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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블랭크' 강선구가 말하는 간절함

김기자2019-12-03 19:17

지난 서머 시즌을 앞두고 많은 팬이 놀란 것 중의 하나는 '블랭크' 강선구의 일본행이었다. SK텔레콤 T1과 결별한 뒤 스프링 시즌을 쉬었던 강선구는 많은 팀의 제안을 뒤로한 채 일본 LJL의 센고쿠 게이밍을 선택했다. 

센고쿠 게이밍의 열정도 주효했다. 오너인 이와모토 로스케(岩元 良祐) 씨가 '오뚜기' 송광호(전 센고쿠)와 같이 한국으로 건너가 '블랭크'를 직접 만났다. 팀에 대한 역사, 계획 등 문서 파일로 만들어서 그에게 설명해주며 팀의 입단을 권유했다. '블랭크'도 진정성을 믿고 센고쿠 게이밍에 합류했다. 

"일본에 갈 때는 한국과는 다를 거로 생각했는데 비슷한 게 많았다. 먹는 것과 의사소통, 게임 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적응을 잘했다. 다만 같이 뭉쳐 다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매우 놀랐다."

"동기부여도 안됐고 의욕도 떨어지면서 많이 힘들었다. 스프링 시즌은 휴식을 취했는데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동기 부여를 잃지 않기 위해선 팀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많은 팀에서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대표님이 직접 한국으로 찾아왔고 깊은 대화를 나눴다. 믿을만한 팀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가까운 나라다 보니 적응하는 데 문제없을 거 같았다. 개인적으로 한국 솔로랭크를 하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거기에 대한 메리트도 있었다."
#LJL 
일본 리그인 LJL은 8개 팀이 참여한다. 리그 방식은 단판제이며 3라운드를 진행한다. 지난해 펜타그램(해체) 사건이 터지면서 라이엇게임즈 재팬은 하위 리그를 없애고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했다. 라이엇게임즈 재팬이 정한 기준에 맞는 기업에만 문호를 개방했다. 일본 내에서도 팀 참가 기준에 대해 너무 심하다는 분위기이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한 언솔드 스터프 게이밍(USG)은 2020시즌을 앞두고 퇴출당했다. 

'블랭크'의 일본 팀 선택에 대해 많은 이들은 '왜?'라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중에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일본 선수들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서 우승을 차지했고 많은 커리어를 쌓은 '블랭크'에게 다가가는 걸 힘들어했다고 했다. 

"'울프' 이재완 형도 터키서 활약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4대 리그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가서 팬들과도 소통하고 문화도 즐기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졌다. 발전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정상을 찍은 선수가 밑의 리그로 가면 팬들에게 저절로 관심을 받게 된다. 그러면 리그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연습 환경도 한국과 비슷하다. 해외 리그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할 거로 생각하는데 연습도 타이트하게 했다.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확실히 그런 게 있었다. LJL 경기장에 가서 앉아있으면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나를 싫어하나'라고 오해를 했다. 친해지고 난 뒤 이야기를 해보니 '말을 걸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그래도 알아봐 줘서 신기했고 자신감도 얻는 계기가 됐다."
#성적
LJL은 모든 경기를 일본 도쿄 시부야 근처에 있는 요시모토 홀에서 진행한다. 2018년 프랜차이즈를 도입한 라이엇게임즈 재팬은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인 요시모토 흥업과 손잡고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LJL 팬 미팅도 LCK와 비슷하다. 팬들은 선수들과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악수도 한다고 한다. 

"지금 경기장은 크지 않다. 다만 경기장이 시부야 근처에 있다 보니 주말에 경기를 위해 가면 사람이 정말 많다. 오가는 것도 힘들었다. 팬 미팅은 LCK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일본어가 부족해서 소통하기 힘들었는데 일본 팬들이 어눌한 한국어나 영어로 대화를 해줬다. 정말 고마웠다. 한국서도 저를 보기 위해 팬들이 찾아왔을 때는 감동이었다."

강선구가 LJL 서머서 아쉬웠던 점은 '성적'이라고 했다. 센고쿠 게이밍은 LJL 서머서 7승 14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의사소통에서도 문제가 있었고, 시즌을 급하게 들어가다 보니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개인적인 실력도 그렇지만 정글러라는 포지션이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 아쉬웠다. 더 잘할 수 있었고 일본어도 더 배울 수 있었지만, 게임 내적으로만 부딪히려고 했다. 일본 선수들도 열심히 하는데 버거워하는 부분이 조금 있었다.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더 잘할 자신 있다."

데토네이션 포커스 미(FM)의 '세로스' 요시다 교헤이는 롤드컵에서 진행된 인터뷰서 LJL이 성적을 내기 위해선 상위권 2~3개 팀이 순위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선구도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일본 내에서 신인 선수가 꾸준하게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위 팀이나 경쟁력 있는 팀이 생기면 4대 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단계이며 아직까지는 승리하는 건 힘들다고 했다. 
#T1
에너지 페이스메이커, 스타 혼 로얄클럽을 거쳐 지난 2015년 SK텔레콤 T1(현 T1)에 입단한 강선구는 SK텔레콤의 롤드컵, MSI, LCK 우승을 함께했다. 2017년에는 17세트 연속 승리라는 기록을 수립했다. 팀의 소방수 역할을 했지만,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아쉽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잘할 수 있었는데 후회가 남는다. 지나간 일이며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경험이라고 할까. 깨달음을 얻었고 미래만 바라보고 싶다. 당시에는 비난을 많이 받았고 도가 지나친 것도 있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억울했다'고 했다. 

"게임을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뜻대로 안 되니까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만 잘하면 부정적인 인식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안 좋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동기부여가 된 것도 사실이다. 생각을 다르게 하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8년 동안 T1을 이끌었던 '꼬마' 김정균 감독이 떠난 질문에는 울컥거리기도 했다.

"감독님이 떠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은 건 아니다. 그전에도 이야기를 했는데 많이 힘들어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성적을 잘 냈으면 한다. 감독님은 1순위 은인이다. 아마추어였고 중국에서 데뷔한 뒤 대책 없이 한국에 왔는데 감독님이 날 받아줬다. 커리어도 많이 쌓았는데 감독님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다."

강선구는 지금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에 대해 점수를 매겨달라고 묻자 '10점 만점에 5점'이라고 했다. 아직 프로 생활이 끝난 건 아니며 5점을 준 뒤 남은 5점을 채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1 '페이커' 이상혁을 언급했다. 

"무엇을 하든지 이루고 싶으면 간절해야 한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그런 걸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이) 상혁이 형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게 열정과 간절함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최고라고 생각한다. 프로 마인드도 대단하다. 다른 사람이 볼 때 상혁이 형을 보면 동기 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거다. 그렇지만 아직도 간절함이 있다. 대단한 선수다. 그런 마인드를 배우고 싶다."

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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