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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이예랑 리코에이전시 대표, "e스포츠는 우주와 같다고 생각했죠"

김기자2020-08-03 19:00

지난 2015년 김현수(LG 트윈스)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을 때 인터뷰를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본 이가 있었다. 당시 '엄마 미소'라고 해서 화제가 됐던 이는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다. 야구에서 시작된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야구와 축구, 골프, 빙상 등에서 많은 선수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최근에 아프리카 프릭스 '기인' 김기인과 합동 방송을 해서 화제가 됐던 쇼트트랙 김아랑(고양시청)도 소속 선수다. 그런데 야구 등 전통스포츠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지난해 말부터 e스포츠에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e스포츠도 전통 스포츠처럼 에이전트들이 활동 중이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내서 활동하는 e스포츠 에이전트는 거의 없다. 혈연, 지연으로 엮이는 경우가 많으며 전통 스포츠 선수와 달리 e스포츠에서는 선수들과의 접촉하는 방식도 다양해서 들어오기 힘든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e스포츠 선수들 사이서 에이전트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다. 

왜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신규 사업 분야로 e스포츠를 선택했을까. 최근 강남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사무실에서 만난 이예랑 대표는 3~4년 전부터 e스포츠에 들어오려고 준비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아리랑TV에서 프리스타일 중계도 했었다고 한 이 대표는 "e스포츠는 잡을 수 없는 우주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조금씩 현실적으로 다가와 설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e스포츠 팬에게는 낯설 수 있을 거 같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이자 많은 분은 야구 에이전트로 알고 있는 이예랑이라고 한다. 

- 야구에서 볼 수 있었던 리코 에이전시가 e스포츠에 들어왔다는 이야기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e스포츠에 들어온 배경을 알고 싶다
야구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자리를 잡은 건 사실이지만 다른 스포츠도 많이 하고 있다. 원래 꿈이 선수를 중심으로 하는 대형 에이전시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에이전트를 할 수 있는 종목이 별로 없고, 에이전트 일도 사업이기에 수익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익이 창출되며 에이전트가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스포츠를 위주로 하게 됐다. 가장 처음 야구를 했고, 이어 골프, 축구를 했다. 그다음에 팀을 꾸려서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네 번째 종목이 e스포츠다. 

제가 바라봤을 때 야구, 축구, 골프가 사람이 많이 찾는 스포츠다. e스포츠는 그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종목이기에 들어오게 됐다. 개인적으로 직접 들어가서 뛰고 싶다는 생각하게 된 종목이다. 제가 e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야구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골프, 축구는 내가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훌륭한 에이전트 분이 많다. 

야구는 처음에는 에이전트를 받아들일 때 선수, 업계가 혼란스러워했다. e스포츠도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선수들도 어리고 에이전트 역할도 모호하다. 리그에서도 에이전트에 대한 규정이 없다. e스포츠는 내가 처음에 야구로 시작했을 때와 똑같다고 느꼈다. 이런 걸 겪어본 사람으로서 e스포츠에 먼저 들어가면 빨리 업계가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국은 에이전트에 대한 정립이 되지 않아서 메이저리그 문을 먼저 두들겼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좋은 것을 많이 배웠다. 이후 한국에서도 '이런 건 있으면 좋겠다'는 부분까지 받아들여서 에이전트 제도가 생겨났다. 물론 메이저리그, 피파가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다른 스포츠에서 경험한 걸 e스포츠에서도 적용한다면 제도를 정립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e스포츠에서 계약을 맺은 선수는 누구인가? '엄티' 엄성현(진에어), '우햘' 성승현, 김선묵 감독(올 나이츠)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하다
다 김종성 e스포츠 팀장(전 e스포츠협회 대외협력/국제교류 팀장)님 덕분이다. 사실 팀장님과 인연을 어떻게 맺게 됐는지 이야기하는 게 더 재미있을 거 같다. 선수들은 팀장님이 인연을 맺어서 같이 보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팀장님은 우연히 지인한테 e스포츠를 하고 싶다고 쫓아다니니까 소개해준 분이다. 가끔 만나서 'e스포츠는 이런 곳'이라고 설명을 해줬다. e스포츠는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지만, 정식적으로 공부를 한 건 4년 정도 됐다. 배우는 기간만 2~3년을 잡았다. 많은 분을 뵙고 조언을 구했는데 팀장님은 그때 뵌 분이며 내가 러브콜을 보냈다.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건 굉장히 오래됐다. 처음에 야구에 들어올 때도 1년 동안 조사에만 쏟아부었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한 거처럼 e스포츠에 대한 시장 조사도 하고 미리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 어떤 씬에 들어오기 위해선 사전 조사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리코에서 분석한 e스포츠는 어땠는가?
처음에 봤을 때는 '우주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거대해 보이는데 막상 내가 손을 뻗어도 갈 수 없을 거 같았다. '잡을 수 없는 거대한 꿈'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은 우주선을 타면 갈 수 있다는데 나는 우주선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더라. '우주가 존재할까. 우주에서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걸까'라고 사람들은 아직도 질문하듯이 개인적으로 e스포츠는 우주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공부를 하게 됐다. 투자 금액, 뷰어 십 등 숫자만 보면 엄청난데 와닿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랬다. 그렇지만 이제 바라보니 '아~ 갈 수 있는 곳이구나. 진짜 매력적이다. 우주는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한테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설레기도 한다. 그런 느낌이 정말 좋다. 

- 워낙 바쁜 분이라서 e스포츠를 챙겨볼 시간이 없을 거 같다. 예전부터 e스포츠에 대해 알고 있었나?
개인적으로 게임을 좋아했다. 재미있게도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IeSF 2008 월드 챔피언십 인비테이셔널에서 3일 동안 영어로 사회를 봤다. 그때 e스포츠에 선수가 있고, 종목이 다양하다는 것에 대해 신기하게 바라봤다. 당시 사인을 받은 티셔츠도 집에 있다. 

아리랑TV에서 프리스타일 리그도 진행했었다. 아리랑TV에서 게임을 중계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가끔 들어갔다. 그러면서 e스포츠가 하나의 산업, 시장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됐다.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e스포츠에 대해 알게 됐으며 스포츠에 들어온 다음에도 계속 관심을 두고 있었다. 

- 북미, 유럽은 선수와 호스트를 담당하는 에이전시 회사가 정말 많다. 그렇지만 한국 e스포츠 씬에서는 에이전트가 혈연, 지연으로 엮인 사례가 많다. 전통스포츠와는 다른 구조라서 리코가 들어와도 힘들 거라는 평가가 있다
학연, 지연은 모르겠지만, 어느 종목이든지 혈연은 많았다. 역사적으로 바라봐도 당연한 거로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족이 에이전트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개인적으로 나쁘다고 바라보지 않는다. 기왕이면 아는 지인이 기존 에이전트보다 더 잘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그랬지만 선수들도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에이전트를 찾는 경우도 많다. 선수들의 니즈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름대로 구축해놓은 인프라, 노하우가 있어서 장점을 살리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 오래전부터 e스포츠에서는 에이전트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하다. 리코가 e스포츠에 들어온 이상 어떤 장점으로 차별성을 둘 생각인가? 
무조건 프로패셔널적으로 가자고 이야기한다. '리코'스럽게 가자고 항상 강조한다. 회사에 소속된 프로 선수들은 프로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들을 상대하는 우리도 노력해서 프로가 돼야 한다고 직원에게 이야기한다. 또 투명성(transparency)에 대해 강조를 하고 있다. 투명하게 정직하게. 당연한 말이지만, 지켜지기 어려울 때도 있다. 

우리는 소속 선수들에게 설명을 많이 하고 있다. 또한 선수가 무슨 선택을 하든지 그 과정 자체가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후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지켜온 가치를 지킨다면 똑같다고 본다. 성공하지 못할 수 있지만, 제가 가진 가치와 철학을 지킨다면 후회는 없을 거 같다. 항상 제 철학이 '후회 없이 살자'다. 내가 가진 회사 철학인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 신뢰성(reliability), 투명성, 그리고 사회 공헌(contribution) 활동은 확실하게 갖고 있다. 제가 e스포츠에 들어가도 그 4가지는 확실하게 지킬 거 같다. 

선수들에는 최고의 계약과 최선의 계약이 있는데 최고의 계약은 사람마다 다르다. 돈 등 선수마다 원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엄청 섬세하다. 그들의 섬세함을 터치해줄 수 있는 계약도 해야 하며 그런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뒷바라지도 해야 한다. 선수들에게는 신뢰성도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다가갔을 때 엄청난 걸 약속하는 거보다 앞에서 이야기한 4가지를 지킬 수 있는 에이전트라면 선수는 당연히 믿고 같이 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사실 결과물을 보이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가 두려운 건 e스포츠 한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리코 별거 없네'라고 하는 거다. 그렇지만 거물급 선수를 데려오지 않는 이상 좋은 선수를 만나서 키워내는 데 드는 시간은 오래 걸린다. 몇 년 후에 어떤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저는 호흡을 길게 보고 있다. 
- 선수와 에이전트는 동반자라고 인식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대한 생각은?
ESPN이 저와 인터뷰를 할 때도 물어본 건데 종목마다 선수들의 성향이 다르다. 분명히 e스포츠 선수들만이 가진 성격, 성향이 있다. 저는 그런 선수들의 성향을 배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계약할 선수들에게 부탁하는 건 "나한테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나는 너를 알고 싶고, 배우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동반자가 되기 위해선 나중에는 선수가 무엇을 필요하는지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내가 뭘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고 하면 '돈'이라고 할 거다. 맞다. 돈이 중요한 선수도 있다. 그런 성향을 빨리 캐치해야 한다. 어떤 선수는 가족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존심이라고 언급하는 이도 있다. 많이 다르다. 사는 환경일 수도 있다. 

우리 소속 선수는 아니지만 어떤 야구선수에게 "해외 진출은 관심 없어요"라고 물어보니 "해외에 가면 인터넷이 느리다"고 말했다. 그 선수는 게임을 좋아했다. 그런 거처럼 많이 만나보지 못하더라도, 동반자가 되려면 성향과 니즈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선수를 알고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 그들과 친해지고 싶다. 그런데 아직 친해지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 (웃음) 생활 패턴도 알아야 하는데 예를 들어 선수들의 카카오톡 스타일도 알아야 한다. 야구 선수만 해도 홈 경기가 편안한 선수, 원정 경기가 편안한 선수, 저녁 시간이 편안한 선수 등 성향이 다 다르다. 그래서 저는 야구 선수의 성향을 파악하고 배려하려고 한다. e스포츠도 처음에 팀장님에게 "e스포츠 선수들에게 카카오톡은 언제 해야 하느냐"고 물어본 적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는 게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 그래도 배움이기에 나를 설레게 한다. 

많지 않지만, 우리 e스포츠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강 기능식품은 무엇인지 생각도 했다. 운동은 필요 없을까,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제품은 무엇일까, e스포츠 선수들에게 적합한 게 무엇인지 공부를 하고 있다. e스포츠를 할 때도 뭔가 제안을 받아도 야구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4종목에 대해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미노 제품을 보더라도 "단백질이라서 순간적인 파워를 내기엔 e스포츠는 도움이 안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스포츠 선수들은 운동은 안 하는지,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선수들은 무엇을 먹는지, 야식을 먹고도 괜찮은지, 식단 관리는 안 하는지 등 저는 그런 게 너무 궁금하다. 선수 생활이 짧기에 기간 중 많은 걸 보여줘야 한다. 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서 공부하는 게 재미있고, 많은 걸 알고 싶다. 기존의 스포츠에서 받아드릴 건 빨리 받아드리고 싶다. 전통 스포츠와의 연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기존 스포츠 선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한 게 빙상 김아랑 선수와 아프리카 프릭스 '기인' 김기인 선수와의 합동 방송이다. 예전부터 팀장님이 아이디어를 줬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김아랑 선수가 우리 사무실에 자주 놀러 온다. 혼자 자리에서 컴퓨터를 하면서 놀길래 "이런 거 한번 해볼래요?"라고 물어봤는데 "저는 정말 좋아요"라고 해서 성사된 거다. e스포츠를 좋아하는 전통 스포츠 선수도 정말 많다. 야구 선수들도 쉬는 시간에 LoL이나 배틀그라운드를 한다. 저는 스트레스를 푸는 건강한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e스포츠도 스포츠의 일환으로 다른 전통 스포츠 선수들과의 교류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다. 

저희 부모님도 초반에는 내가 뭘 하는지 잘 몰랐다. 김현수 선수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할 때 옆에서 나와서 통역을 했는데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집에서도 야구를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왜 저기서 일을 하는지 의아해했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e스포츠가 이렇게 성장할 거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저희 세대에서는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중독이면 도피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이 인터넷이 느리고 기숙사는 셧다운이 되면 인터넷이 끊기기 때문이다. 이제는 게임을 잘하면 대학을 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상상을 못 하는 일일 거다. 저는 e스포츠가 그런 어른들한테도 하나의 좋은 분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에이전트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e스포츠에서도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지만, 저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e스포츠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려면 전통 스포츠와 결합해서 중독 이미지가 아니라 긍정적인 분위기로 비춰야 한다고 본다. e스포츠도 한 가지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잘됐으면 좋겠다. 

- e스포츠에서 어떤 걸 이루고 싶은가? 
그냥 잘했으면 좋겠다. 하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항상 잘하자, 버티자고 말한다. 누가 봐도 '리코는 일을 잘해, 이예랑 대표는 일을 잘해'라고 말하는 게 좋다. 몇 년 뒤에 e스포츠 사람들이 '리코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사진4=아프리카TV. 

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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