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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경민의 클로즈업] 불 꺼진 무대와 ‘젤리’ 손호경... 조연에서 주연이 되기까지

모경민2020-06-01 19:58


주전이라는 조명은 혼자 만들 수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 뒤에 묵묵하게 선 한 사람. 무대에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그 사람을 바로 서브라고 부른다. ‘젤리’ 손호경은 2017년 아프리카에 입단했지만 주전으로 출전했던 2020 시즌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손호경은 KeSPA컵에서 브라움으로 저격 밴을 받기에 이르렀고 이후 스프링 시즌까지 꾸준한 활약을 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의 위기였던 스프링 2라운드, 손호경 역시 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미스틱’ 진성준을 보좌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연패의 늪에 빠진 아프리카는 플레이오프에 진입하지 못하고 정규 시즌을 6위로 마무리하면서 손호경에 대한 평가 역시 서서히 가라앉게 된다.

2015년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지만 오랜 아마추어 경력과 서브 생활로 빛을 볼 수 없었던 손호경. 서포터라는 라인 특성 때문에 더더욱 스포트라이트가 느렸다. 그러나 반대로 그의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조연에서 주연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 불 꺼진 무대 위에서 홀로 연습하던 그 시간이 손호경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미스틱’ 진성준과 함께 만들어갈 2020 LCK 서머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프링 정규 시즌 이후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휴가가 길진 않아서 짧게 쉬고 솔로랭크에 매진하면서 지냈어요. 사실 휴가 기간에도 한 게 없어서... 잠깐씩 메이플 스토리 하면서 보냈어요. 

스프링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1라운드에서 2라운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연패가 시작됐어요.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T1까지 잡았는데, 의아했던 부분이에요
저희도 연패가 갑자기 찾아와 대처하기가 힘들었어요. 연습 경기가 썩 좋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1라운드와 상반된 결과가 나오다보니 심적으로도 갈피를 못 잡아 선수들 멘탈도 좋지 않았어요. 그걸 수습하려고 감독, 코치님들이 이것저것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극한으로 치닫아서 누굴 탓할 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다 같이 힘들었어요.

당시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나요
상대할 때 패턴이 까다롭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밴픽적으로 변수가 나오는 포지션도 제한되어 있었고, 개개인의 컨디션까지 좋지 못했거든요. 상대의 파훼법을 견딜 기량도 못 됐어요.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저희 팀은 숙소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게 엄청난 감점 요인이었어요. 대회장에 가면 더 긴장감 속에서 게임에 들어가거나 대회장 갔을 때 과감한 플레이가 잘 나왔는데 연습실에서 하니까 전체적으로 힘들었던 거 같아요.

패턴이 까다롭지 않다는 건 밴픽적인 이야긴가요 플레이적인 이야긴가요
상대가 미드 쪽에 밴 카드를 소모하면, 여러 조합을 준비해도 단조로워지는 느낌이 있어요. 팀적으로 그런 부분을 고쳐나가기가 힘들었죠.
 

아까 짚어주셨듯 시즌 마지막엔 거의 모든 선수가 흔들리는 모습이었어요
제가 5연패 즈음에 한 번 흔들렸어요. 게임에 들어가면 다 질 것 같아서(못 하겠다) 이야기했었거든요. 그래서 스크림에서 3일 정도 빠지고 솔랭만 돌리니까 멘탈이 돌아오더라고요. 또 연패할 때에도 처음엔 괜찮았어요 1, 2연패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뒤로는 너무 당연하게 지는 그림이 나와서 사기가 정말 많이 떨어졌고 방법도 말뿐이지 와닿는 것도 없었고요. 아마 코치님들도 답답하셨을 거예요.

‘내가 게임에 들어가면 질 것 같아서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스스로 많이 자책한 거 같아요
연패 할 당시에 누구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았고 왜 질까 이 생각은 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내가 문제라서 팀이 이렇게까지 망가지나, 이런 생각도 했죠. 개인적으로 2라운드 마지막에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었는데 연패로 못 보여드린 거 같아요.

사실 패배가 계속되면 팀원 모두 ‘내가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거 같아요. 그런 부분은 소통해서 풀어나가야 하잖아요. 혹시 팀원들과 나눈 이야기는 없나요
내부적인 이야기는 깊게 얘기해드릴 순 없지만, 대회 영상 돌려보면서 피드백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팀원들과는 힘들어도 이야기하려고 노력해요. 어떤 점이 문제였고 이걸 고쳐야 방법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도 힘든 와중에 본인이 팀에게 할 수 있었던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사실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 말을 잘 못 하는데 그래도 팀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때는 ‘내가 해줄 테니 다 믿고 들어와라’ 이런 말은 했었죠. 

본인은 원딜에게 맞춰주는 편인가요 주도적으로 라인전을 이끌어나가는 편인가요
두 개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이 편한 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게 편한 거 같아요. 제가 마음대로 돌아다닐 때가 있어요. 그 과정에서 성준이 형은 바텀 라인에 혼자 노출이 되잖아요. 제가 “나 필요해?”하고 물어보면 일단 “오케이” 하고 대답은 나오긴 하는데요. 아마 탐탁지 않았을 거예요. 성준이 형은 본인 위주의 플레이를 좋아하니까요. 일단 저를 밀어주는 거죠. 

이번 시즌은 밴픽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던 시즌이에요. 아프리카는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인가요
밴픽이 잘 되면 누구나 “이 판 이겼다” 하고 말해요. 하지만 밴픽 싸움에서 꼭 이길 수만은 없고 하다 보면 꼬일 수 있잖아요. 밴픽이 꼬일 경우는 그냥 처음 생각했던 조합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이죠. 

개인적으로 선호했던 메타랑 선호하는 챔피언이 있을까요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들이미는 챔피언을 좋아해요. 탱커 챔피언이나 원거리 서포터라도 과감하게 들어가서 판을 만들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챔피언이요. 예를 들자면 라칸이나 파이크 같은 챔프가 있죠. 그렇다고 원거리 AP 챔피언을 싫어하진 않는데 팀적인 방향으로 볼 때 리스크가 있으니까요.
 

인터뷰 도중 ‘미스틱’ 진성준 선수가 깜짝 등장했는데, 이에 맞는 질문을 해야겠죠. 미스틱 선수와 젤리 선수가 선호하는 챔피언, 플레이가 비슷한 편인가요
제가 성준이 형한테 맞추면 바텀을 박살 낸다 이런 느낌이고 제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때는 바텀을 이겨놓고 상체까지 박살 낸다 이런 느낌이에요. 선호하는 챔피언은 비슷하지만 이런 부분이 조금 다른 거 같아요.

사실 미스틱 선수는 아펠리오스와 미스 포츈 두 챔피언이 주류일 때도 애쉬나 케이틀린 같은 챔피언을 활용했어요. 1티어 챔피언을 두고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해요
외부에선 의아하게 생각한 경우가 많은데 내부적으로는 괜찮다고 판단했어요. 성준이 형이 잘하기도 하고, 게임 내에서도 할 만하다 싶어 큰 부담감은 없었어요. 

여러 팀을 거치면서 다양한 원딜을 만났을 거예요. 젤리 선수가 보기에 미스틱 선수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다양한 원딜을 만난 건 아니거든요. 근데 그중에서 생각해보면 상당히 공격적인 편인데 또 도구의 말을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해요. 본인도 라인전에서 불편한 게 있으면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편이고요.

혹시 프로게이머 중에 롤모델이 있을까요
롤모델이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여전히 잘하고 사람도 좋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테디’ 박진성 선수요. 3개월 정도 같이 했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참 한결같으면서도 게임에 임할 땐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어요.
‘미스틱’ 진성준: 나도 잘하고 사람 좋잖아.
‘젤리’ 손호경: 형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데 형 말하면 주작 같잖아. 

젤리 선수의 선수 생활 목표가 있다면요
당연히 선수의 최종적인 목표는 우승일 수밖에 없죠. 근데 개인적으로 지금 상황이 불만족스러워요. 제가 받는 평가나 순위도 그렇지만, 스스로 “왜 이거밖에 못 하지?” 싶은 거죠. 오래 서브 생활을 하기도 했고 관심과 평가는 잘하면 당연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해서 딱히 아쉬웠던 적은 없어요. 차라리 경기를 보면서 왜 내가 이것밖에 못 했지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거 같아요. 팬분들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노력 열심히 해야죠.
 

지난 방송에서 키보드에 물 쏟았던 장면이 화제였어요. 본인이 쏟은 게 아니지만 본인의 실수가 되어버려서 억울하진 않았나요
그때 되게 당황했거든요 경기 끝나고 보는데 SNS에 올라왔더라고요 워터프루프 키보드로. 이슈가 난 걸 이렇게 써먹을 수도 있구나 싶었죠.

기본적으로 앱코가 아프리카에 장비 지원을 하기도 하지만 키보드 종류가 워낙 많아요. ABKO K8700을 쓰는 이유가 있다면요
제가 게임을 할 때 키보드가 안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그 키보드가 좀 묵직해서 터치해도 움직이지 않아서 사용하고 있어요.

이제 곧 서머가 시작하게 될 텐데 목표가 있을까요
서머는 1라운드 2라운드 둘 다 스프링보다 좋은 성적 내는 게 목표예요. 서머 우승하고 롤드컵 직행하고 싶어요. 

‘기인’ 김기인 선수가 잘해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기인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잘하는데... 요새 하는 거 보면 캐리력이 부족한 거 같다. 좀 더 분발해줬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끝으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서머 들어가서 9팀 상대로 라인전 꼭 다 이길테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2라운드에 저희 경기 보면서 얼마나 속에서 열이 나셨을지 이해가 돼요. 서머 때는 최소한 1라운드 같은 경기력으로 우승해서 롤드컵 직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경민 기자 raon@fomos.co.kr
사진=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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