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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LCK, 프랜차이즈로 향하다 5편 - DRX 최상인 대표가 말하는 e스포츠 비즈니스의 본질

박상진2020-07-13 08:00


DRX는 최상인 대표의 디알엑스 주식회사가 팀을 인수한 이후 약 8개월 만에 LCK의 강팀이자 영향력 있는 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작년 말 디알엑스 주식회사는 FEG에서 스핀오프된 킹존을 인수하며, 팀명을 자체 브랜드인 DRX로 리브랜딩하였다.

게임단으로, 그리고 기업으로 역사는 짧지만 이들이 LCK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다. 신인급 선수 3명을 데리고 스프링 스플릿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서머 시즌에서는 이들의 가능성과 함께 기존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다양한 SNS 연재 게시물과 영상 콘텐츠 시리즈를 LCK 최초로 선보이며 짧은 시간에 팬덤을 구축했고, 최근에는 카카오와 맥라렌이 새로운 스폰서로 합류할 정도로 그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과연 어떠한 힘이 LCK 프랜차이즈를 앞두고 8개월 차 팀인 DRX를 주목받는 팀으로 만들었을까. DRX 최상인 대표 겸 단장을 만나 지난 8개월간 그와 DRX 선수단, 사무국, 그리고 팬들이 어떻게 팀을 만들어 나갔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이와 함께 카카오가 DRX와 함께한 이유, 그리고 많은 관심을 끈 재무적 부분에 대해 대화도 나눴다. 최상인 대표 겸 단장은 인터뷰 내내 e스포츠와 팀, 그리고 브랜딩에 대한 본질성을 강조했고 이러한 그의 방향성이 지금의 DRX를 만들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DRX에서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팀에서 주로 어떤 일을 맡고 계신가요
DRX는 크게 선수단과 사무국으로 나뉘는데, 선수단의 목표는 롤드컵 3연속 우승이고 사무국의 목표는 LCK 최고의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저는 대표로서 모든 구성원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고,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휘하며, 때로는 직접 실행도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DRX가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통해 지속 가능한 매출을 만들고 팀과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성장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죠.

대표를 맡고 있지만 현장에서도 열심히 활동 중이시죠. 특히 DRX 마스코트인 '렉스'로도 활동하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렉스는 제가 아닙니다. 렉스의 정체성은 저와 달라요. 최상인과 렉스는 한 조직 내에서 다른 구성원이고 서로 다른 역할을 합니다. 나중에 렉스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그 친구는 대답 대신 몸짓을 해줄 겁니다.

최근 DRX 팀 분위기를 보면 밝고 즐거운데 성적도 잘 나오고 있죠.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동안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일을 할 때는 항상 핵심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합니다. 구성원들의 역할과 그 본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죠. 목표와 방향성을 정하고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이해하면 세부적인 방법은 각자에게 맡깁니다. 우리는 모두 프로니까요. 엄격한 규율이 없더라도 서로가 조직 내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자기의 자리에서 최고가 될 정도로 노력한다면 모두가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죠. 선수단과 사무국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성공 여부에 관계 없이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지금의 DRX는 각자의 분야에서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자신의 역할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좋은 분위기도 유지되고, 자연스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매우 신납니다. 이런 DRX의 문화가 경기력과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처음 선수들에게 제 생각을 전했을 때만 해도 다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채로 고개만 끄덕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다들 제 생각을 이해하고 저를 신뢰해준다는 느낌이 듭니다. 선수들이 진정으로 즐겁게 게임해줘서 단장으로서 더는 바랄 게 없다는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한 적도 있죠. 이런 즐거운 팀 문화와 분위기가 밴픽부터 경기 내용까지 과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만들어내는 데 한몫 한다고 봅니다.
 


대표 본인의 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어야 내부 조직 문화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긴 시간도 아니고 8개월 정도의 시간 만에 선수단과 사무국, 그리고 스폰서십까지 모두 정비했는데 과거 e스포츠 관련 경험이 있어야 가능할 듯합니다
원래 전략 컨설팅에서 일했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전사 전략 프로젝트, M&A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스포츠와 연이 닿은 건 오피지지에서 최고제품책임자로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죠. 오피지지에서 근무하며 이스포츠의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되었고,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펍지 주식회사를 거쳐 킹존 드래곤X를 운영하던 FEG에 최고전략책임자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스포츠 지원 사업의 일환인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맡기 위해 합류했는데, 점점 역할이 커져 킹존 분리 과정에서 DRX의 대표에 단장직까지 맡게 됐습니다.

FEG 소속 킹존 드래곤X에서 디알엑스 주식회사의 DRX가 되는 과정이 정말 대격변 수준이었는데, 쉽지 않은 시기였을 거 같네요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FEG에서 킹존 드래곤X 팀의 세일즈를 담당하던 중 갑작스레 DRX를 직접 맡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게 작년 11월이었어요. 가장 처음 한 것은 재정 확보였어요. 소속 선수들과 직원들이 급여와 보상을 받아야 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제가 상당 부분 재무적 리스크를 감수하게 됐지만, 결국 1월에는 충분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에는 팀의 본질 가치 향상을 위해 타이틀 스폰서를 지우고 자체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리브랜딩을 집중적으로 진행했어요. 이때 단장을 선임하려 했으나 시기가 맞지 않아 대표와 함께 단장 역할까지 하게 됐죠. 처음에는 사무국 직원 셋과 '데프트' 김혁규만 남아있었어요. 마치 폭풍이 지나간 농장에 찾아가니 한 마리의 알파카만 덩그러니 남아 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같았죠.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혁규가 있었기에 DRX를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혁규는 자신의 꿈이 롤드컵 우승이라고 말했고, 저는 꿈을 이뤄주겠다고 했죠. 혁규는 그걸 믿고 함께 하겠다고 해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제 말을 믿어줬나 싶기도 하네요. 이후엔 김대호 감독을 만났고, 두 번째 만남 만에 함께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많은 부분들이 잘 통했어요. 그 뒤로 많은 분들이 아시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선수단을 구성해야 했고, 자신도 있었지만 상황이 복잡해 조심스러웠어요. 만나는 선수들에겐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이야기해줬어요. 힘든 시간이 이어졌죠. 하지만 허황된 말로 선수들을 현혹시키기는 싫었어요.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케리아' 류민석이나 '표식' 홍창현, 그리고 '도란' 최현준 같은 이번 시즌 DRX에서 활약하는 신인 선수들이 자리 잡을 수 없었겠죠.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네요
선수들에 대해선 정말 할 얘기가 많아요. 먼저 민석이는 당시에도 이미 리그 탑 수준 서포터와 비교해도 우위가 있는 선수였어요. 저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진행했던 테스트에서도 민석이가 있는 팀이 항상 다 이겼어요. 정글인 창현이는 김대호 감독이 자신한 선수입니다. 엄청난 정글러로 만들 수 있다고 자부했고, 단장으로서 흔쾌히 감독의 선택을 믿어줬습니다. 현준이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지훈이는 김대호 감독이 놓아주려고 하던 걸 제가 가서 설득해보자고 얘기했을 정도였죠. 저도 급했어요. 꼭 함께 하고 싶었는데 결국 우리 미드에 지훈이가 서게 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그래도 스프링 시즌은 혁규와 지훈이가 최고의 선수들이긴 해도 신인 선수가 셋이나 있으니 큰 기대를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원래 팀의 목표도 서머 시즌부터 본격적인 성적을 내는 것이었죠. 근데 스프링 초반부터 기대 이상의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초반엔 '우리가 왜 이기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들, 사무국까지 모두 잘해준 덕이죠. 외부에선 조금 아쉬운 성적이라고도 이야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멋지게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래서 스프링이 끝나고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서머를 준비했어요. 서머 시작 전 워크샵도 다녀오면서 팀 결속력도 다졌고요. DRX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셈이죠.
 


DRX의 SNS 활용도 다른 팀에 비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경기 사진이나 이후 모습 등 사진 위주로 운영되는 다른 팀 SNS와는 다르게 DRX SNS는 경기 후 감독-선수 코멘트 등도 확인할 수 있고, 팬 참여가 가능한 이벤트도 활발히 진행됩니다.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SNS를 활용하고 있을까요
SNS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DRX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기존 프로스포츠 팀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었습니다.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팀에 이름을 걸고 기업을 홍보하는 용도였죠. 그러나 DRX는 기존 스폰서십과 달리 팀의 본질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DRX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정립돼야 한다는 뜻이죠. 이스포츠 팀에서 대표적인 스폰서십은 팀 네이밍 스폰서 또는 타이틀 스폰서였습니다. 팀 입장에서 봤을 때 팀의 본질적인 가치를 끌어올릴 수 없는 구조예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팀은 그 자체로 높은 가치를 가진 브랜드가 돼야 했어요. DRX 대표가 되자마자 팀 운영에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고 킹존 드래곤X에서 드래곤X로, 그리고 DRX로 리브랜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이후엔 DRX가 가진 젊고 열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긍정적으로 도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했죠. 후원 금액 규모도 고려하지만 본질적으로 서로가 추구하는 바가 같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브랜드와 브랜드가 만나서 더 큰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거죠. 이 과정에서 SNS가 활용됩니다. SNS는 단순히 팬들에게 팀이 가진 것들을 보여주고 노출하는 매체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팀이고,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왜 하려 하는지 팬들과 소통하는 장소죠. DRX가 팬들에게 전하는 모든 것들은 팬들에게 'DRX'라는 자부심을 제공하기 위한 요소들입니다. DRX의 일원이라는 자부심. DRX를 응원하고 분위기를 경험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함께 만들어내는 거죠.

앞서 언급한 이야기 중에 팀 재정 상황을 빠르게 해결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것을 하기 위해 결국은 팀 운영자금이 필요하고, 스폰서십 역시 팀 재정을 위해 진행하죠. 제일 해결하기 힘든 문제고, 이 문제로 고생하는 팀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곧 도입될 프랜차이즈 역시 재정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이걸 빨리 해결할 수 있던 이유가 있을까요
팀 가치의 성장과 비전 수립에 필요한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했고, 그것들을 하나씩 갖추어 나가며 투자를 유치했어요. 투자자들에게는 DRX가 나아갈 방향,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치들을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유했어요. 그 덕에 이제는 오히려 먼저 투자나 파트너십 제안을 받는 팀이 됐죠. 저는 파트너들에게 이룰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은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 스스로가 DRX의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었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e스포츠라는 업계 자체가 성공 가능성과 함께 성공하면 어떤 효과를 얻게 될지 불분명한 시장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팀 비즈니스는 우승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한데, 실제론 단순히 성적만 잘 낸다고 비즈니스가 되지는 않습니다. 비즈니스엔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이 필요해요. 아까 이야기한 SNS를 예로 들면, 성적이 좋은 팀이 SNS에 게시물을 올려도 반응이 적은 경우가 많았어요. 황당하죠. 그렇게 인기가 많은 e스포츠의, 높은 성적을 가진 팀도 별 효과를 내지 못했죠. 이 부분에서 T1은 선구자적 역할을 해줬어요. 저도 T1과 '페이커' 이상혁이 이루어낸 성과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자극을 받았죠. 새로운 영감도 얻을 수 있었어요. 저는 지금까지 선배님들이 이루어낸 업적을 계승하여 지금의 우리가 반드시 헤쳐나가야 할 부분을 찾아 도전해가고 있습니다. 팀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선수들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절실히 임하는 과정 또한 가감 없이 조명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한낱 시간 때우기용 컴퓨터 게임일 뿐일 수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우리 선수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왜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지 담아내려고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팬들과의 신속하고 왕성한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팬 피드백을 분별 있게 해석하고 때로는 겸허히 수용하여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저희는 DRX라는 팀과 소속 선수들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DRX Deft'는 단순히 롤을 잘하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롤드컵 우승이 누구보다도 절실한 8년 차 베테랑 선수로서 DRX를 묵묵히, 강력하게 이끌어 주는 모든 원딜러의 로망이 되는 것이죠. 이 선수의 스토리가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각인되면서, 'DRX Deft'는 팬들이 진심으로 응원하고 존중할 수 밖에 없는, 팬들이 가장 응원하는 팀의 주장이자 알파카가 됩니다. 카카오, 맥라렌 등이 DRX의 새로운 파트너로 합류한 이유도 이런 부분에 대한 서로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DRX는 팬에게 자부심을 제공하는 팀입니다. 제가 지금 입고 있는 DRX 티셔츠가 있는데, 1년 전에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면 왠 이상한 알파벳이 새겨진 헝겊 조각이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지금 저희 팬들은 팀 이니셜이 박힌 이 옷을 통해 DRX라는 자부심을 입습니다. 이 옷을 보고, 사고, 입는 그 프로세스가 DRX의 문화를 깊숙이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이 되는 것이죠. 이렇듯 우리는 파트너들에게 선수와 팬들과 무엇을 함께 해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했고, 이를 조금씩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과제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무국, 그리고 좋은 성적을 내준 선수단 덕분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 어떤 후회도 남지 않도록 모두가 절실히 일하고 있습니다.

 


DRX가 프랜차이즈 도입을 앞두고 카카오와 함께한다는 소식을 알렸죠. 카카오는 전통 스포츠에 단 한번도 투자나 후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DRX와 함께할 수 있었을까요
카카오와 DRX가 함께 하기로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일주일이었습니다. 처음 카카오 사옥에 방문했을 때, 여러 부서의 임직원 분들이 자리하여 저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해주셨어요. 그 자리에서 저는 DRX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그리고 그 방향에 대해 꽤 구체적으로 제시하였고, 저희 브랜드의 섬세한 결에 대해서도 열심히 설명하였습니다. 과거 네이밍 스폰서십이 제공하던 방식보다, 현재 저희가 추구하는 자체 브랜드 기반의 메인 스폰서십이 어떻게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 드렸습니다. DRX와 카카오의 IP를 활용하여 센세이셔널한 작품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을 남기며 마무리하였는데, 다행히 모두들 꽤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카카오프렌즈를 위한 브랜드 마케팅을 함께 고민하고 실행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킹존 드래곤X가 DRX가 된 지 반년이 지났고, 처음의 상황에 비춰보았을 때 지금은 성공적인 상황입니다. 선수단은 성적을 잘 내고, 팬도 많아졌고, 스폰서십도 튼튼하죠. 8개월간의 DRX에 대해 정리해보자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8개월간 달려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LCK 팀들은 저희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이끌어 줄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LCK 팀을 넘어 글로벌 프로 스포츠팀 또는 산업을 불문하고 성공한 브랜드입니다. LCK에서 DRX가 여러모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 받지만 우리의 목표는 훨씬 더 먼 곳에 있습니다. DRX는 아직 시작하는 과정이고, 첫 단추는 잘 끼웠지만 아직 큰 결실을 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수들이 즐겁게 게임하고, 생활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고 감사한 점입니다. 힘든 과정이지만 구성원들은 모두 맡은 바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어요.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해서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잘 마련한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LCK 프랜차이즈 도입은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프랜차이즈화는 LCK에 너무나 필요한 일이고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전 본격적으로 DRX를 이끌기 전부터 프랜차이즈 도입을 예상했고, 초창기 투자를 유치하는 단계부터 이를 전제로 준비해왔습니다. 프랜차이즈화엔 고려할 것이 많은데, 라이엇에서 제시한 프랜차이즈의 비전과 방향성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거의 일치했어요. 단순히 리그 규모만을 키우는 걸 목표로 하거나, e스포츠 팀이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면 가치 상승에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엇은 리그 자체의 가치를 높여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계획과 방안을 갖춘 느낌이었습니다. 서로 추구하는 것이 잘 부합하여 DRX가 LCK와 함께 상생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LCK가 발전하기 위해 확대해야 할 팀들의 3가지 본질적 핵심 가치는 경기력과 글로벌 팬덤 그리고 충분한 자본력입니다. 이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리그 차원에서 갖춰야 하죠. 또 프랜차이즈가 안정화되면, 리그와 산업의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중계권 등을 기반으로 전체적인 산업 규모와 가치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도입을 앞두고 진행한 모든 인터뷰에서 어떻게 투자 받고, 어떻게 벌고, 어떻게 재투자 할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DRX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계획 중인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올해 초, 팀 운영을 위한 충분한 투자금을 유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또다른 대규모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는데, 이를 통해 DRX는 LCK 팀들 중 가장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팀들 중 하나로 도약할 예정입니다. 현재 저희의 사업 현황 및 향후 계획을 고려하였을 때, DRX는 1-2년 내에 선수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면서도 LCK에서 가장 안정적 수익 구조를 지닌 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DRX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팀의 수입에서 스폰서십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다른 지속가능한 매출을 확보할 사업 계획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중 하나가 MD입니다. 팀을 리브랜딩 하면서 '평소에도 선수와 직원들이 마음껏 입을 수 있는 훈련용 티셔츠와 유니폼을 제작하자'는 데서 아이디어가 시작됐어요. 유니폼 제작부터 판매까지 잘 짜여진 계획 하에 진행했고, 모두가 예상하던 것 이상으로 높은 판매량과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작년 동기 대비 월 매출이 무려 120배 이상 상승했거든요. DRX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고, 의류 자체의 퀄리티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결과라고 봅니다. 저희는 아직 선수 이적료를 통해 매출을 크게 올릴 계획은 없습니다. 오히려 선수 육성에 대한 비전과 욕심이 있어 현재 1군부터 4군까지 약 40명이 넘는 선수와 9명의 코칭스태프를 갖추고 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 한 종목에서만 말이죠. 저희는 능력 있는 재원들이 중국, 북미 등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최고의 대우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LCK의 한 구성원으로서 DRX의 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올해 말에 DRX 게이밍 하우스 설립 또한 앞두고 있습니다.

LCK 프랜차이즈에 합류한다면 DRX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까요
DRX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신나게 도전하는 팀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갖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면서,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또 한없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팬분들에게 저희 선수단은 항상 과분한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는데, DRX를 응원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팬분들이 긍정적 영감을 많이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DRX는 롤드컵 3연속 우승을 달성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는 팀이 될 것입니다. 팬분들이 DRX라는 알파벳 세 글자로부터 가슴 깊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정진해 나가려 합니다. 

지난 8개월 동안 DRX 출범부터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인터뷰를 마치며 프랜차이즈 도전을 앞두고 DRX를 지켜봐 주시는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 할 때는 선배들이 양질의 조언과 가이드를 회초리와 함께 귀에 박아주시지만, 조직 내 지위가 높아질수록 조언과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현저히 줄어듭니다. 저도 DRX의 대표가 된 이후론 회사 내 다른 누군가에게 날카로운 조언을 듣거나 혼나본 적이 거의 없어요. 다행히 팬분들께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말 많은 피드백을 주셔서 저에게는 진실로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팬분들이 사무국이나 회사 대표의 입장에서 DRX 관련 이슈를 열과 성을 다해 걱정해주실 때 처음에는 엄청 신기했는데, 지금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저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팬 여러분을 팀을 함께 운영하는 동반자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DRX의 집단 지성은 사실 단장인 저보다 항상 더 신속하고, 영리하고, 매섭습니다. 앞으로도 초심 잃지 않고 여러분의 소리를 폭넓게 듣고 신속히 적용하겠습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말씀 드리자면, 사실 지난 8개월 동안 DRX의 가치를 높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팬 여러분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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