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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경민의 클로즈업] 다시 LCK 도전하는 '고릴라' 강범현, 두려움 이긴 새로운 시작

모경민2019-12-03 16:10


알리스타로 자리 잡고 미스 포츈으로 포텐을 터트린 서포터 ‘고릴라’ 강범현이 다시 LCK 무대로 돌아왔다. 많은 우승과 준우승 기록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강범현은 안정성과 더불어 기복 없는 서포터로 오랜 시간 활약했다. 하지만 2018년 킹존 드래곤X(현 드래곤X)에서 ‘프레이’ 김종인과 함께 폼이 낮아졌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강범현은 2019년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강범현은 유럽 리그로 거취를 옮기며 미스핏츠에 둥지를 틀었다.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2019년 7월에 팀과 협의 하에 계약을 종료했고, 한국에 돌아와 솔로 랭크를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신인들이 치고 올라오는 현실에 많은 올드 게이머들이 돌아올 자리를 잃고 있다. 하지만 강범현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LCK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범현은 “같은 시기를 함께 했던 올드 게이머들이 자리를 지키는 것에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오래 한 자리에 머문다는 것은 마냥 좋은 일이 아니다. 새로 발걸음을 뗐을 때의 두려움과 낯선 느낌을 감당해야 한다. 강범현은 스스로 미스핏츠에서 쌓은 유럽 리그 경험을 토대로 오래된 생각을 깰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범현이 다시 쌓을 LCK의 경험. 그 시작은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출발한다. 샌드박스 게이밍은 챌린저스에서 올라온 팀으로 대부분이 신인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얼마 전 새로 합류한 ‘루트’ 문검수와 ‘레오’ 한겨레 역시 마찬가지. 두 원딜의 패기와 강범현의 노련함이 더해지는 2020년의 샌드박스가 다가오고 있다. 
 

미스핏츠에서 나온 후 다시 샌드박스로 이적하기까지 텀이 길었어요.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집이 송도라 벗어나기가 힘들어 매일 게임하면서 지냈어요.

영어를 잘하는 것이 유럽 가기 전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던 게 기억 나요. 영어는 많이 늘었나요
사람이 사람인지라. 그때는 잘했는데 막상 한국 오니까 까먹게 되더라고요. 가끔 0개 국어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금은 최대한 한국어를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LCK에 1년만에 복귀하게 됐어요. 오래 LCK에서 뛰었던 만큼 느낌이 남다를 것 같아요
아직 실감이 많이 나지 않는데, 유럽이 출장 느낌이라면 지금은 다시 본가에 왔다는 느낌인 것 같아요.

유럽으로 가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에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거예요. 두렵진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용기도 용기이지만 나이가 찬 상태라서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어왔습니다. 미스핏츠랑 리그 도중에 계약을 해지하고 한국에 돌아와 솔로랭크를 하는데 멘탈이 무너져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아직 게임이 재밌고 점수대가 잘 나와서 한번 더 해보자고 다잡았죠. 어차피 미스핏츠에서 바닥을 찍었기 때문에 더 내려갈 곳도 없잖아요. 올라갈 일만 남았어요.

혹시 유럽에 있을 때 LCK 경기도 챙겨보셨나요
유럽에서 10시에 일어나면 LCK가 하고 있을 시간이에요. 그래서 종종 봤어요. 옛 동료 ‘프레이’ 김종인 선수의 경기도 보고, 연락도 하고요. 하도 오래 연락한 사이라 ‘이 형 여전하네, 아직도 날 생각해주네’ 하는 느낌이긴 해요. 거리 상 멀리 있긴 하지만 LCK랑 많이 멀었다고 하기엔 애매했죠.

1년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에 LCK도 많은 것이 변했어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롤파크예요. 롤파크에서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거든요. 팀에서 경력이 제일 높다고 하지만 선수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오픈 부스는 롤드컵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어요. 다른 변화로는 LCK의 해외 대회 성적이 낮아진 점? 그럼에도 LCK는 강한 리그라고 생각해요. 잠시 주춤하는 것일 뿐, 다시 잘할 것 같아요.
 

새 둥지를 샌드박스 게이밍에 틀었어요. 샌드박스에 입단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왔나요
경력이 오래되면 가끔씩 나태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어요. 우승도 우승이지만 나태해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저 선수 열심히 하네, 여전히 잘하네. 이런 느낌으로. 7년차지만 신인 같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여러 팀 중에서도 샌드박스 게이밍과 함께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여쭤봐도 될까요
일단 여러 팀에서 제안 해주셔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완전 큰 대기업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아요. 여태 함께했던 팀도 나진 쉴드와 락스 타이거즈, 킹존 이렇잖아요. 그래서 샌드박스에게 끌렸던 것 같아요. 이제 막 떠오르는 신생 팀이니까요.

혹시 샌드박스 선수들과 이야기는 나눠보셨는지
숙소에 온 지 이틀 됐어요. 처음엔 선수들이 저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다들 절 어려워하진 않는 것 같아서 재밌는 1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제 편의점을 가면서 ‘온플릭’ 김장겸 선수가 수줍게 봉봉 하나만 사달라고 해서 사다줬어요. 근데 오늘 김장겸 선수가 나갔다 오더니 조용히 초코우유를 쥐어주면서 “형 이거 어제 봉봉 값”하더라고요. 재밌는 친구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샌드박스엔 원래 서포터가 있잖아요. 주장 겸 서포터를 맡고 있는 ‘조커’ 조재읍 선수와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해요.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항상 풀타임 주전으로 뛰다보니 경쟁 구도가 처음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승부욕으로 관계가 흐트러지는 일은 없고 좋은 형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동생들보다 형을 상대하는 게 더 편하거든요. 그래서 말하기도 더 편하고 좋아요.

원딜 ‘루트’ 문검수 선수, ‘레오’ 한겨레 선수와 합을 맞추게 됐어요. 혹시 입단하기 전에 경기를 본 적이 있나요
전엔 LCK 경기를 모두 챙겨본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정보가 많이 없었잖아요. 이틀 정도 같이 지내보니 독특한 느낌이에요. 궁금해지는 스타일? 연구가 필요한 사람이에요. 바텀 듀오이기 때문에 내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 모두 알아가야 하는데, 게임적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외적인 부분에선 순하다고 해야 하나? 앳된 모습이 있어요. 순진하고요.

팀원 모두가 신인이다보니 앳된 부분이 있어요. 맏형 라인으로 합류하게 되었잖아요
일단 감독님이 저랑 비슷한 성격이시더라고요. 더러운 거 못 보고, 치워야 하고, 먼저 움직이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선수들을 만날 때 두려웠던 건 완전 신인이라고 하기에 19살, 20살 이럴 줄 알았어요. 그나마 나이가 23, 22 이렇더라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모든 선수가 문검수 선수처럼 조용하진 않지만 각각 캐릭터를 갖고 있어요. ‘써밋’ 박우태 선수는 재밌는 편이고, ‘조커’ 조재읍 선수는 편하게 대해주시고. 적응하는데 문제없을 것 같아요. 
 

벌써 7년차 프로게이머가 되었는데, 나진 쉴드 시절의 고릴라와 지금의 고릴라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가장 큰 부분은 나이죠. 나진 쉴드에선 막내였거든요. 그 당시 원딜 ‘제파’ 이재민 형이 26살이었나 27살이었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제가 26이고 ‘루트’ 문검수 선수가 22살이더라고요. ‘나도 이런 시기가 왔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문검수 선수에게 긍정적인 부분 가르쳐주면 시너지가 잘 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면서 약 다섯 팀을 거쳐갔어요. 긴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가장 다행인 건 동시대를 뛰었던 선수들이 아직 선수로 뛰고 있다는 점? 혼자 남았다면 나도 가야한다는 조급함이 있었을텐데 ‘페이커’ 이상혁 선수나 예전 락스 타이거즈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저도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동시대에 활동하던 선수들이 현재 대부분 해외에 자리 잡고 있어요. 유럽 리그에 도전한 입장으로, 해외 도전하는 선수가 많아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말씀하셨듯 동시에대 활동했던 선수들이 지금은 많이 외국으로 나갔어요. 아직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은 ‘쿠로’ 이서행 선수나 ‘울프’ 이재완 선수 등등이요. 예전에야 해외로 나가면 돈을 보고 나간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지금은 해외 팀들도 성적을 내는 추세다보니 선수들 입장에서 ‘도전 한번 해볼까?’ 싶으면 나가는 것 같아요. 제가 유럽을 직접 경험했기에 알거든요. 다들 열심히 해요. 중국도 성적이 잘 나오고 있고요. 그리고 살면서 언제 해외 생활을 해보겠어요. 해외 나간 선수들 보면 큰 도전을 한다고 느껴요.

시간이 흘러 많은 신인 선수들이 속출하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변해가요. 그럼에도 올드 게이머들이 갖고 있는 장점이 뭘까요
저만의 장점이라면 서포터라는 점. 서포터는 나이가 들어도 열심히만 하면 어느정도 괜찮잖아요. 그리고 한 일을 오래 하다보면 습관이나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운영을 좀 더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든지. 근데 제가 유럽을 다녀오면서 그 틀을 깬 것 같아요. 올드 게이머들과 신인들의 차이점은 게임을 보는 시선에 있으니까요. 다른 선수들은 생각은 알 수 없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올드 게이머들은 완벽한 각이 아니면 들어가지 않아요. 그런데 신인들은 보는 각부터 다르더라고요. 올드 게이머들도 새로운 메타나 시선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장점과 융화시킨다면 경쟁력이 두드러질 거라 생각합니다.

자신감 넘치게 스스로 장점을 말하지만, 사실 두려움도 있을 거예요
도전이라는 단어가 제일 맞는 것 같아요. 정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요. 도전은 실패했을 때 좌절감이 생길 것이고 성공했을 때는 성취감이 같이 따라오잖아요. 인생 도박을 한다는 마음으로요.

복귀 축하드리며 오랜 기간 응원해주신, 또는 새로 응원하게 된 팬분들에게 감사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다시 본가같은 LCK에 돌아오게 되어 기쁘고 그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샌드박스 게이밍에게 감사드려요. 샌드박스를 응원해주셨던 분들, 저를 응원해주셨던 분들 모두 2020년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모경민 기자 raon@fomos.co.kr
사진=이한빛 기자 mond@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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