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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경민의 클로즈업] 즐거움에서 욕심이 되기까지. ‘기인’ 김기인의 무대는 이제 시작이다

모경민2020-01-23 19:00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팀플레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진다. 프로 리그에선 한 명의 캐리력으로도 똘똘 뭉친 상대를 무너트리기 어려운 메타가 찾아왔다. 하지만 ‘기인’ 김기인은 달랐다. 데뷔 이후 꾸준하게 보여준 폼이 2020년 케스파컵까지 이어진 선수. 김기인에겐 많은 수식어가 생겼고, 많은 기대와 관심이 쏠렸다. 

김기인은 “케스파컵 우승으로 기대치를 높인 것 같다”며 웃었지만 사실 그 기대감이 결과로 나올 것이란 것은 모르는 팬이 없을 정도다. 이처럼 김기인은 기대감을 현실로 증명했다. 팀이 어렵거나 어렵지 않거나, 김기인은 항상 까다롭고 정교했다.

본인의 이름이 잘한다는 단어가 되기까지. 김기인은 2017년 에버8 위너스에서 데뷔해 그해 말 아프리카로 이적했다. 2부에서 올라온 이후 2018 리프트 라이벌즈와 2018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 2018 월드 챔피언십까지 출전에 성공했다. 2017년에 데뷔한 김기인은 2018년도 탑 라이너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이다.

물론 모든 출전이 김기인의 갈증을 해결한 건 아니었다. 김기인은 높은 평가 속에서도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김기인은 인내 끝에 울산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번 2019 KeSPA컵은 김기인에게 작은 샘이 되어준 셈이다. 
 

“케스파컵에서 우승한 이후에 크게 달라진 점 없이 계속 연습만 하면서 지냈어요. 이번 케스파컵에선 모든 팀이 진지하게 임한 느낌이라 아마추어들이 8강에 올라오는 게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케스파컵 우승을 모두가 알아주는 건 아니잖아요. LCK 우승이나 세계대회 우승을 해 보고 싶어요.”

“이번 대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사실 팀원들이 잘해주고 활약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서 그런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팀원들이 경험 많은 선수이다보니 각자 어떻게 해야 할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어요. 남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선수들이라 각자 할 것만 해도 맞춰지더라고요. 그런 점이 편했어요.”

“(진)성준 형은 확실히 딜을 잘 넣어요. 한타 때마다 죽지도 않아서 든든한 면도 있고요. (송)용준이 형은 케스파컵 들어가기 전까지 평가가 좋지 못했어요. 근데 자체적으로 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죠. 합을 맞췄더니 잘 맞았거든요. 새 시즌도 잘할 것 같아요.”

“또 텔레포트 이야기도 많이 해 주시는데 사전에 이야기를 한 건 아니고 게임 상황에 맞춰서 플레이했는데 결과가 잘나왔어요. 물론 게임 들어가기 전 어느 정도 사전 구상을 해놓는 건 맞죠. 근데 구체적으로 언제 텔레포트를 써서 다른 라인에 영향을 줄 것이냐 하는 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해야 잘 풀리는 것 같아요.”
 

개인 캐리력에 이어 팀플레이까지 완벽 습득한 김기인은 항상 일정한 폼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꼽았다. 과도한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인데. 김기인은 느긋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비결이라고 할 것까진 없는데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계속 열심히 하는 게 실력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똑같은 연습 환경이 주어지는데 실력 상승세 차이가 난다면 재능일 수도 있겠지만, 선수마다 연습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니까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게 게임할 때 실제 성격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원래 성격이 느긋하고 차분한 편이라서 게임할 때도 그 성격이 나오는 것 같아요. 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게임 내에서 좋게 작용하는 것 같고요.”
 

국가대표 탑솔러에게도 모티프는 있었다. 2017년에 데뷔한 김기인은 2015년, 2016년에 활약한 ‘마린’ 장경환과 ‘스맵’ 송경호를 모티프로 꼽았다. 또한 플레이 스타일은 ‘루퍼’ 장형석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저는 ‘스맵’ 송경호 선수와 ‘마린’ 장경환 선수를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잘하니까. 보고 따라하려 했던 경향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 근데 닮은 선수로 (이)다윤 형이 ‘루퍼’ 장형석 선수와 플레이 스타일,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다들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서 닮은 탑솔러를 찾긴 어려운 것 같아요.”

“다들 대결하기 까다로운 상대로 ‘더샤이’ 강승록 선수를 꼽더라고요. 저는 아직 만난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직접 상대했던 선수 중 가장 까다로운 선수는 ‘칸’ 김동하 선수였어요. 보통 선수들이 강점을 하나씩 갖고 있잖아요. 근데 김동하 선수는 라인전에서 팀플레이로 중점을 옮기더라고요. 라인전도 까다롭고 팀플레이도 까다로운 상대가 됐어요. 팀으로 봐도 T1이 제일 까다로웠고요. 작년 T1같은 경우 개인 기량도 좋고 팀플레이도 수준급이었잖아요.”

“저는 탱커나 공격적인 챔프, 이런 챔피언 성향에 따르기보단 상황에 맞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편인 것 같아요. 팀 게임이잖아요. 탑솔러들은 다들 공감하실텐데, 혼자 무럭무럭 성장해서 혼자 여러명 상대하는 플레이가 가장 좋아요. 1대 다수를 이길 때. 하지만 원하는 플레이와 해야 하는 플레이가 다를 때가 있죠. 라인전을 이기고 있는 상황인데 정글러가 바위게 싸움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 같이요. 팀 게임이라 역할이 들어오면 해야 하는 게 맞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지만요.”

2019년 프리 시즌에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의 2020년 새 시즌이 밝았다. 드래곤의 영혼이 생겼고, 영혼에 따라 지형이 변화하며 협곡의 전령 또한 재생된다. 김기인은 솔로 랭크에서 적용할 수 있을 법한 팁으로 “전령과 용의 밸런스”를 꼽았다. 또한 탑 라인 팁은 “CS를 잘 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즌이 나왔을 때 원래 전령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용도 중요하더라고요. 전령과 용 밸런스를 맞추는 점이 까다로운 것 같아요. 라인으로만 보자면 탑은 바텀이 터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초, 중반 잘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바텀의 힘이 커지거든요.”

“팁을 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골드, 실버를 안 간 지 오래돼서... 일단 상대보다 CS를 잘 먹으면 한 번 죽어도 반반은 갈 수 있어요. 또 킬에만 너무 목매지 말고 타워 쪽을 보시면 게임이 산으로 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탑 하시는 유저라면 다들 알고 계실텐데 현재 루시안, 아칼리, 모데카이저 이런 다재다능한 챔프를 하시면 좋아요.”
 

2부에서 올라와 단숨에 국가대표 탑 라이너로 자리 잡은 김기인은 선수 생활의 궁극적인 목표로 ‘이름을 남기는 일’이라 답했다. ‘기인’ 했다는 별명이 전세계에 퍼져나갈 때까지. 김기인의 욕망이 피어오르는 새해 무대는 이제 시작이다.

“아무래도 선수 생활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명해져서 이름 남기는 일이겠죠. 스킨을 남기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롤드컵 우승은 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팀원들이 모두 우승을 원하고 있고, 운이 좋다면 우승할 수 있겠죠. 근데 아직까지는 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직접 나누진 않아요. 지금 하면 설레발이잖아요.”

“저는 선수 생활을 2부에서 시작했어요. 변한 게 있다면 프로게이머를 처음 막 시작했을 땐 게임만 해도 즐거웠는데 하다보니 욕심이 생겼다는 점. 그때는 성적이 안 나와도 게임만 할 수 있다면 재밌었거든요. 지금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스트레스도 받고 압박도 받아요.”

“케스파컵 기세 이어서 2020년 스프링 시즌 좋은 경기력으로 좋은 성적 냈으면 해요. 그렇게 롤드컵까지 가서 사고 한번 치고 싶어요. 지금은 케스파컵 우승으로 기대치를 높여드린 것 같아 걱정스러운데, 초반 기세가 좋지 못해도 열심히 연습해서 경기력 끌어올릴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끝까지 응원 부탁드립니다.”
 

모경민 기자 raon@fomos.co.kr
사진=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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