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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경민의 클로즈업] e스포츠를 사랑하던 소녀, 우리 곁으로 오다... 최시은 아나운서의 도전기

모경민2020-02-25 20:17


리그는 멈췄지만 그녀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애정의 깊이 또한 14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위클리 LCK MC에서 KSL 아나운서, 또 카트 걸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최시은 아나운서의 애정은 올해 카트라이더로 향했다. 비록 현재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리그가 무기한 연기라는 국면을 맞았지만, 분명 카트라이더가 펼쳐지는 넥슨 아레나는 선수들과 최시은 아나운서, 해설 위원들의 열정으로 가득했다. 

최시은 아나운서는 스타크래프트로 시작해 e스포츠를 사랑하게 된 지 14년이 훌쩍 넘었다며 e스포츠와 동행한 시간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어린 소녀가 e스포츠를 사랑하고 훌쩍 자라 당사자가 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선수 곁에 선 소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마음이 그렇듯,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가 영원히 선수를 선망하던 팬일 수는 없는 것처럼. 아무리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들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낡는다. 최시은 아나운서에게도 그런 이면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하지만 최시은 아나운서의 대답은 달랐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작했고,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현재는 카트 걸로 자리 잡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는 설레임도 갖고 있었다. 열정 가득한 그때 그 소녀, 최시은 아나운서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스포티비 게임즈 소속 아나운서로서 활동하고 있는 최시은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카트라이더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간 던파도 했었고, 피파 온라인도 한 적 있었고 여러 리그들을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나운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학교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우연치 않은 기회에 대학 농구 리그 장내 아나운서 자리를 부탁받았어요. 홍보대사니까 마이크를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 했는데 농구를 몰라서 일 자체는 못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현장 분위기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굉장히 재밌더라고요. 농구 아나운서를 계속 하다가 아나운서 학원도 등록하게 됐어요. 우연치 않은 기회로 자연스럽게 들어온 케이스예요.

아나운서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먼저 말씀하신 스포츠 아나운서도 있고, 뉴스 아나운서도 있고. 그 중에서도 e스포츠 아나운서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시작 자체가 스포츠였잖아요. 그 다음에는 야구, 배구 분야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원래 게임을 좋아했었고 팬 생활도 오래 하다보니 심리적 거리감이 멀지 않았어요. e스포츠 아나운서로 데뷔하게 된 계기는 OGN에서 위클리 LCK예요. MC를 구하고 있더라고요. 워낙 관심도 있고 좋아하던 장르라 지원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혹시 어떤 선수의 팬이셨는지 궁금해요
원래는 스타크래프트1 팬이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저그 좋아해서 이제동 선수, 김정우 선수, 홍진호 선수를 좋아했어요. 롤 같은 경우는 ‘프레이’ 김종인 선수를 좋아해요. 그래서 지금도 프레이TV 구독하고 알람 설정도 해놓고 방송도 보고 있어요.

아나운서를 시작하기 전엔 몰랐던, e스포츠 아나운서를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어렸을 때, 열심히 e스포츠를 봤던 때에는 정소림 선배님을 제외하면 별다른 인터뷰어가 안 계셨어요. 근데 롤이 시작하고 여러 아나운서 분들도 생겨났고요. 하고 나니 드는 생각은 훨씬 더 e스포츠를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좋아해야 할 수 있는 걸 팬분들도 알아보시는구나 느꼈어요. e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전엔 직업이니까 게임적인 커넥션이 덜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까 자기가 맡은 일을 좋아해야 하고 정성을 쏟아야 하더라고요. 또 그럴 때 팬분들이 알아보시기도 하고요.
 

요새는 카트라이더를 주로 맡고 있죠. 각 리그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나요
각 종목 말고, 전체적인 그림 중에서 요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인터뷰 상대 기분을 좋게 해서 기뻐하는 리액션을 끌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분야가 커지고 보는 눈도 많아지고, 팬분들도 반응을 많이 주시다보니 선수들도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임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쇼맨십이 과할 때도 있었고, 뱉어놓고 후회하는 말도 했는데 인터넷이 발달한 나머지 자기 기분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느끼기에도 이기고 인터뷰를 하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보이지? 하는 걱정도 하게 되더라고요. 김대겸 해설위원님께 조언을 구하니까 자기가 잘했던 플레이를 직접적으로 꼬집어서 이야기를 해봐라, 그러면 기억이 확 살아나면서 선수도 기분이 좋아지고 플레이에 취해서 말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눈에 띈 장면을 콕 집어 물어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도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그럼 e스포츠 아나운서가 아닌, 시청자로 본 e스포츠 리그의 매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스타크래프트 얘기를 먼저 할 수밖에 없겠죠? 제가 지금 스물여섯인데 스타크래프트를 본 지도 14년 정도 됐어요. 저만 해도 그때 추억과 감정을 가지고 인터뷰를 한단 말이죠.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그 동안의 역사와 자라온 이야기들을 보게 돼요. 그래서 스타크래프트는 깊은 마음, 그런 부분을 담아서 이야기 했을 때 팬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재호 선수가 KSL 시즌4에서 우승을 했는데 그때 저도 감정을 거르지 않고 느끼는 그대로 묻고 답했거든요. 반면 카트라이더는 이제 막 떠오르는 리그잖아요. 시청 층도 굉장히 어리거든요. 더 파이팅있고, 열정적으로 팬으로서 함께 커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상반된 분위기의 두 리그를 함께 해서 재밌어요.
 

카트라이더를 보면 많은 컨텐츠에 참가하고 계시더라고요. 팬들과의 소통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가 있고, 넥슨에서 함께하고 있는 카트라이더 플러스 플러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어요. 둘 다 저에게 너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유튜브 같은 경우는 직접 게임을 하면서 팬들이랑 소통하는 장소잖아요. 경기 보는 눈도 많이 좋아지는 걸 느끼거든요. 카트라이더 플러스 플러스는 전문가들과 하나하나 뜯어보는 프로그램이다보니 보는 눈이 확 늘어나더라고요. 현재 아이템전 리뷰는 제가 직접 조작해서 프로그램 리드를 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큰 발전이 아닌가 해요. 저도 재밌고, 팬분들께서 보시기에도 뭘 알고 하는구나 생각하시니까. 

맞아요. 또 최근에 최시은 아나운서님이 L2 라이센스를 따면서 많은 화제가 됐어요.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해요
투투와의 대결, 모비와의 대결, 사빙공이 L2 3대장이잖아요. 하나를 깨는 데 대략 생각해도 한, 두달씩은 걸렸던 것 같아요. 모비와의 대결을 붙잡고 있을 때 이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날은 PC방에서 9시간씩 연습을 한 적 있거든요. 음식도 PC방에서 시켜 먹으면서. 근데 9시간 동안 연습하고 나올 때 ‘아, 깰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최근 카트라이더를 다시 시작했는데 루키 라이센스부터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잘하는 건 재능이 크지 않을까요?
맞는 것 같아요. 김대겸 해설위원께서도 저에게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해주셨어요. 근데 다른 게임은 잘하는 게임이 없거든요. 스타도 못하고 롤도 그다지 잘 못하고. FPS는 깜짝 놀라는 게 심해서 도전하지도 못했구요. 근데 카트는 잘하는 것 같아서 재미가 생긴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렇게 플레이를 해보니까 다른 리그를 맡게 되어도 플레이는 꼭 해볼 것 같아요.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최고의 직업이긴 하지만 그 점이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직업이 되면 힘들잖아요
말씀해주신 단점 같은 경우는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어요. 무관중이 아닐 때는 대기실에서 경기를 봤지만 무관중이 진행된 이후에는 관중석에 앉아 보는데 한 번은 현장에서 소리를 너무 크게 지른 거예요. 그 소리가 방송으로 나가서 저거 혹시 최시은이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경기를 볼 때 푹 빠져서 보는 편이라 집에서 편하게 보고 싶다는 건 못 느끼고 현장에서 직관하는 느낌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단점이 없죠.

또 살면서 본인이 즐거운 분야로 직업을 갖는 일이 쉽지 않잖아요. 주변에서 이제 막 취업을 한 친구들을 봐도 그래요. 전공 살려서 해야 하니까 하는 경우가 많지 이게 좋아서, 재밌어서 하는 경우는 없어요. 그런데 저는 e스포츠 아나운서인 것도 좋은데 현재는 카트라이더에 푹 빠져서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 너무 즐겁고 좋아요.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돼요.

저도 지금처럼 인터뷰어가 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워낙 선수들의 케이스가 다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죠. 어려울 때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지 궁금해요
말이 짧은 선수 같은 경우는 계속 물어보는 거죠. 짧은 대답 안에서 뭐라도 캐치해서 작은 질문을 던져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편이에요. 텐션이 낮아서 인터뷰가 잘 안 되는 경우는 잘했던 플레이를 짚어주면 표정이 달라져요. 그때부터 화색이 도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게 풀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카트라이더 같은 경우 요즘 선수들이 인터뷰를 정말 잘하거든요. 그래서 어려움 없이, 오히려 제가 얹혀가는 경우가 있죠.

혹시 현재 자신을 움직이고 있는 원동력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전에는 미래를 생각하고 움직였던 것 같아요. 미래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 어떤 일을 하고 싶다. 이런 것들요. 하지만 지금은 현재에 집중하게 돼요. 하는 일이 즐거워서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걸 보고 가는 것보다 바로 앞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을 보고 힘을 받고 있어요. 또 팬분들에게도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찾아와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도 있고, 메시지로도 많은 응원 주시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일이 삶의 활력이 된다는 게 뭔지 느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고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무기한 연기됐는데, 새삼 팬분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를 포함한 모든 카트인들이 팬 여러분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팬분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카트 리그 없는 일상이 허전하시겠지만 더 알차게 돌아올테니 잊지 마시고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대신 저는 최싄뉴스에서 열심히 카트라이더 할 예정이니 많이 보러 와주세요.

모경민 기자 rao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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