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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특집] 최병훈-김정균, 두 사람이 말하는 SK텔레콤 T1

박상진2017-04-19 23:54



중국 당서에 '창업이수성난'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일으켜 성공하기는 쉬워도, 성공을 지키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2017년 e스포츠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특히 한국에서는 성공도 힘들지만 정상의 자리를 계속 지키기는 힘든 모습을 보인다.

2016년 서머 시즌까지 롤챔스는 총 12번의 시즌이 진행됐다. 롤챔스 초대 우승팀인 MiG 블레이즈, 그리고 후신인 아주부 프로스트 두 형제팀이 한 번씩 차지했고, 나진 소드, ROX 타이거즈, kt 롤스터가 한 번 우승자의 자리에 올랐다. MVP 오존과 후신인 삼성 갤럭시 블루가 차지한 우승까지 총 12번 중 7번의 우승을 제외하고는 한 팀이 나머지 다섯 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바로 SK텔레콤 T1이다.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도 SK텔레콤은 디펜딩 챔피언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2011년 시작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13년과 15년, 그리고 16년 등 세 번의 우승을 SK텔레콤이 차지하며 명실상부 종목을 지배하는 팀이 된 것.

과연 SK텔레콤이 최고의 자리를 수성하는 데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 2017 롤챔스 스프링 결승을 앞두고 포모스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대표하는 SK텔레콤의 최병훈 감독과 김정균 코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여섯 번째 롤챔스 결승에 올랐다. 상대가 kt 롤스터로 결정됐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김정균 코치: 예전 결승들과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 상대의 마지막 경기를 분석하고, 그에 맞춰 우리 실수를 줄이는 등 항상 하던 대로 준비하고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kt가 결승에 진출할 거로 예상했다.

최병훈 감독: 선수들의 예상은 갈렸다. 삼성 갤럭시의 경기력이 좋아 결승 상대가 삼성이 될 거라고 예상한 선수도 있었고, 반대로 kt가 올라올 거로 생각한 선수도 있었다.

이미 세 번의 롤드컵을 우승했고, 이번 롤챔스 결승까지 우승하면 여섯 번째 롤챔스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된다. 열세 번의 롤챔스 중 반 가까이 우승하게 되는데, 처음 SK텔레콤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만들 당시 이 정도로 종목 자체를 지배하는 팀이 될 거라고 예상했는지.

김정균 코치: 원래 롤드컵을 세 번 우승하고 은퇴하려고 했는데, 그 세 번을 너무 빨리해버렸다. 그래서 은퇴할 롤드컵 우승 횟수를 늘릴까 생각 중이다.

최병훈 감독: 아니 네 번이었는데...

김정균 코치: 그랬나(웃음). 첫 목표가 롤드컵을 네 번 우승하고 은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막상 생각보다 빠르게 롤드컵에서 세 번 우승해서 네 번 우승하면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 말만 그렇지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빠르게 무언가 이룰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창단 후 빠르게 첫 우승을 하는 걸 중요한 목표로 세웠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우승을 많이 차지했다.

최병훈 감독: 내게는 첫 우승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바로 당시 최강팀이던 아주부를 실력으로 따라잡아 이기는 팀을 만드는 거였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아주부를 따라잡고 싶었다. 팀 창단 당시에만 해도 아주부와 우리는 1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모든 선수와 코치가 열심히 해서 목표를 빨리 이룰 수 있었다.
 


팀 창단 이전 최병훈 감독과 김정균 코치는 서로 아는 사이였는지.

최병훈 감독: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김정균 코치의 방송을 보거나 카오스 선수 시절 방송을 봐서 알고 있을 정도였다. 어느 날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도 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도 하더라.

김정균 코치: SK텔레콤에 오기 전까지는 최병훈 감독님을 몰랐다.

최병훈 감독과 김정균 코치가 서로 만났을 때 인상은 어땠나.

최병훈 감독: 김정균 코치를 추천한 건 나였다. 지금까지는 지금 C9 복한규 감독이 선수때 추천한 거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김정균 코치를 추천할 당시에 복한규는 팀에 없었다. 사무국에 코치가 필요할 거 같다고 요청하고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당시 선수였다가 은퇴한 상태였던 김정균 코치를 생각해내고 괜찮을 거 같아 사무국에 영입을 요청했다. 친분은 없었고 사람에 대한 평판도 모르는 상태에서 방송하는 거만 보고 괜찮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김정균 코치는 지금보다 잘 생겼었고 남자를 홀리는 마성의 매력도 넘쳤고(웃음)... 느낌이 괜찮았다. 게이머 경력도 길고 군대도 전역한 상태였는 데다가 한국 최초의 롤 프로게임팀의 구심점이 됐던 사람이 김정균 코치다. 거기에 두루두루 아는 사람도 많아 인맥도 넓었기에 코치에 적임이었다.

김정균 코치: SK텔레콤 사무국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는 정말 고민했다. 당시 팀에서 방출당했던 시기라 사람들은 전부 불쌍했던 이미지로 기억해주는데, 코치 제의를 받기 전에 다른 팀에서 선수 영입 제의도 있었고, '나는 캐리다' 같은 방송에도 출연하는 동시에 개인 방송 인기도 괜찮았다. 반면 코치 경력은 전무했기에 SK텔레콤에서 제시한 조건은 그때 내 상황에서는 조금 아쉬운 상황이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걸 계속 키우느냐, 아니면 리스크를 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느냐의 선택에 기로에 놓였다. 그래도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SK M시티 건물에서 최병훈 감독님을 처음 만났는데, 듬직한 모습의 첫인상에 좋은 느낌을 받았다.
 


최병훈 감독과 김정균 코치는 업무 분담을 어떻게 하는지.

최병훈 감독: 경기에 관련된 모든 일은 김정균 코치가 맡고, 나는 경기를 제외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김정균 코치: 최병훈 감독님이 있어 내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정말 큰데, 감독님 덕분에 내 일이 수월하다. 

팀을 창단할 때 어느 정도 완성된 1팀과 새로 모집한 2팀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는지.

김정균 코치: 직접 선발한 2팀을 만드는 게 내가 내건 코치 입단 조건이었다.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내가 선수들의 재능과 발전 가능성을 보고 팀을 구성하고 싶었다. 당시에 나도 게임을 직접 하던 시기라 좋은 선수도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최병훈 감독: 나도 김정균 코치의 생각에 동의했다. 1팀은 복한규가 이끌고 온 선수들로 구성했는데, 거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정식 창단 전에도 당시 활동 중이던 선수들을 모아 팀을 만들려고 했는데, 많은 이유로 몇 번 실패했다. 계속 계획이 틀어지자 창단도 무산될 뻔했다. 아마추어팀을 만들려고 해도 일이 많은데, 기업팀은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 기간이 1년 가까이 됐다. 더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창단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거 같아서 급하게 팀을 구성했었다. 그러다 보니 팀 구성에서 성급했던 부분도 있었고, 그 부분에서 당시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지금과는 다른 이야기가 쓰여지고 있었을 거 같다. 이후 새로운 코치가 합류해 추가로 팀을 꾸려 2팀 체제로 간다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최병훈 감독이 SK텔레콤 사무국에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창단을 건의했었나.

최병훈 감독: 처음에는 회사에 졸랐다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기업팀 창단이라는 게 쉽지 않으니까 회사에 비전을 보여줘야 했다. 차후 계획과 함께 현재 진행되는 리그로 가능성을 보여야 회사에서도 종목에 투자하고 창단을 고려할 수 있었다. 당시 SK텔레콤에서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이 운영 중이었고, 스페셜포스 종목도 운영했다. 내가 맡았던 스페셜포스 팀의 미래가 불확실하기는 했지만 내가 처음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맡을 생각은 아니었다. 내가 맡지는 않더라도 팀을 운영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 후 정식 창단까지 1년이 걸렸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봤을때 창단이 더 늦어지면 진입이 힘들 거 같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모았던 팀 구성이 많이 바뀌었는데, 지금 코칭스태프나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도 있었다. 그래도 시간을 가지고 당시 이름값보다는 발전 가능성을 가진 선수를 모아 장기적으로 팀을 성장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진척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아 이후 작업은 급하게 진행하기도 했다.

김정균 코치: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지만, 카오스를 먼저 10년 가까이 했다. 스타테일에 들어갈 수 있던 거도 카오스에서 쌓은 AOS 장르 게임 경험 덕분이었다. 덕분에 이 장르에서는 재능있고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 다섯이 모이면 종목 자체를 석권하고, 다른 팀은 이기기 힘든 상황이 만들어지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2팀 선수를 모집하고 테스트할 때 정말 고생했다. 입단 신청을 한 선수들이 각자 집에서 보이스 채팅을 하는 걸 직접 듣고 경기를 계속 봤다. 테스트를 보는 인원이 50명 가까이 됐고, 여러 단계를 거쳐 선수들을 선발했다. 그래서 태어난 팀이 2팀, K팀이다.
 


'벵기' 배성웅이 그 과정에서 탈락했는데, 김정균 코치가 재차 불러서 K팀에 합류했다.

김정균 코치: 여러 이유로 테스트에서 (배)성웅이가 탈락하긴 했는데, 꼭 같이 팀에서 해보고 싶어서 결국 다시 테스트를 보고 팀에 합류시켰다. 성웅이 대신에 당시 인지도 있던 다른 선수를 합류시키는 방법이 있었는데, 성웅이의 재능과 발전 가능성이 더 컸다. 실제 게임에서도 나와 성웅이가 서로 다른 편의 정글러로 만났었는데, 상대편 라이너가 완전히 밀린 상태에서도 성웅이 혼자서 팀을 캐리해서 결국 이기더라. 그걸 보고 성웅이는 진짜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성웅 외에도 K팀을 구성한 다른 선수는 어떻게 선발했나. 그리고 '페이커' 이상혁을 찾아내고 골라낸 이야기도 궁금하다.

김정균 코치: 탑 라이너인 '임팩트' 정언영은 팀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테스트 기간은 짧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돋보인선수가 (정)언영이었다. (이)상혁이는 솔로랭크 점수도 높았고 개인방송으로 보여준 피지컬도 좋은 데다가 경기 중 콜도 훌륭해서 합격시켰다. 당시에도 말이 안 되는 선수라고 생각했던 게 상혁이다.

최병훈 감독: 내가 보기에는 상혁이가 가장 잘하는 선수로 보였다. 선발 0순위를 상혁이로 두고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혁이가 게임을 정말 잘해서 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만나보고 싶을 정도였다. 보통 게임을 잘한다고 실제 사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상혁이는 달랐다. 그런데 처음에 상혁이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보다 키도 작고 왜소한 데다가 낯가림까지 심했다. 숫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진짜 게임밖에 안 하겠다는 느낌이었다.

미드 라이너인 '피글렛' 채광진은 원거리 딜러로, '푸만두' 이정현은 서포터로 영입했다. 봇 듀오를 둘로 구성한 이유가 있다면.

김정균 코치: (채)광진이는 미드도 잘했고 다른 라인도 전부 잘했다. 정말 미세한 차이로 선발 결과가 결정됐는데, 광진이는 원거리 딜러로서 피지컬도 좋았고 다른 라인의 이해도도 높았다. (이)정현이는 카오스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선수라 실력에서 의심이 없었다. 당시 정현이가 전역하고 나서 얼마 안 됐던 시기라 게임 수는 적었지만, 게임을 할수록 실력이 오를 거라고 믿었다. 상혁이만 빼고 나머지는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팀으로 불렀다.

최병훈 감독: 정현이는 인맥으로 팀에 들어온 게 아니다. 오히려 알던 사이라 더 철저하게 테스트를 진행했다.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지켜봤는데 발전 가능성도 보였고 팀원 간의 콜도 좋았다.

힘든 과정을 거쳐 2팀 체제로 SK텔레콤 T1을 창단해 2013년 롤챔스와 롤드컵을 동시에 우승했다. 대단한 기록인데,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는지.

김정균 코치: 선수들이 잘했다. 실력도 좋았지만 엄청나게 노력했다. 재능있는 선수들이 열심히 한 결과다. 거기에 창단 효과도 있고 다들 게임을 재미있게 했다. 승패에 상관없이 게임을 재미있게 하다 보니 성적도 잘 나왔다.

최병훈 감독: 2013년 서머 결승이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날 kt와 했던 결승이 모든 운명을 바꿔놓았다. 1세트와 2세트를 내주고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승리해서 이후 롤챔스와 롤드컵 우승이 가능했다고 본다. 준우승해도 선수들은 잘해나갔을 거지만, 첫 우승을 빠르게 하고 나서 선수들에 가속도가 붙었다.

김정균 코치: 하나 이야기하자면 최근 들어서야 경기 후 피드백이 주목을 받았는데, 나는 코치가 되자마자 지금과 같이 선수들에게 피드백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수첩에 모든 걸 적고 경기가 끝나면 적은 것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이야기를 한다. kt와 첫 결승도 마찬가지고 5년간 경기마다 꾸준히 피드백을 했는데, 이런 부분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경기뿐만 아니라 스크림 피드백도 경기와 똑같이 진행한다. 지금에서야 선수들에게 한 피드백이 주목받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팀 창단 후 첫해라고 할 수 있는 2013년 롤드컵까지 마치고 1팀을 리빌딩했다. 이지훈이나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같이 타 팀에서 활동하던 선수도 SK텔레콤에 합류했는데.

김정균 코치: 처음 팀을 창단했을 때 SK텔레콤이 알려지지 않아서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이 지원하지 않았다. 이동통신사를 겸한 대기업이 SK텔레콤인데 게이머들이 그 부분까지 인지하지는 못했으니까.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명문팀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주로 즐기는 층에게 어필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테스트가 쉽지는 않았는데 롤드컵까지 우승하니 선수들이나 프로 지망생들이 입단 테스트를 받고 싶은 팀이 됐다.

최병훈 감독: 지금이야 SK텔레콤 T1에서 연습생을 뽑고 테스트를 한다면 주목받는 일이 됐지만, 처음 팀을 구성할 때 우리는 없는 팀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테스트 이야기를 듣고 대기업을 사칭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그래서 테스트 자체를 안 보려는 사람도 있었다. 스타크래프트를 안 보던 사람도 많았으니까. 심지어 휴대폰 대리점에서 적당히 협찬받고 이름을 내세우는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힘들었던 시기다.

김정균 코치: 그렇다고 그 선수들에게 뭐라 할 수 없는 게, 나조차도 코치로 입단할 때 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안했고 오히려 카오스를 오래 했으니까. SK텔레콤 T1이 명문인지 나도 몰랐다. 그래도 이 팀에 들어온 게 큰 선택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 초반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세웠고 S-K 2팀 체제도 자리 잡았는데 그해 자체는 마음대로 잘 안 풀렸던 거 같다.

김정균 코치: 2014년은 롤드컵에 못 나갔던 해고, 그래서 다들 부진했던 시기로 생각하는 거 같다. 하지만 그해 첫 대회에서 전승 우승도 차지해서 우리에게는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물론 당시에도 열심히 했지만 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시기였다. 부진하다고 마냥 좌절하지 않고 재정비해서 지금의 SK텔레콤 T1이 존재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고, 잘못된 걸 고쳤다. 자세가 변해 나태하거나 연습을 게을리 한 게 아니었다는 증거다.

최병훈 감독: 1년에 한 번은 우승했던 거 같다. 그런데 2014년은 모든 걸 다 잃은 해로 기억되는 거 같다. 다른 해보다 우승을 덜 하고 롤드컵을 가지 못했던 거뿐인데 당시 우리 팀이 저평가되었더라. 1년에 한 번 결승에 가는 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우리 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팀과는 다른 거 같다. 2014년에 아쉬운 성적을 내긴 했지만 최악은 아니었다. 그해 초에 우승했는데도 평가가 박한 걸 보면 최근 우리 팀을 바라보는 시각과 겹치는 느낌이다. 기대치가 높다 보니 한 세트만 패배해도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팀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걸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해 김정균 코치 이야기처럼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게 2014년이다. 지금에서야 이야기하지만 당시 삼성 갤럭시처럼 우리도 S팀과 K팀의 선수를 서로 바꾸며 구성을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타이밍을 못 잡았고, 구성을 바꿨다고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김정균 코치: 두 팀의 선수 구성을 바꾸는 게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길게 봐야 하는 팀이니까. 그래서 결국 팀 구성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2014년 후반부 아쉬움이 남았다고 하는데 어떤 부분에서 이야기인가.

김정균 코치: 경기력 부분인데, 언제나처럼 이기겠다는 확신이 덜했다. 무조건 이긴다는 확신이 조금 떨어졌다.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2014년에 우승도 차지했는데, 내 스트레스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지지 않는 게 목표가 되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거다. 팀을 창단하고 2013년 롤드컵에 우승하자 팬과 주위의 기대가 높아지자 일이 힘들어졌다. 쉬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16년 스프링 시즌에는 7위로 1라운드를 마치기도 했다.

다음 해인 2015년에는 단일팀 체제로 바뀌었다. S팀과 K팀을 한 팀으로 바꿔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김정균 코치:누군가 떠나야 하니까 아쉬움은 분명 있었다. 그래도 공과 사는 다른 거다. 어떻게 되든 팀의 우승이 먼저니까 그 생각밖에 안했다.
최병훈 감독: 10명이 넘는 선수단을 한 팀으로 바꾸려고 하면 최소한 3명 이상은 새로운 길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수 개인의 의사나 팀의 전략적인 부분을 고려해 다시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좋은 구성으로 팀을 재정비했고, 선수 구성이 나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SK텔레콤 T1이라는 이름 아래에 한 팀으로 2015년과 2016년 시즌을 보냈는데, 롤챔스에서 총 세 번을 우승했고 두 해 모두 롤드컵을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타이거즈가 라이벌처럼 등장했는데 정규 시즌에서는 타이거즈가 우세해도 포스트시즌에서 따라잡고 우승하기도 했다. 롤드컵에서도 두 팀은 역사에 남을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정균 코치: 타이거즈를 상대할 당시에는 라이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리와 많이 얽히긴 했는데 그 자리에 타이거즈가 아니라 다른 팀이 왔어도 어떻게 승리할지만 고민했을 거다.

최병훈 감독: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우리와 타이거즈가 중요한 순간에 많이 만났다. 타이거즈는 거의 항상 성적이 좋았고, 우리는 따라가는 입장인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앞에서 우리보다 잘하는 팀이고 이겨야 할 팀이라고 생각해서 경기를 준비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지금 되돌아보니 스토리나 라이벌 구도라는 게 이렇게 그려진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팀이 와도 다를 건 없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자리에서 많이 만나 그런 스토리가 생겼다.

김정균 코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타이거즈를 만났던 거 같다. 결승을 다른 팀과 한 적도 있지만, 이렇게 얽히다 보니 타이거즈와 2년 동안 정말 치열하게 싸웠고, 그 경기들이 모두 중요한 경기가 된 거 같다.
 


단일팀 이후 SK텔레콤이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항상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도 이지훈이나 '톰' 임재현, '블랭크' 강선구, '프로핏' 김준형 등 식스맨을 활용하며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선수를 고루 기용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김정균 코치: 언제나 매해 목표는 롤드컵을 우승하는 거다. 그 과정에서 성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잘 보이지 않는 문제는 언제나 숨어있었다. 지금의 성적이 좋더라도 롤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 고쳐야 할 부분이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결과를 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상보다 더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과정 중 하나가 식스맨의 기용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잘 안 보이지만 그보다 한 걸음 더 앞서가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해야 하는 게 감독과 코치의 일이다. 최고의 상황부터 최악의 상황까지 모두 준비해야 한다. 피드백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외부로는 우리가 잘한 거 같지만, 상대가 실수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승리를 내줬을 상황도 있다.

최병훈 감독: 밖에서 볼 때 선수가 완벽해 보여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리고 미리 팀의 다음 상황까지 생각해야 하는 데다가 경기 결과를 떠나서 내용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를 보고 팀의 문제를 미리 대처해야 하는 일도 많다. 모든 선수가 열심히 연습하고, 코칭스태프는 돌발적인 상황까지 생각해 선수 기용을 준비한다. 그런 준비 중의 하나가 식스맨 기용이고, 상황에 맞아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식스맨 체제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과거 이상혁-이지훈의 구도만큼이나 '피넛' 한왕호-강선구의 활약도 이번 시즌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강선구는 올해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순간에 자주 등장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강선구의 성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정균 코치: 성장의 관점에서 보자면 K팀 초기 선수들도 훌륭하고 '마린' 장경환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강)선구는 단일팀 체제에서 주목받아 더 크게 이슈가 된 것이지 (장)경환이도 유망주였지만 초반에는 엄청나게 비난받을 정도였다. 오히려 14년도 한 해를 힘들게 보내고 다음 해에 잠재력이 폭발해 롤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점에서는 경환이도 대단하다. 그다음이 선구다. 경환이처럼 선구도 작년에는 힘들었지만 올해 중요한 3세트에 등장해서 팀 승리를 지켜냈다. (배)준식이도 비슷하지만 준비시간이 짧았고, 경환이는 길었다는 차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우리는 언제나 선수를 키우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부진하다고 선수를 바로 내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다행히 다 성공했다. 정말 우승으로 성공한 결과가 되어 다행이지 실패했으면 그 감당을 어찌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선수 육성이나 피드백 등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 팀을 최고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각자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김정균 코치: 사람 보는 안목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지 언젠가 한 번은 삐끗할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키운다면 언제든지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잠시 주춤하고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믿어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시면 다시 정상에 오를 테니 힘든 순간이라도 응원해주시면 다시 일어나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최병훈 감독: 내 능력보다는 매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아서 사람들을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복이 있었고, 그래서 어디서 이야기 할 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정균 코치 같이 능력 좋은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김정균 코치: 나는 감독님이 정말 부럽다. 내가 못한 걸 다 해서... 결혼도 하시고 아이들도 예쁘다. 이제 연애나 결혼 이야기는 식상해서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다.

최병훈 감독: 김정균 코치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안 하는 거.

김정균 코치: 감독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신경 써주시느라 정말 도움이 많이 되어서 고맙다.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과 포모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김정균 코치: 처음 코치 일을 시작한 뒤로 5년이 지났다. 항상 열심히 노력하고 초심을 잃지 않은 채로 코치일을 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결과가 좋지만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게 성적이다. 그래도 격려와 응원을 해주시면 마지막에 항상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이겠다. 항상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

최병훈 감독: 우리가 우승을 많이 했지만, 마음가짐이 처음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경기했고, 그래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거 같다. 나뿐만 아니라 김정균 코치를 비롯한 팀 구성원들이 모두 열심히 하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SK텔레콤 T1은 우승과 상관없이 열심히 하는 팀이고,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기에 다시 우승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항상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 나태해지지 않는 모습으로 언제나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 오타 수정했습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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