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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의 티타임] 스프링이란 풍파 견딘 '써밋' 박우태, 내면의 단단함을 말하다

이한빛2020-05-19 20:21

2019년 LCK로 승격한 샌드박스 게이밍은 스프링과 서머에 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성공적인 첫 해를 보냈다. 스토브리그 동안에도 샌드박스는 주전 라인업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2019 LoL KeSPA컵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2020 시즌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2020 LCK 스프링 개막과 함께 그 기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샌드박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였던 '써밋' 박우태는 이번 스프링 동안 웃을 일이 많지 않았다. 팀 성적이 저조했을 뿐만 아니라, 2019년 풀타임 주전을 소화하던 것과 달리 '론리' 한규준과 교체 출전하면서 출전 시간도 줄어들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단 압박 속에 독자적인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고, 박우태를 비판하는 여론이 생겨났다.

박우태에게 별로 웃을 일이 없었던 스프링을 보냈음에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그는 씩씩했다. 자신에게 향한 비판을 수용했고, 이겨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속상하고 억울하면서도 결국 훌훌 털어내고 서머를 보며 달리겠다고 다짐하는 박우태. 다가오는 서머에서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탑 라이너를 맡고 있는 '써밋' 박우태라고 합니다.

승강전이 끝나고 시간이 제법 흘렀어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승강전에 가서 휴일이 많이 없었어요. 쉬는 것보다 돌아가서 연습 위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승강전에서 잔류를 확정 지은 소감이 듣고 싶어요
승강전에 가서 게임하니까 묘했어요. 기분이 안 좋았죠. 절망을 비롯해서 복잡한 감정들이 섞였어요. 한 번 갔다 오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감정이었어요. 그래도 경기는 치러야 하니까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무관중과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스프링 스플릿은 어땠나요
무관중은 말 그대로 어색했어요. 온라인으로 경기를 치를 땐 대회하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임할 수 있었지만, 팬들을 만나지 못해 허전했죠.

샌드박스는 스토브리그 동안 주전 로스터를 유지했고 KeSPA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았습니다. 본인이 기대했던 성적과도 격차가 컸나요
갭이 꽤 컸어요. 원래 목표는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가능하다면 결승전에 오르는 것이었어요. 포스트시즌 정도는 꼭 가야하지 않았나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스프링을 돌이켜 봤을 때 어느 부분이 아쉬웠나요
리그 초반에 연패를 할 때 보이던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어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정신 없이 달리다 보니 성적까지 안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코치진 분들도 정말 열심히 노력해주셨지만 결과론적으로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방향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소포모어 징크스가 아니냔 말도 있었어요
그런 말도 다 핑계라고 생각해요. 그냥 저희가 못했습니다. 간절함과 도전정신도 처음 LCK에 도전했을 때보다 약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기자: 리그 수준이 전체적으로 올라간 것도 성적에 영향이 있었다고 보나요?) 19년 스프링과 비교해서 20년 스프링은 확실히 다들 잘해졌어요. 한 단계 도약했어요. 저희 팀은 머물러 있거나 퇴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프링에선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고 '론리' 한규준과 교체 출전을 했어요
팀 주전 멤버 전원이 한 번씩은 교체를 당했어요. 저를 포함해서 다들 흔들리고 있다, 명확한 색깔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단 것을 알았죠.
승강전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번 승강전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하던대로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팀 다이나믹스에게 패배한 후부턴 상대팀에 맞춘 밴픽과 전략을 짰습니다.

승강전에서 만났던 팀 다이나믹스는 어땠나요
시작 전엔 방심을 많이 했어요. 승강전에 가도 절대 안 떨어질거란 생각이 있었는데 완패를 당하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다이나믹스란 팀이 잘하고 저희가 오만했음을 깨달았어요. 

이후 그리핀과 서라벌 게이밍을 꺾고 잔류에 성공했죠
그리핀전 땐 간절함이나 절실함이란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었어요. 죽어도 이겨야 한단 생각만 들더라고요. 서라벌전에서 승리한 후엔 멍했습니다. 이겨서 정말 기쁜데 긴장이 풀리고 안도하면서 몸이 축 쳐졌어요. 피곤함이 그제서야 몰려오더라고요. 

서라벌전에서 '온플릭' 김장겸 선수와 함께 한화생명 인장을 띄웠는데 서로 협의가 됐던 건가요
제가 아이콘 창에 거의 모든 팀의 아이콘을 다 넣었어요. 김장겸 선수가 절 따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제 모니터를 보고서 몇 개 넣은 것 같더라고요. 경기 중에 띄우기 전까진 저도 몰랐어요. 사실 경기 전에 커뮤니티를 보니까 팬분들께서 "샌드박스가 그리핀과 서라벌을 꺾고 잔류하길 바란다"는 내용을 봤어요. 이기고 싶은 간절함 위에 승리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던거죠.

야마토캐논 감독님이 5월 초에 합류했습니다
채팅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본 정도가 전부예요. 저는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통역사님과 함께 얼굴을 보고 소통을 해보고 싶어요. 감독님이 카리스마와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이셔서 기대가 됩니다. 반면 첫 LCK 외국인 감독님이시니 한국팀에 잘 적응하실지와 바로 소통이 안 된다는 부분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팀내에 혹시 영어를 잘 하는 선수가 있나요
'고릴라' 강범현 선수랑 김장겸 선수요. 김장겸 선수는 고학력자에, 강범현 선수는 유럽에서 활동했던 선수답게 영어가 유창하더라고요.

승강전에서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줬던 만큼 서머 때 박우태 선수의 명품 아트록스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아트록스는 밴픽이나 경기 구도에서 무난하기 때문에 플레이를 하고 있어요. (기자: 그럼 본인이 좋아하는 픽은 뭔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동성이 좋거나 폭발적인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챔피언을 좋아하죠.

팀에서 원하는 플레이와 선수 본인이 원하는 플레이가 조금 다른데 어떻게 조율을 하나요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렇게 플레이 하기 위해 아트록스를 많이 연습했고요. (기자: 그래도 탑 라이너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단 욕구를 참기 쉽지 않을텐데요) 절대 쉽지 않아요. 사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뇌절'이 나왔어요. 패배가 쌓여가면서 내가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팀이 패배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불리한 양상 속에서 뭔가 제스쳐를 취해야 이길 수 있단 생각으로 나선건데 돌이켜 보면 안 좋았죠. 제 독단적인 판단이었고, 결과적으로 아쉬웠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자신의 부족한 점을 피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씀하고 계신 것 같아요
못한다는 커뮤니티 반응을 봤을 땐 '내가 못한 것이 맞다. 미안하다.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다이나믹스전을 패배하고 SNS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거든요. 다이렉트 메시지(DM)으로 "쓰레기 같다" "강등되어서 오지 마라"라는 말도 들었는데, "죄송합니다. 남은 경기 꼭 이겨서 탈출하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어요. 멘탈에 대미지를 안 받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것도 제가 견뎌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악플은 안 좋습니다.

혹시 멘탈이 단단하단 소리 많이 듣지 않나요
저도 제 스스로가 이상해요. 속을 못 읽겠단 소리도 많이 듣고요. 멘탈이 강하냐고 물어보신다면 악플을 볼 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서 아닌 것 같거든요. 분명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한데, 금방 "아, 배고프다"라고 하면서 털어버려요. 회복이 빠른 게 아닐까요?

약 한 달 뒤면 서머 스플릿이 막을 올립니다. 다가오는 서머는 어떨 것 같나요
꼭 이기고 싶습니다. 정말 이기고 싶어요. 다이나믹스 상대로 꼭 이겨서 리벤지를 하고 싶고, 저희가 스프링에서 바닥을 봤던 만큼 다가오는 서머에선 간절함을 되새기며 경기에 임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좋은 경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탑 라이너들 중 특출한 장점이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서머도 무관중으로 진행할지 모르겠는데 어서 만나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스프링부터 승강전까지 응원하시는 분들께 힘든 때였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웃는 일만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한빛 기자 mond@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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