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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해설가 박진영, GSL 중계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박상진2019-06-15 23:50


2019년 6월 15일, 서울 프릭업 스튜디오에서는 2019 GSL 시즌2 4강 경기가 열렸다.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들어선 프릭업 스튜디오는 생애 최초로 대회 결승에 도전하는 박령우와 남기웅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팬들이 프릭업 스튜디오를 찾은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이날은 4년 2개월동안 GSL 중계를 맡았던 박진영 해설의 입대전 마지막 방송이 있었다. 팬들은 마지막 인사를 끝내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리는 박진영 해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진영 해설이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해설을 시작했던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말버릇이나 해설 방법으로 비난을 받은 데다가 "할 말 있으면 직접 프릭업 스튜디오로 찾아오라"는 패기 넘치는 발언까지 했던 당시에는 당장 다음 시즌 해설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박진영 해설은 실력으로 인정받아 입대를 앞둔 지금 많은 스타크래프트2 팬과 시청자가 '대체 불가능 해설'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러한 평가에 박진영 해설은 자신은 '대체 불가능 해설'이 아닌 '대체 불가능 중계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과 함께해온 박상현 캐스터와 황영재 해설에게 큰 영향을 받았고, 자신이 선수 생활을 하고 해설을 한 GSL을 진행한 아프리카TV에 감사하다는 이야기였다. 스타크래프트2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그랜드 마스터를 놓친 적이 없기에 공익 생활 중에도 계속 스타크래프트2를 놓지 않고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밝힌 박진영 해설과 방송 후 그의 4년 2개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GSL 해설로 좋은 평가를 받는 지금 병역 의무를 위해 방송을 하차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클 거 같습니다
20대부터 주위에 있는 프로게이머가 아닌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하나씩 군대에 갔고, 그래서 저에게도 입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였습니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였기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게 결승 직전일 줄은 생각도 못 했죠. 결승을 앞두고 마이크를 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니 같이 일했던 중계진과 제작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결승에 올라 주목받아야 할 선수들이 혹시나 주목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고, 제 뒤에 올 후임 해설에게도 큰 부담을 주면 어떻게 할지도 걱정입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제 자신이 아쉽기도 하네요.
 

방송 하차 이야기가 나오니 다들 반응이 어떻던가요. 스타크래프트2 커뮤니티에서는 다들 아쉬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요즘에는 입영 통지서가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오더라고요. 처음 입영 날짜가 적힌 카카오톡을 보니 아찔했고, 10분 정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제발 결승까지만 하고 가고 싶다는 바람이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심지어 결승 직전이니 저도 그렇고 제작진들도 다들 걱정했습니다. 말 그대로 난리가 났죠. GSL 결승이라는 선수들이 주목받아야 할 순간에 제 이슈가 생긴 부분도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올해 초부터 이번에는 무조건 입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서 일 자체는 빠르게 수습됐습니다. 커뮤니티 반응도 봤는데 다들 아쉬워하시더라고요. 그래도 해설을 4년 넘게 했는데, 선수 생활보다 해설 생활을 더 열심히 했죠. 티는 잘 안 냈지만 내가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들도 알아준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그걸 알아봐 주시고 방송 하차에 아쉬워하시는 분들을 보니 또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요. 

2015년 해설을 막 시작했을 때는 상상도 못 할 분위기였죠. 그때를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방송 초반에는 저는 정말 기본도 되지 않았던 해설이었어요.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죠. 하지만 처음에는 정말 해설 방법도 안 좋았고 저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 있으면 프릭업에 직접 와서 하라고 말할 정도로 생각도 없었으니까요. 그때는 프로게이머 출신인데 게임 내적 이해도가 낮았지만 욕심과 자존심만 컸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런데 공허의 유산이 나오고 모두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저도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군단의 심장 당시에 (박)상현이 형과 (황)영재 형한테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들었고, 공허의 유산이 시작되면서 두 형과 함께 시작한 온풍 스튜디오 방송까지 하면서 중계 기회가 많아지니까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박진영 해설은 프로 시절보다 해설 시절에 더 열심히 게임을 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래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이에요. 지금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만큼은 아니지만, 시청자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경기 중 놓치는 부분을 보이고 싶지 않았죠. 보통 놓치는 부분은 게임을 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데, 저는 그게 정말 싫어서 매 시즌 그랜드 마스터 수준을 유지했어요. 제 실력에 자신감이 있어야 해설을 할 때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GSL 예선 최종전까지 가기도 했고,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20주년 기념 방송에서는 '스페셜' 후안 로페즈를 잡았죠. 최근 있었던 해설 간 대전에서도 제가 승리할 정도로 여전히 게임 실력에는 자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두며 '그때 열심히 할걸' 하는 후회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리고 다음 직업이 뭐가 됐든 절대 후회하지 않기로 했기에 그만큼 여지를 두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요즘 다양한 종목을 중계하는 중계진도 많은데, 박진영 해설은 스타크래프트2 하나만 집중했습니다. 다른 종목 욕심도 없잖아 있었을 거 같은데
스타크래프트2 선수 출신이니 다른 게임 해설을 하기 전에 스타크래프트2 해설로 완벽히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열 명 중에 제 해설이 좋다는 사람이 아홉이라도 나머지 한 명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그 한 명한테까지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각오이자 욕심이었죠. 모든 사람이 좋아해야 선수 출신 해설자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종목을 안 했어요. 스타크래프트2 해설을 하면 할수록 부족함이 보여서 계속 하나만 했죠. 그리고 아프리카TV에서도 제가 스타크래프트2만으로도 충분히 해설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줬어요. 정규 리그인 GSL에 아프리카TV만의 컨텐츠인 멸명전도 팀리그 방식으로 했고,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온풍 마스터즈나 언랭크드도 했죠. 최근에는 JYP 연승전까지 했었습니다. 쉬는 날을 빼고는 전부 중계 일정이 있었어요. 이제 병역을 마치고 나면 돌아와서 다른 종목에도 도전하고 싶지만, 그때까지 스타크래프트2와 GSL이 있으면 다시 중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많은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있었지만 처음과 지금을 함께하는 리그는 GSL이죠. 중간에 위기도 있었지만, 아프리카TV에서 GSL을 인수한 후 박진영 해설이 이야기 한 대로 스타크래프트2 정규 리그인 GSL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진행됐습니다. 박진영 해설에게 있어 아프리카TV는 어떤 의미인가요
아프리카TV에 있어서 해설 한 명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었어요. 제가 하는 연승전도 상금은 전액 아프리카TV에서 지원받았고, 다른 리그들도 아프리카TV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보는 사람이 있고, 진행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는 게 아프리카TV더라고요. 특히 스타크래프트2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워낙에 서수길 대표님이 GSL을 과감하게 인수할 정도로 좋아하시고 열정도 넘치시죠. 그리고 채정원 본부장님과 이하 직원분들도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승전 기획안을 들고 가니 이거 말고도 다른 것도 더 해보자고 할 정도였죠.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감동받았어요. 해설이 정규 리그 중계만 하면 자칫 나태해질 수 있어요. 당장 현재에만 만족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 제가 멈춰있을 여유가 없더라고요. 선수들이 뛸 경기가 있고, 그 경기를 본 팬들이 아프리카TV에서 보고, 다시 아프리카TV는 선수들을 위한 리그를 여는 구조가 정말 좋았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해설이 되기 전에도, 되고 나서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선수를 그만둘 당시만 하더라도 정말 대책 없는 상황이었고, 해설이 되고도 인정받기 위한 길이 험했죠. 이제 '대체 불가능 해설'이 되어 방송을 잠시 떠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저 시절은 어땠나요
선수 생활 막바지에도 힘들었고, 그래서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서 군대나 가자 하고 은퇴했어요. 그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발목을 다쳐서 당분간 입대가 힘든 상황이 됐는데, 그 기간 동안 잠시 지냈던 미국 생활이 너무 좋아서 빨리 군대 다녀오고 다시 미국에 가야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입대를 생각하던 찰나에 해설 제의가 왔죠. 선수라면 누구나 해설을 하는 게 꿈이기도 한데, 막상 저한테 온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서 주위의 조언을 듣고 새롭게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스타크래프트2 양대리그 시절이었는데, 누구보다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거 자체가 저에게는 스트레스였어요. 하지만 그때는 스트레스를 받는 게 즐거울 정도로 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서로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경쟁하면서 서로의 리그를 발전시킬 수 있던 시간이었고요. 긍정적인 기간이었고, 저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4년 2개월의 시간 끝에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해설자가 되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떤 느낌인가요
민망하죠. 제 노력을 알아봐 주시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고요. 제가 대체 불가능한 해설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틀렸다고 봐요. 제가 대체 불가능 해설이 아니라 상현이 형과 영재 형, 그리고 제가 같이 GSL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대체 불가능한 중계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같이 해설을 하는 영재 형은 제가 계속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GSL이 아닌 다른 종목 리그에서도 '이 사람들이 아니면 안 된다'라며 같이 중계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와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그리고 해설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을 거 같은데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분들이 있나요
정말 많은 분이 있어서 정말 대책 없던 은퇴 프로게이머가 모두에게 인정받는 해설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할 말 있으면 프릭업에 오라고 했던 저를 이제는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저를 보러 와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드리죠. 그래도 먼저 (채)정원이 형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공백기 동안 자주 불러서 좋은 이야기도 해주고 자신감도 주셨죠. 해설인 지금도 어떤 해설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시고요. 상현이 형과 영재 형은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제가 살면서 만났다는 거 자체가 행운인 사람들입니다. 함께 했다는 거 자체가 저라는 사람에게 영광이고, 그 두 명에게 제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주식회사 중계진 활동을 하면서 LCK와 PKL 해설인 (김)동준이 형과 PKL 해설인 (김)지수 형을 만날 일이 많아졌는데, 올해 들어 제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때마다 같은 중계진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제 일을 걱정해주고 앞날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군대 가기 전에 둘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좋은 일이었습니다.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약 2년 정도 시청자와 만날 수 없는데, 인터뷰를 마치며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로게이머 은퇴를 하면서 정말 먹먹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뭘 해야 할지, 내 인생이 끝난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지금 잠시 해설을 쉬는 지금은 그런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죠. 건강하게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저는 스타크래프트로 프로게이머가 되었지만, 제 인생을 바꾼 게임은 스타크래프트2입니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2와 GSL이 계속 이어지리라 믿고, 게임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결승을 앞둔 상황에 중계를 마치게 되어 중계진과 제작진, 그리고 후임 해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GSL 시청자분들도 계속 많은 사랑과 시청 부탁드리고, 제 의무를 마치고 다시 당당히 무대로 돌아와 인사드리겠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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