인 거 같다.(웃음) 그들이 좋은 경기력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 앞으로 계획에 대해 고민할 거 같다
나이가 있다 보니 향후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는 건 사실이다. 프로게이머가 끝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는 생각은 종종 한다. 

- 만약에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면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가?
항상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생각한 건 '팀원들에게 민폐가 된다면 떠나자'다. 데뷔했을 때부터 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년에 선수를 더 하게 되면 팀원에게 민폐가 되지 않고 플러스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표다.

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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