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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의 티타임] 정소림 캐스터의 새로운 도전, 팬과 만드는 따뜻한 방송

이한빛2019-09-13 00:16

정소림 캐스터가 게임 캐스터로 데뷔한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긴 시간 동안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종목을 넘나들며 게임 팬들과 만나고 소통한 정소림 캐스터는 최근 개인방송 채널을 열어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얼마나 자주 개인방송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팬들에게 20년간 받은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 정소림 캐스터가 밝힌 개인방송 도전의 이유였다.

'따뜻한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정소림 캐스터의 목표처럼 개인방송은 라디오 방송처럼 가만히 듣고 있어도 편안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정소림 캐스터는 9월 방송으로 들어온 도네이션 금액을 전부 굿네이버스 생리대 기부 사업에 전달한다고 밝혀 방송에 따스한 의미까지 더했다. 개인방송 초보지만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답해주며 즐겁게 소통하는 정소림 캐스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개인방송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사실 개인방송을 예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왜냐면 중계진은 딱딱하게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고 게임 내용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요. 농담을 해더라도 정말 잠깐이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비하인드가 굉장히 많았는데 할 수가 없어서 목이 말랐어요. 문제는 개인방송에 대한 생각은 예전부터 했지만 제가 게임을 직접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콘텐츠가 부족하단 점이었어요. 게임을 잘하지 못하니 다른 스트리머들처럼 게임을 하면서 방송을 만들어 갈 수 없기 때문에 개인방송을 주저했죠.

그러던 중 아들이 제게 용기를 줬어요. 아들이 게임 캐스터 엄마 밑에서 자라다 보니 게임에 관심이 많아요. 대학교 1학년 공부를 마치고 곧 군대에 갈 준비를 하는 중인데 그 기간에 게임을 같이 해보자고 제게 이야기를 했어요. 저 혼자선 부족하지만 아들과 같이 게임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개인방송을 해보겠단 결심이 섰어요. 아들이 없었다면 개인방송을 못 했을 것 같아요.

테스트 방송을 하기도 전에 협찬이 들어왔을 정도로 캐스터님의 개인방송 소식은 뜨거운 화제였어요
방송을 해야겠단 생각에 PC를 한대 구입하고 SNS에 올렸어요. 제가 곧 개인방송을 할 것이란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업체는 각종 장비를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고, 팬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습니다. 개인방송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제 개인방송에 관심을 가져줄지, 와서 봐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반응을 보고선 해도 되겠단 자신감이 생겼죠.

테스트 방송을 통해 첫 방송을 하셨던 소감은 어떠셨나요
전 보통 다 준비되어 있는 상황에 들어가서 중계만 하고 나왔었어요. 참고로 제가 컴퓨터를 잘 모르는데 모든 것을 제가 컨트롤해야 하고 할 것도 많아서 정신이 없더라고요. 권이슬 씨가 직접 집에 와서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시는 등 주변 분들로부터 도움도 받았어요.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배운 것들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죠. 도네이션 들어온 것도 읽어드려서 성의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제가 정신이 없던 터라 그러지 못해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방송 20년 차 캐스터가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헤맸지만 재밌었어요.
방송을 통해 도네이션은 전부 생리대 기부 사업에 전달하겠다고 하셨어요. 기부활동을 하게 되신 계기와 해당 사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생리대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가 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땐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저도 나름 어렵게 컸지만 생리대가 없다는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 뉴스를 보기 전까진 집안이 어려우면 꽤 비용이 드는 생리대를 구할 수 없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개인방송을 준비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어요. 이전에도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기부활동을 해왔지만, 개인방송을 하게 되면서 도네이션 금액을 모았다가 기부 활동을 위해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또 다른 이유는 팬들에게 기부한다는 경험을 주기 위해서였어요. 저는 제가 하고 일에 비해 팬들이 주시는 사랑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도네이션까지 주시니까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고 느껴져 민망했습니다. 도네이션 금액을 모아서 기부한다면 그 금액은 단순히 제게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부활동에 참여하시는 게 되잖아요. 단 천 원이라도 좋은 일에 기부를 해봤다는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기부 활동을 할 수 있는 물꼬를 텄으면 했어요. 도네이션을 통해서 기부를 해봤으니 앞으로 기부를 하는 데 있어서 쉬워질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테스트 방송 후 첫 방송을 하셨어요. 채팅창도 제대로 나타났고 캐스터님도 한결 편한 모습이셨고요
테스트 방송을 하고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 것들의 목록을 만들었고 고쳤어요. 첫 방송에선 잘해야겠단 각오로 방송을 켰는데 마이크가 울려서 당황했어요. 알고 보니 제 방송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들어갔던 거죠. 거기다가 시청자들이 1080p는 부담스럽다고 해서 방송 직전에 720p로 바꿨더니 세팅들이 어그러졌어요. 제가 그렸던 첫 방송은 조금 더 완벽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당황했습니다.

마무리까지 헤맸지만 재밌었어요. 테스트 방송 당시 '꽃빈' 이현아 님이 제 방송에 호스팅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저도 감사한 마음에 답례를 한다고 호스팅을 걸었는데 방송 종료를 안 해서 시청자들이 되돌아오는 일이 있었어요.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팬들께서 "괜찮아요. 저희 다리 튼튼하니까 걸어갈게요"라고 하셨어요.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인데도 그런 표현이 정말 웃겨서 혼났어요.

고민 상담을 받는 이메일 주소가 방송 화면에 나오는데 이건 게임에 한정된 것인가요? 아니면 좀 더 폭넓은 고민까지 받는 건가요
인생 상담이요. 이게 무슨 고민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죽을 것 같은 고민까지 여러분이 갖고 있는 고민을 보내달란 뜻이었어요. 고민이 있는데 그걸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아요. 친구가 있더라도 털어놓기 애매한 고민들도 있죠. 채팅창에서 누가 절 두고 최고령 스트리머라고 하시는 것을 봤는데, 그 말을 보고 전 시청자들보다 나이를 먹었고 인생 경험이 있으니 도움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이 있을 때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잖아요? 상대방이 별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해결책을 주지 않아도 말을 하면서 스스로 정리가 되기도 하죠. 전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치유라고 믿고 있어요. 제가 그렇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도움이 되고자 했어요. 

몇 명이나 메일을 주실까 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이 메일을 보내주셨어요. 고민 내용을 보면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들도 있고 대부분의 내용들은 '내가 지금 잘살고 있는가'에 대한 것들이었어요. 진로와 앞으로의 미래, 스스로에 대한 확신, 하고 싶은 일과 현실 사이의 갈등 같은 것들이요. 고민들에 대한 답을 제대로 못하면 어쩔까 싶을 때도 있었고 괜히 했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역시 하길 잘했다 싶어요. 제가 메일을 읽고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좋아해 주시고 힘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렇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개인방송을 통해 게임을 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는 걸까요
오버워치는 안 하겠지만 방송을 같이 볼 순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게임은 굳이 컨트롤을 요구하지 않는 것들이에요. 공포 게임이라든지 다양한 캐쥬얼 게임들을 해보려고 해요. 아들이 각종 장르의 게임들을 많이 알고 있거든요. 항아리 게임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시도는 해볼 수 있단 뜻이었어요.

캐스터로서 방송에 임하는 것과 개인 방송을 통해서 팬들을 만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중계할 때는 정제되어야 하고 말도 깔끔해야 해요. 톤도 평소 말투보다 두 톤 정도 올라가고 중간에 오디오가 비면 안 되니까 말을 계속하게 되죠. "음…" 같은 말로 뜸을 들일 수도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말을 하는 것이 중계입니다. 반면에 개인방송은 편해요. 충분히 시간을 들일 수 있고 평소 톤으로 말할 수 있죠. 사실 중계 땐 제가 텐션을 끌어올리는 것이지, 평소엔 텐션이 높거나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에요. 원래 제 꿈은 아나운서와 라디오 DJ였어요. 어릴 때부터 방송부를 거쳐서 라디오 방송도 해봤죠. 개인방송을 통해서 라디오 방송을 했을 때의 톤을 보여드릴 수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개인방송을 계속하시게 된다면 어떤 스트리머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전문 스트리머가 아니고 캐스터이기 때문에 매일 방송을 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개인방송을 시작한 것은 팬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컸고, 20주년을 맞아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쭉 방송을 할 수 있다고 약속도 못 드리고 제 일정이 빡빡하면 몇 번 만에 개인방송을 못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저는 팬들과 호흡하고 소통한 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몇 번이 될지, 몇 달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개인방송을 한다면 따뜻한 방송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에요. 제 방송에 들어와서 대우받는다, 관심받는다, 지칠 때 위로받는다는 느낌을 받으시면 좋겠어요.

최근 오버워치 리그에서 장지수 해설과 호흡을 맞추셨어요. 여성 캐스터와 여성 해설이 함께 중계한 것은 20년 만인데 어떠셨나요
오버워치 리그 플레이오프 들어와서 일정이 다소 꼬여서 처음으로 같이 장지수 해설과 호흡을 맞추게 됐어요. 여성 캐스터는 간간히 있었지만 여성 해설자는 거의 없었죠. 지금은 게임판에 남녀차이가 없다 하지만 아직도 조금씩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해설자가 된다는 것은 캐스터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데 장지수 해설은 그걸 정말 잘 해냈고 훌륭하게 성장했어요. 

해설하기 전날도 기대가 많이 됐어요. 항상 '용봉탕' 황규형 해설과 호흡을 맞추다가 장지수 해설과 처음 합을 맞추게 되니 걱정이 들기도 했고요. 중계진은 아무나 붙여놓는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방송에 들어가기 전에 장지수 해설과 중계 방향에 대해 논의했는데 장지수 해설은 제가 원하는 대로 하면 다 받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하면 재미없으니까 계속 절 먹이라는 사인을 줬어요. 어떤 해설자도 저에게 잘 공격하지 못하고 황규형 해설도 절 받쳐주는 편이니까, 정인호 해설에게 하듯이 하는 것이 재밌겠단 생각이었어요. 재밌게 봐주신 팬들도 계시지만 '여자들의 기 싸움'이라는 반응에 당황하기도 했어요. 팬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조합인데 서로 투닥하는 모습이 불편하셨던 것 같아요. 그게 절대 아녔거든요. 섣부르게 재미를 추구하려고 했던 거죠. 장지수 해설과 언제 또 중계할 것이란 기약이 없으니 그날 모든 것을 다 하겠단 욕심이 컸던 것 같아요. 하필 그날 장지수 해설이 여덟 세트 해설을 한 후라 지친 상태였기도 하고요. 다음에 또 함께하게 되면 잘 맞춰보자고 말했어요. 오랜만에 여성 캐스터와 여성 해설자의 특색 있는 조합이라 의미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여성 프로게이머, 여성 해설자, 여성 캐스터의 길이 열리게 될까요
앞으로 많이 열릴 것 같아요. 스타크래프트 때 여성 선수들이 몇몇 있었지만 최고의 리그 단계까지 올라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 오버워치 리그는 오버워치의 모든 리그 중 최고 단계인데 직접 뛰는 선수도 있고,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있죠. 팬들도 굉장히 많아요. 여성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많이 깬 종목이 오버워치가 아닌가 싶어요. 최근 많은 모바일 종목들이 방송이 되고 있는데 모바일 게임에선 여성들도 강점을 갖고 있고 선수들도 나오고 있기에 그 영역에 금이 더 생길 것 같아요. 오버워치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구리' 김세연 선수는 인기가 많아요. 니즈는 분명히 있으니 선수로서 재능이 있다면 뛰어들었으면 좋겠어요. 선수가 많이 있느냐 없느냐는 지원하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으니까요.

지난 인터뷰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중계를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셨어요. 2020년엔 홈스탠드 경기가 치러지는데 그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까요
많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워요. 얼마 전에 진행된 컨텐더스 결승을 보면서도 부러웠어요. 클래시 로얄 리그에 팬들이 오지만 오버워치는 리그 여전히 중계만 하니까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거든요. 내년에 홈스탠드 경기가 있지만 경기 수가 많지 않아서 아쉬워요.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늘려갈까 고민이 되네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팬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없는 아쉬움에 개인방송을 하셨는데 팬들의 반응을 직접 보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정말 많이요. 리그는 채팅창을 보긴 하지만 제가 거기에 대해서 답을 할 수 없어요. 개인방송에선 팬들의 이야기에 답하고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중계방송과 개인방송의 색은 굉장히 다른데 다 같이 경험하고 전달하니까 개인방송을 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을까, 일찍 시작해도 됐을 텐데 너무 겁을 냈다 싶을 정도입니다.

민족 대명절 추석입니다. 마지막으로 팬들께 추석 인사 부탁드릴게요
대한민국 최고의 명절 추석입니다. 추석 때만큼은 다이어트 생각 그만하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세요. 이번 추석을 통해 여러분들이 가족들과 모여서 피곤했던 몸도 쉬게 하고 못 했던 것도 하며 행복하게 힐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캐스터 정소림 많이 사랑해주세요.

이한빛 기자 mond@fomos.co.kr
사진=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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