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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논문 1500편 살펴보니 '게임 장애' 학술적 근거 여전히 부족해"

강미화2019-04-29 13:39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지난 5년간 WHO가 질병 등재를 할 만한 근거가 마련됐는지 영문으로 발표된 해외 논문 1500편을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5월 총회를 통해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의 질병 등재를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5판(DSM-5)에 관련 연구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연구가 필요한 단계로 지켜보자'는 결론 아래 게임 장애는 2013년 이후 별책에 남겨진 채 정식 질병으로 등재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그는 "게임 중독의 학술적 근거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며 "게임 연구의 한계는 게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의 결과일 수 있다"고 밝혔다.

1500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91편으로 가장 높았고 중국(85편), 미국(83편), 독일(64편)이 뒤를 이었다. 또한 한국, 중국, 타이완에서는 정신의학 관련 논문 비중이 높은 반면 미국, 호주, 영국, 스페인 지역에선 심리학 관련 비중이 높았다. 

윤 교수는 국내와 중국은 정부기관, 정신의학 분야에서 연구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논문이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 논문들은 '게임 중독은 존재한다'는 전제 하의 연구와 '게임 중독이 있는가'에 대한 질의를 던지는 연구로 나뉘는데 '게임 중독은 존재한다'는 전제 논문이 한국은 89%, 중국은 90%로 가장 높았다. 

특히 최근 들어 게임 과몰입 중독 개념에 사전 동의하거나 전제하고 연구하는 논문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내용도 가지각색이었다. '게임 중독'에 대해 정의하는 방식도 16개에 달했고, 진단도 상이한 척도를 사용해 제대로 측정했는지 의문을 남겼다. 상이한 척도는 결과에서도 뚜렷했다. 유병률이 적게는 0.7%에서 많게는 15.6%까지 나타난 것. 유병률이 이렇게까지 큰 차이를 보이는 병은 없다.  

이 뿐만 아니라 특정 게임을 지목하거나 게임 장르를 특정해 진행한 연구는 극소수였다. 게임의 순기능적 요인을 다루는 연구에서 장르 구분으로 정교한 근거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윤 교수는 "게임 중독은 비의학적 문제가 의학적 문제가 돼가는 '의료화'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을 의학적으로만 치료할 수 있다는 명제가 강력하게 작동해 멀쩡한 사람이 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화를 주도하는 주장 제시 집단과 대응집단간의 경쟁으로 연구자 내부의 차이는 주요 담론에서 배제되고 이분법 논쟁 구도만 남은 상태"라며 "게임 장르, 기술적 환경 등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연구자가 제한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한 진단 도구로 연구를 한 다음 그 결과를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전형적 스타일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태진 교수는 게임과학포럼이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하는 제2회 태그톡(T.A.G talk) '게이밍 디스오더(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를 통해 분석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강미화 기자 redigo@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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