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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게임 장애' 질병화...왜곡·괴담·과잉의료화의 결과"

강미화2019-04-29 17:22

세계보건기구가 오는 5월 총회를 통해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의 질병 등재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게임과학포럼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2회 태그톡(T.A.G talk) '게이밍 디스오더(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를 개최하고, 질병 등재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강연에는 크리스토퍼 J. 퍼거슨 미국 스텟슨 대학 심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경민 서울대학교 신경과 교수가 나섰다. 
첫 번째 세션은 크리스토퍼 J. 퍼거슨 교수가 '문제적 게임 이용에 대한 연구 및 정책 동향: 공중보건의 문제인가, 도덕적 공황의 문제인가'를 주제로 시작했다.

그는 WHO의 질병코드화에 대한 여파에 우려를 드러냈다. 게임 질병화로 기저에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고, 단순한 게임 이용자까지 정신질환자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잘못된 진단이 이뤄지기 쉽고, 비싼 치료 비용에 대한 부담도 이용자에 돌아간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크리스토퍼 교수는 "우울한 사람은 침대에 12시간 이상 누워있기도 하지만 이를 침대 중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원인을 보고 정책을 만들어야지 증후를 보고 내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게임 장애에 대한 근거로 주로 거론되는 '게임 시 도파민 수치 상승'은 단순히 음식을 먹을 때의 증가세와 유사하며 마약 종류인 코카인으로 인해 증가하는 수치와는 확연히 달랐다.

결론적으로 게임 장애에 대해 학술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찬성하는 학자가 존재한다. 이는 도덕적 공황의 결과로 봤다. 기성세대가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비난할 만한 '게임 장애'를 내세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어 윤태진 교수는 '게임의 질병화: 게임 중독에 관한 학술적 연구의 역사와 문제점'을 제시했다. 

1500여개 논문을 통해 결과 편향성과 문제 인식차이, 연구방식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실질적으로 677개의 게임 중독에 관한 논문을 지역별로 보면 한국이 91편으로 가장 높았고 중국(85편), 미국(83편), 독일(64편)이 뒤를 이었다.

또한 한국, 중국, 타이완에서는 정신의학 관련 논문 비중이 높은 반면 미국, 호주, 영국, 스페인 지역에선 심리학 관련 비중이 높았다. 

논문의 내용도 가지각색으로 '게임 중독'에 대해 정의하는 방식도 16개에 달했고, 진단도 상이한 척도를 사용해 제대로 측정했는지 의문을 남겼다. 

이에 유병률이 적게는 0.7%에서 많게는 15.6%까지 나타났다. 유병률이 이렇게까지 큰 차이를 보이는 병은 없다.  

윤 교수는 "게임 장르, 기술적 환경 등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연구자가 제한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한 진단 도구로 연구를 한 다음 그 결과를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전형적 스타일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지훈 교수는 게임이용에 대한 긍정적 효능과 이를 활용한 시도들을 조명했다.  

모리 아키오가 지은 '게임뇌의 공포'에 대한 무분별한 방송과 언론보도로 게임이 뇌를 스폰지로 만든다는 괴담이 퍼진 바 있다. 

검증되지 않은 간이 뇌파계 연구로 게임 중 베타파가 줄어든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책을 낭독하라고 권장해도, SNS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 얘기를 할 때도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원인이 아닌 우연의 효과로 추론된다. 

반면, 강동화 서울 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RTS 게이머의 뇌를 분석해 게임의 순기능을 발견했다. 누적 게임수 1000회 이상 꾸준히 게임을 즐긴 게이머의 뇌 중 시지각능력과 판단, 추론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 것이 확인됐다. 

이 외에도 마인크래프트,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의 사례를 나열해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게임이 인지능력 트레이닝에 도움이 된다"며 "게임은 우리 생활 곳곳으로 확대될 수 있는 일종의 미디어인데 스티그마(부정적 낙인)를 찍는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마지막 강연은 이경민 교수의 '게임에 대한 과잉의료화의 한계와 위험'이라는 주제로 이뤄졌다.

게임장애 질병 등재는 의료화의 추세를 왜곡시키고, 극단화시키는 과잉의료화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문제를 질병으로 보고, 병인론과 치료법을 찾는 '의료화'와 약을 팔기 위해 병을 만드는 '과잉의료화'는 아예 다른 개념이다. 

또한 게임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행동문제를 중독으로 이름 붙이고, 의료화 프레임을 씌워 질병으로 분류하면 정상적인 몰입에 대한 정신질환자 낙인, 과잉 진단의 우려, 근본적 원인에 대한 문제 미해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보호자나 의료인에게는 오용과 남용의 우려가 있다"며 "보호자는 자녀가 우울증 보다는 게임중독이라는 진단을 받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에서 회피할 수 있고, 의료인 입장에서는 비보험 치료의 금전적 인센티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게임 과용은 자기 통제력 발달 과제의 일부이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 교육 문제, 가정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미화 기자 redigo@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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