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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제2의 도전을 시작한 '초브라' 조한규

김기자2019-11-29 17:32

최근 글로벌화가 된 e스포츠에서 새롭게 생겨난 직업은 통역사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통역사는 통역대학원을 수료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지만, e스포츠에서는 통역뿐만 아니라 방송 인터뷰 스킬, 그리고 게임에 대한 지식과 문화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많은 이가 e스포츠 대회서 통역 일을 하길 원한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e스포츠에서 통역사로서 회자가 되는 인물은 '초브라' 조한규 씨다. LCK 초창기 OGN 소속으로 글로벌 중계진 해설과 통역을 담당했던 조한규 씨는 2015년 6월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를 끝으로 OGN과 결별한 뒤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를 주최하는 회사인 ESL 북미 지사에 입사했다. 

호스트, 프로듀서(PD)으로 활동하며 IEM과 ESL 그리고 도타2 디 인터내셔널(TI)을 누빈 조한규 씨는 올해 초 ESL과 결별한 뒤 프리랜서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 LA를 떠나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랜 시간 동안 게임과 e스포츠에서 일한 경험을 발판삼아 새로운 준비를 하는 조한규 씨를 만나서 근황과 앞으로 펼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IEM 시즌 11 경기'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거 같다. 인터뷰는 2015년 6월에 진행한 이후 5년 만이다. 최근 통역사가 주목받으면서 본인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올해 초에 ESL과 결별했다. ESL에서 마지막에는 미국 국내 사업팀이 있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 중국 시안에서 열린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서 해설도 했다. PD, 컨설팅 일도 담당했다. 그러다가 프리랜서를 하려면 미국 LA에 있는 거보다 한국에 와서 다양한 일을 도전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건강 문제도 있었다. 한국에 들어와서 개인 프로젝트, e스포츠와 게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중이다. 
- 사실 프리랜서로 일하려면 한국보다 프리랜서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e스포츠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북미에서 활동하는 게 유리하지 않나? 
물론 미국에서 오기 전에 이야기를 나눈 파트너사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을 때 통역뿐만 아니라 한국, 북미 등에서 생활도 해본 나의 장점을 갖고 한국 e스포츠의 글로벌화, 아니면 한국에서 지내면서 해외 e스포츠, 게임 문화가 한국에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했다. 결론은 한국에 있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 e스포츠가 글로벌화되면서 통역의 역할도 커졌다. 통역 1세대이자 '갓브라(God+초브라)'라는 별명을 가진 당사자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옛날 이야기다.(웃음) 미국에 갔을 때 한동안 저를 기억해줬고 이후에는 다른 통역사분들이 활동할 때도 계속 이야기가 나와서 감사했다. 예전 통역을 했을 때 저 또한 긴장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통역하면서 팬들에게 그냥 '직독직해'하는 게 아니라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기에 다른 지역의 문화가 어떤지 같이 해석해주고 싶었다. 이후 커뮤니티나 회사 등에서 통역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되고 열정과 스킬을 가진 분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최근에는 박지선 통역이 '박통'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지켜봤는지 궁금하다 
처음에 잘 몰랐다. 나중에 이슈가 되길래 챙겨봤다. 예전부터 항상 느끼는 거지만 e스포츠는 미디어로서 같이 시작되기에 통역하려면 카메라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통역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 예를 들어 PD분의 콜도 들어오고 시간에도 쫓기는 외적인 상황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 지금도 통역을 잘하는 거 같고 실수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상황에 부닥친 분을 보면 애틋하게 보게 된다. 지선 님께도 이야기해줬지만 정말 잘해주고 있다. 또 게임과 게임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대회에 가면 비슷한 콘텐츠까지 같이 만드는 것도 보기 좋았다. 물론 통역도 잘한다. 

- 본인이 한 통역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블리즈컨을 ESL이 직접 제작했을 때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을 자주 통역했다. 아무래도 스타크래프트는 역사가 깊고 스타크래프트2가 나온 뒤에는 새로운 선수도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자리잡힌 문화가 있기에 스타 선수들은 리그오브레전드(LoL) 등 다른 종목 선수보다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한다. 통역이 있다고 하지만 해외 매체 기자들이 농담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익숙지 않는다. 시작 전에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려고 하는데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면 '네', '아니요'라는 단답형 대답이 나온다. 당시 해외에서는 한국 스타 선수들에게 AI, 로봇이라는 '밈(meme, 인터넷에서 선수 사진이 재미있는 말을 적어서 다시 올리는 행동)'이 있었는데 그게 현실화가 되는 걸 보니까 많이 안타까웠다. 

선수들이 마음을 놓고 영어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선수들도 나오면서 재미있는 추억이 많았다. 사람은 항상 안 좋은 것만 기억한다고. 기억에 남는 순간은 라이브 방송으로 마지막 통역을 한 2013년 블리즈컨이었다. 당시 김유진(진에어 그린윙스) 선수가 우승했는데 마지막 질문의 대답을 PD의 콜과 팬들의 환호성 때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 들었다. 일단 분위기상 이랗게 대답했을 거로 생각하고 통역했는데 내려와서 되감기를 해보니 오역을 했었다. 틀린 내용은 아니었지만, 선수가 말한 의미 있는 내용을 캐치하지 못했다. 대기실로 들어가서 SNS에 오역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 최근에는 통역을 통해 e스포츠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많다. 통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서 현재 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장단점이 있다. 저도 해외에서 기자 생활을 했지만, 시작은 통역이었다. 공부를 해서 배우는 분도 있고 저처럼 상황이 허락돼서 다른 곳에 지내면서 배우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가진 스킬로 취미, 열정을 직업화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에서 통역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필수 부분이 됐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진다면 경쟁도 생길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심스러운 건 통역, 번역 등 최근에는 콘텐츠도 많고 SNS도 활성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기사가 뜨면 시간을 갖고 확인한 뒤 번역하는 환경이라면 이제는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통역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이 있다면 내가 맞게 통역을 했는가 집중하는 거도 좋지만, 분위기, 문화가 잘 전달됐는지 집중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ESL에서 PD도 했고 사업적인 부분도 담당했다. ESL에서 일하는 기간 배운 점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사업적인 부분을 배웠다. ESL 미국 지사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PD 등 모든 부분이 부실했다. 글로벌 사업팀이 있지만, PD라는 타이틀이 있으면 모든 부분에 관여해야 했다. 강제적으로 사업적인 부분도 배우게 됐다. 미국에 있을 때는 팬으로서 e스포츠 문화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적인 부분은 잘 몰랐다. 연출과 제작은 한국서 배운 점을 활용했다면 거기서는 사업과 리더십에 대해 알게 됐다. 팀장 자리에 오르면서 직원도 뽑기도 했는데 책임감과 부담감이 어떤지 알게 됐다. 

- ESL은 e스포츠 방송 최초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사용한 곳이다. 한국보다는 빨리 받아드리는 부분이 많고 기술적인 부분은 앞서간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직접 연출하는 입장서는 어땠나? 
ESL에 있을 때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은 반반이었다. 부정적인 의미는 아닌데 유럽보다 미국은 겉멋에 대한 야망이 있다. 멋지게 보이는 거. 화려함과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다 보니 AR을 사용하자고 했을 때는 '퍼포먼스를 보여줬기에 우리 브랜드는 이제 괜찮다'라고 생각할까 봐 부정적이었다.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토론이 있었고 외부에서 보면 '건강한 발전 포인트'가 됐다. ESL은 글로벌 브랜드이기에 장점이라고 한다면 여러 문화와 기술을 접하고 나눌 수 있다. 도전하면서 ESL 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은 거 같다. 누군가가 먼저 시작해야 다른 곳도 기술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e스포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거 같다고 생각한다. 

- 중국의 경우 오프닝에 2억 이상의 돈을 투자하는 등 많은 비중을 둔다고 한다. 북미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과 유럽은 오프닝에는 많이 치중을 안 한다. 임팩트가 남을 수 있고 브랜드화될 수 있지만 짧게는 3분, 길게는 10분의 영상에 큰돈을 쓰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있다. 반면 메인 스테이지 등 직접적인 퍼포먼스에 힘을 많이 준다. 예를 들어 케이블 채널 등이 파트너십으로 들어오고 경기 영상만 가져간다면 영상 안의 UI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제가 일할 때 ESL에 스포츠, 예능에 있던 PD분들이 들어왔는데 '방송이라는 게 제품이고 우리가 성공시키기 위해선 대회를 한다면 경기 화면도 중요하지만, 브랜드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에는 시간에 대해 비례해서 계산하는 거 같다.

- ESL에서 PD로 있을 때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콘텐츠는 무엇이었나
해보고 싶은 거 많았다. 경기 자체에 대해선 어차피 많은 사람이 힘을 쓰고 있어서 발전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추가 콘텐츠가 e스포츠에 큰 힘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OGN에 있을 때도 외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트위치,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이 커지다 보니 거기서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라 하지 못했다. 그나마 작년 E3 때 철권으로 커뮤니티 이벤트를 할 수 있었다. 프로 선수를 초청해서 대회를 했는데 상금은 우승 선수 이름으로 후원금으로 들어갔고 대회는 예능처럼 했다. 그 때는 아예 제작비가 거의 없었다. '제로'에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했는데 리소스가 적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선수들하고 커뮤니티, 제작사가 좋아했다. 그걸 하면서 더 확신이 들었다. 
- 현재 해외 e스포츠, 게임 상황에 대해 독자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가?
유럽의 문화 발전은 항상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미국은 발전하는 최고 높은 시점이 한국보다 앞서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한국이 온라인, 미디어 등 IT 분야에서는 더 빠르다. 미국은 트위터, 유튜브 본사가 있다보니 그 쪽에서부터 자리 잡았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단어도 거기서 나왔다. 그분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다른 회사, 매체보다 더 커졌다. 그러다보니 대중적으로 홍보할 수 있고 마케팅도 가능하다. 단 쉽게 접할 수 있기에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워야 한다. 

저는 한국이 항상 틀을 깨는 데 있어서 다른 지역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자본이 적기에 발전만이 살아남는다는 생각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닌가라는 추측도 해봤다. ESL에 있을 때 한국 e스포츠 방송의 특정 요소를 갖고 오자고 하면 "우리는 퀄리티가 낮고 좋은 카메라로 사용한 게 아니라서 안 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카메라를 하나만 놓고 녹화하고 편집하면 좋은 제작이 아니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짤' 등으로 문화를 접하는 이 상황서 해외는 장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틀에 깨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내가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이지만 해외 유명 스트리머인 '닌자'나 '닥터 디스리스펙트' 등은 방송 그래픽, 오프닝 등을 사용한다. 그렇게 하면 좋지만, 사람들은 그런 모습이 스트리머로서 '성공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인기 있는 스트리머는 게임 화면만을 띄어놓거나 웹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가 우선이어야 하는데 해외는 이런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해외에서도 이런 틀을 깰 수 있다면 긍정적일 것이다. 

- 해외에서는 전통 스포츠가 e스포츠에 들어오고 큰 자본도 들어오는 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잘 알고 있을 거로 생각되는데 
해외도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두 세계관이 부딪히고 있다. '여기서 발전하느냐, 아니면 피해를 보느냐' 시점이다. 전통 스포츠도 자기들이 배워온 길이 있다. 저도 해설하면서 전통 스포츠를 보면서 공부했는데 그분들은 세상이 바뀌었고 미디어 플랫폼도 달라졌다는 것에 대해선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 모두 자기가 겪은 어려움과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 큰지라 부딪히는 게 크다. e스포츠 쪽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전통 스포츠도 변화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e스포츠 대회를 제작하고 주최한다면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 경험을 반반 가진 사람과 일을 하면 매우 좋다. 아직은 서로 경계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다보니 실수도 많이 나온다. 

- 앞으로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가? 
e스포츠에서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중계, 해설진, 선수 등이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선수들이 한국에서만 활동하더라도 이제는 e스포츠가 글로벌화 되면서 많은 곳에서 경기하는 걸 지켜본다. 선수들이 해외 팬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영어 문법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문화까지도 배울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중계, 해설진의 경우에는 저의 경험을 발판삼아 멘토의 역할을 해주는 게 꿈이다. 

개인적으로 교육적인 면에 관심이 많다. e스포츠, 게임을 응용해 다른 면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미국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영어와 그 쪽 문화를 배우듯이 게임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게임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의 틀을 깨트리길 원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매니저가 되거나 부분적으로는 프로젝트 컨설팅으로서 그들이 글로벌 시장에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고 싶다. 

-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항상 오픈되어 있다. 오래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저는 e스포츠 시장이 중요한 시기를 함께한 사람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비전을 갖고 꿈꾸고 이뤄가는 자리를 찾고 싶다. 해설, 통역을 한 사람으로서 그 분야가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그립고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 다만 제가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그쪽으로 돌아가기에 서로 비전이 맞아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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