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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경민의 클로즈업] 카트의 황제, 문호준이 내려다 본 13년의 시간

모경민2019-05-08 23:21



황제가 또 한 번의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흥망, 그리고 또다시 흥. 다시 날아오른 리그의 인기를 몸소 실감하면서 많은 관객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적절한 시기와 피지컬, 그리고 막대한 연습량을 필두로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일은 어느 리그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을 열 한 번 반복하기는 어렵다.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뿐하게 들어 올렸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 문호준은 초등학교 3학년 데뷔 이래로 쭉 카트라이더 리그를 지켜왔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시청자와 팬들이 늘어난 덕에 문호준의 굳건함은 더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13년 동안 자리를 지켜오고 11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일은 자의로도 힘든 일이 맞지만, 타의로도 힘든 일임엔 분명하다. 카트라이더 게임 자체와 본사인 넥슨에서 리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쏟지 않았다면 문호준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는 힘들었던 시기에도 리그를 놓지 않았고, 문호준은 카트라이더를 놓지 않았다. 결국 또다시 개인전 우승에 성공한 문호준과 동료, 리그, 치솟은 인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와 어떻게 지냈는지 짧은 근황 이야기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Flame팀의 주장 문호준입니다. 리그가 끝난 뒤로 팬분들의 반응이 높아 방송과 유튜브가 흥해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요새 달라진 인기를 체감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일단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요. 식당을 가도 그렇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그렇고. 특히 학생들이 종종 알아보는데, 언제는 초등학생들이 '문호준 형이다' 하고 알아봐서 같이 사진 찍은 적도 있어요. 변화가 좀 생겼죠.

프로게이머 되고 나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죠?
어렸을 때 카트라이더 리그가 좀 흥해서 많이 알아봐 주셨는데 20살이 지나고 나서 이런 반응은 처음이죠. 인기 얻는 게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긴 해요. 전엔 그런 적이 없는데 외출할 때 커뮤니티를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관심이 없는 것보단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훨씬 좋죠. 

카트라이더 리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많아지고 관객도 급상승했어요.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어땠나요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어요. 개막전, 결승전을 제외하고 그렇게 경기장이 가득 찰 줄도 몰랐고. 또 결승전에서 야외무대를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선수들끼리 '야외무대에서 결승전 했으면 좋겠다', '관중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그대로 됐잖아요.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카트라이더 우승 중 첫 우승과 이번 시즌 우승이 제일 뜻깊지 않나 싶어요. 카트라이더 리그가 인기가 더 많아진다면 선수들 복지가 좋아질 거고 스폰서들도 관심을 가져 판도 커질 거고. 국산 게임 리그 중 제일 오래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도 뜻깊죠. 

인터넷에서 반응도 좋아졌지만, 실제 관람객도 늘어났어요. 넥슨 아레나에 2층까지 관객이 꽉 차고, 많은 팬덤도 생겨났죠. 그런 인기가 실감이 되나요
관중석이나 방송할 때 여성 팬분들이 비교적 적었어요. 근데 이번 시즌 접어들면서 정말 많이 늘어났더라고요. 부스 앞을 보면 2/3가 여성 팬이고, 큰 카메라 들고 오셔서 사진 찍어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 사진으로 포토 카드도 만들어 주시고 책 같은것도 만들어 주셨는데 그런 게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감사하기도 해요. 근데, 욕심이라는 게. 여성 팬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팬분들이 많아진 이유는 기본적으로 유영혁 선수와 제가 케미가 잘 맞았다 생각하고요. 강석인 선수의 귀여움? 최영훈 선수의 디펜스 플레이도 있고. 이은택 선수의 무뚝뚝하지만 할 건 다 하는 모습도 있고. 마지막으로 제 실력과 비주얼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 팬분들이 많이 생겨나지 않았나. 물론 요즘 살이 쪄서 그런지 어렸을 때 모습 보인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 제가 살이 찌면 경기가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결승전에서 살을 좀 찌워놨어요. 근데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민낯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워 살 빼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런 폭발적인 관심 속에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 1 결승전을 치렀어요. 많이 색달랐을 것 같아요
대회가 개인전부터 시작했죠. 개인전에서 세 번 연속 일등을 차지하며 2라운드에 진출했고, 2라운드에서도 극적으로 이겨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어요.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아 기분 좋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근데 팀전 에이스 결정전에 나가 패배하면서 에이스 결정전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어요. 그리고 팀원에 대한 미안함도 컸죠.

언급하신 에이스 결정전을 비롯해 개인전보다 팀전에 의의를 많이 두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비중을 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개인전은 나 혼자 잘하면 이길 수 있지만 팀전은 전체가 잘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연습 비중 자체를 개인전보다 팀전에 더 많이 뒀어요. 이번 팀은 처음이자 마지막 구성원이라 생각하고 팀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승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유영혁 선수와 같은 팀을 하면서 유영혁 선수에게 독이 된 것 같아 미안해요. 팀원 전체가 열심히 했지만 준우승했다는 거에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개인전은 잘 치렀잖아요. 우승까지 했어요. 과정도 흥미로웠고요. 박인수 선수가 잘하는 맵을 골라 승리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맵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그 맵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근데 팀전 연습을 준비하며 '골든스톰블레이드9'라는 차량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맵에 대한 주행 이해력이 많이 생겼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이번 리그에서 생각보다 보여준 게 없어 팬들에게 쇼크를 주자, 하는 생각으로 도검 구름의 협곡 맵을 고른 것도 있어요. 선수들은 플레이로 보여주니까요.
 

저번 시즌에서 라이벌로 손꼽히던 유영혁과 한 팀이 됐어요. 또 이번 결승으로 박인수라는 라이벌 구도가 생겼어요.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던 사람과 한 팀이 되고, 또 다른 라이벌이 생기고. 이런 구도에 대해 본인은 어떤가요
카트라이더 리그가 재밌는 게 기존 라이벌 구도가 질릴 즈음 새로운 강자가 생겨나요. 근데 저는 오히려 그런 라이벌 구도가 생기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라이벌이 없다면 저도 이만큼 의욕이 샘솟진 않을 것 같거든요.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한 단계 성장을 이루고 있잖아요. 차라리 (박)인수가 강자가 되는 것에 대해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똑같은 라이벌 구도가 반복되면 재미없으니까.

유영혁 선수는 과묵한 편에 속했는데 새로운 라이벌로 떠오르는 박인수 선수는 쇼맨쉽이 강한 편이에요. 방송에서 도발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가요
많은 분이 오해를 하실 수 있겠지만 사석에선 친한 형 동생 사이에요. 경기장에서 그런 인터뷰를 하는 건 재밌는 요소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해요. 유영혁 선수는 과묵하게 디스 하는 타입이고 박인수 선수는 대놓고 도발하는 타입인데 차라리 대놓고 도발하는 게 저에게 득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전이 끝나고 박인수 선수가 "문호준이 누구냐"고 도발했는데, 저는 우승하고 와서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어요. 패배자가 말이 많다, 싶었는데 제가 팀전에서 패배했죠.

본인과 유영혁 선수, 박인수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비교하자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유영혁 선수는 안전함을 추구하면서 달리는 스타일이죠. 이에 반해 박인수 선수는 주행이 베이스로 깔려 있고, 저돌적인 플레이 스타일에 능해요. 카트라이더가 듀얼 부스터와 드래프트 시스템이 생기면서 메타가 바뀌었는데 이에 박인수 선수가 훅 치고 들어온 게 있어요. 저돌적인 플레이에 대회 경험을 기반한 노련미까지 쌓였으니까요. 실제로도 박인수 선수가 장난기도 많고 밝은 편이에요. 플레이에 본인 성격이 녹아나는 것 같아요. 유영혁 선수는 성격이 묵묵한 것과 같이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 같죠. 저는 보이는대로. 예전에는 안정감을 추구했는데 요샌 모 아니면 도가 됐어요. 디펜스 스타일에서 주행을 많이 하는 쪽으로.
 

사실 매번 같은, 비슷한 맵에서 경기를 진행해요. 하지만 경기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더 매력 있는 거 아닐까 싶어요. 경기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개인전도 그렇고 팀전도 그렇고 상황에 따라 몸싸움도 많이 발생해요. 저희가 생각했던 부스터 갯수, 게이지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변수를 대처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해요. 사람이라는 게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완벽하기 직전까지 연습해 대회를 나가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황이라는 게 너무 많이 바뀌어요. 이에 따른 대처 방법도 연습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다음 시즌 함께할 팀원들 명단이 공개됐어요. 또 새로운 팀을 꾸리게 됐는데 어떨 것 같으신가요
유영혁 선수와 강석인 선수는 새로운 팀에 대한 의사를 표시해 보내줬고 새로운 시즌엔 신인들로 팀을 구성했어요. 근데 구성하다 보니 듀얼 레이스 X멤버 그대로 함께하게 됐더라고요. 선수들이 계속 리그를 할 수 있는 건 팬분들이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셔야 가능하잖아요. 팬분들이 더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이번 시즌 인기에 힘입어 다음 시즌도 인기를 이어갈 것 같아요. 기대감이 클 것 같은데
저는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크게 기대하다가 만약 인기가 없어져 버리면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커질 것 같아서요. 지금보다 인기가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더 적어질 수도 있으니까. 저는 재밌는 다른 게임, 다른 선수들이 등장하는 게 항상 불안해요. 카트라이더가 리그 오브 레전드(롤)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레이싱 게임이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도 않잖아요. 
 

중간에 스타 2를 하긴 했지만, 13년 동안 한 종목에 꾸준히 프로게이머로 몸담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요
카트라이더가 팀전으로 바뀌었던 시기가 있어요. 그때 '카트라이더 재미없어졌는데 다른 게임 한번 해 보자' 싶어 스타크래프트 2를 하게 됐죠. 그 당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숙소에서 스타 2를 했었는데, 숙소 생활이 안 맞더라고요. 그리고 스타 2에 집중을 해야 했는데 스타 2를 하면서 카트라이더 리그를 보곤 했어요. 이후 다음 리그는 자기가 팀을 짜서 나갈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스타 2에서 빠르게 카트라이더 리그로 돌아왔어요. 

그렇게 스타 2로 잠깐 전향하긴 했지만, 저처럼 13년 동안 프로게이머를 한 선수도 없을뿐더러 13년 동안 리그 유지가 된 종목 자체도 드물 거예요. 리그가 계속 열렸기 때문에 제가 계속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건 그만큼 제가 잘해왔고, 오래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살면서 반절 이상을 카트라이더 리그와 함께했잖아요. 이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죠. 

맞아요. 문호준 선수는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독보적인 존재죠. 그래서 한때 넥슨에서 문호준 선수를 견제하기 위해 룰을 변경한 적도 있어요. 앞서 말했던 팀전으로 변경됐을 때요. 덕분에 영향을 받아 스타2에 잠깐 발 들였는데 혹시 넥슨이 밉진 않았나요
그 당시 룰을 저 때문에 바꿨다고는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잘해서 바꾼 건 30% 정도. 이제 와서 보면 팀전으로 바꾼 게 더 잘한 선택 아니었나 싶어요. 개인전을 하면 잘하는 선수들만 계속 잘했을 텐데 팀전을 하면서 다양한 팬덤도 많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요즘 추세가 여러 장르에서 팀전을 많이 치러요. 저도 팀전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면 팀전을 선택한 게 옳았던 것 같아요.

그럼 리그나 카트라이더, 넥슨에 살짝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바란 점은 없을까요
지금 넥슨에서 잘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리그와 게임이 흥행해 이에 맞게 아이템도 나눠주고, 신경을 잘 써 주는 것 같아서 바라는 건 없어요. 근데 한 가지 바라는 건 팬들과 소통하거나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개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경기 끝나고 넥슨 아레나에서 팬미팅을 하는 자리가 너무 짧고 한정되어있다 생각해서 단체 팬미팅 같은 게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넥슨 아레나를 빌릴까 싶었는데 가격대가 너무 높더라고요.

인터뷰 마치면서 오래 응원해 주신 팬들, 또 새롭게 응원 시작하신 팬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이번에 유영혁 선수랑 팀을 하면서 많이 기대하셨을 텐데, 팀전에서 우승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금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물론 넥슨에서 꾸준히 리그를 개최해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팬분들이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거예요. 또 팬들 덕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야외무대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랑은 바라지 않으니 지금 정도만 사랑 주셔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성적에 상관없이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시즌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저희 팀과 다른 선수들, 유영혁 선수와 박인수 선수 또한 많은 응원 바랍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모경민 기자 raon@fomos.co.kr
사진=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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