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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10년차 프로게이머, 김대엽의 홀로서기

박상진2017-02-17 00:00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한국을 대표하던 e스포츠 종목이라면 스타크래프트였다. 블리자드에서 개발한 RTS 장르 게임은 한국에서 PC방 붐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모았고, 임요환이나 홍진호 같은 누구나 알만한 스타도 만들어냈다. 개인과 개인이 맞붙는 개인 리그와 더불어 팀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리그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종목 전환 등 스타크래프트를 둘러싸고 많은 일이 있었고, 장르의 유행도 RTS에서 AOS로 옮겨가며 프로리그 규모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2016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운영 종료가 발표되며 한국 스타크래프트2 리그로는 GSL만이 남았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던 선수들도 각자의 길을 갔다. 같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인 브루드워를 다시 시작한 선수도 있고, 아예 게임을 떠나 새로운 길을 찾은 선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김대엽처럼 계속 스타크래프트2에서 활동하는 선수도 있다.

2008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시절 데뷔한 김대엽은 오랜 시간 kt 롤스터 한 팀에서만 활동했고, kt 롤스터의 마지막 팀원 중 한 명이다. 팀 운영 종료 이후 김대엽은 해외 팀인 스플라이스 소속으로 계속 대회에 참가하며, 개인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대엽이 GSL 8강 진출을 확정 짓고 난 후 그를 만나 계속 스타크래프트2를 선택한 이유를 들었다.

2008년부터 kt 롤스터에서 활동했는데, 팀 운영 종료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가 종료되고, 팀 역시 해체한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크게 당황했다. 이야기를 듣고 2주 정도 게임이 손에 잘 안 잡혔다.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주더라. 한 달 정도 지나고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갔는데, 친구들이 소식을 듣고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을 때야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몸담아왔던 팀이 해체되고, 대회가 없어지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고 오래 고민했다. kt 시절 프로리그에서는 성적을 잘 냈지만, 개인 리그에서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었다. 2016년이 되어서야 개인리그 결승에도 가고, 크로스파이널 우승도 하고, 블리즈컨에도 갈 수 있었다. 이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든 순간에 팀이 해체돼서 정말 아쉬웠다.

나 말고도 팀에 있던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선수들 모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빠져있었다. 다들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여전히 더 프로리그에 참가해 경기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더는 그럴 수 없음에 아쉬워했다. 그래도 선수들은 계속 참가할 개인 리그가 있었지만 감독님이나 코치님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티는 안 내셨지만 우리보다 더 힘드셨을 거 같다.

그래도 11월에 블리즈컨 현장에서 열리는 WCS 글로벌 파이널이 있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텐데.

눈앞에 큰 대회가 있으니까 힘내서 연습했다. 미국은 두 번째로 가봤는데, 한국하고 다르게 다 큼직큼직하고 여유 있는 느낌이라 좋았다. 그리고 현지에 살던 류원 코치님 사촌이 대회 기간 대부분 잘 챙겨주셔서 나와 (주)성욱이, (전)태양이가 먹는 거도 잘 챙겨 먹었고, 헐리우드 같은 미국 명소 관광도 재미있게 했다.

WCS 글로벌 파이널은 4강까지 올라갔는데 잘했지만 아쉬운 성적이다. 변현우만 이겼으면 결승이고, 거기서 (박)령우만 잡았으면 우승할 수 있던 기회였다. 4강이라는 성적에 만족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연습에 몰두하느라 블리즈컨 구경은 거의 못했지만, 다행히 경기 전날 행사장 지하에 있던 블리자드 기어샵에 들러서 오버워치 리퍼 머그 컵 정도는 사 왔다. 신기한 거 많더라.
 


kt와 계약 기간은 11월 30일까지였는데, kt에서 숙소나 연습실을 한 달 정도 더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나.

블리즈컨에서 돌아오고 나서 정신이 없었는데, 다행히 한 달의 여유가 더 있어서 미래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대전의 본가에 내려갈지, 서울에서 혼자 지낼지, 아니면 해외 생활을 해볼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서울에서 자취 생활하기를 잘한 거 같다. 숙소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이모님이나 코칭스태프, 다른 선수들에게 의존했던 일도 이제 혼자 스스로 해야 하니까 더 알게 된 것들도 많다. 청소나 빨래는 2군 생활때 해봤지만, 집 전체를 관리하는 건 처음이다.

2군 생활이라면 kt 초창기 시절인 거 같은데, 당시에 한 번 팀에서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합류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만 돌려보내진 게 아니다. (강)민이 형도 같이 돌려보내졌다. 당시가 리그 예선전 직후였는데, 이지훈 감독님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선수들에게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셨는데, 그게 재충전이나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집에 보내신 거였다. 네 명이 집으로 돌아갔는데, 나와 민이 형만 다시 팀으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추억이다.

강민과 같이 소속되었다면 오랜 기간동안 kt 롤스터에서 활동했는데, 지금도 생각나는 선수가 있나.

일단 성욱이 아닐까. kt 시절 방도 같이 쓰고 지금도 언제든 찾아가서 같이 영화도 보고 자고 올 정도로 편한 사이다. 지금 CJ 롤팀 감독인 (박)정석이 형도 잘해주시고 귀여워해 주셔서 잘 따르고 좋아했고, (홍)진호형도 재미있을 땐 재미있었고, 진지하게 조언을 구할 때는 이야기도 잘해주셨다. (강)민이 형과는 최근에도 계속 연락하고 있다. 얼마 전 (김)성대와 (황)병영이와 함께 만나서 운동도 하고 밥도 먹고 했다. 

얼마 전부터는 팀에 동생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다들 착한 사람들이라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이)동녕이나 (정)지훈이나 (최)성일이나 다들 좋아서 kt 후반 생활도 재미있었다. 다들 잘 지냈는데, 숙소에서 한 명씩 나갈 때 정말 아쉬웠다. 나는 숙소에서 늦게 나간 편인데, 각자 길을 정하고 숙소에 와서 자기 짐과 컴퓨터 본체를 들고 나가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다음 예선 때 보자는 인사가 숙소에서의 마지막 인사였다.
 


대전 본가나 해외 진출이 아니라 서울 생활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딱히 서울에 남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남게 된 거 같다. 12월 말에는 거처를 정해야 하는데 팀을 구한 상황은 아닌 데다가 GSL 예선은 통과해서 서울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서울에 살던 사촌 동생의 도움으로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을 구해 지내게 됐다.

혼자서 밥도 찾아 먹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연습이나 대회 신청도 누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혼자 알아서 해야 했다. 팀 시절에는 연습 상대 구하기가 힘들지 않았는데, 이제 혼자 알아서 선수를 구해야 하는 게 힘들더라. 다행히 동녕이나 지훈이, 전 CJ (이)재선이가 도와줘서 이번 GSL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태양이는 같은 조라 연습을 못 했다.

GSL 16강에서 전태양과 같은 조에 속했는데, 개인 리그에서 같은 팀 소속이었던 선수를 자주 만나는 거 같다.

조지명식에서 태양이가 나나 (한)지원이를 다른 조로 보내고 토끼같은 선수를 데려오려나 했는데 우리 조가 아니라 다른 조 선수를 바꾸는 걸 보고는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8강에 올랐으니 다행이지만, 당시에는 태양이가 대체 왜 이러는지 힘든 길을 자처해서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팀 시절 약한 모습을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가 팀킬 조에 들어갈 상황이 매번 만들어졌었다.

그리고 올해 초 강민수가 있는 스플라이스에 입단했는데, 어떤 과정으로 입단이 진행됐나.

뜬금없이 (강)민수에게 연락이 오더라. 급한 일이 있다고 빨리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는데 당시에 일이 있어서 한 시간 정도 늦게 답을 하니 스플라이스에 입단하라는 이야기였다. 한창 팀을 찾던 와중이라 고맙다고 하고 팀 매니저와 이야기해서 입단을 결정지었다. 예전만큼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충분히 좋은 조건이라 계약서에 전자 서명을 하고 입단을 확정 지었다.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 계약서를 보고 혹시 노예계약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는데, 민수와 IEM에서 인터뷰를 했던 조명환님이 밤늦은 시간에 계약서를 검토해줘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목표가 있다면.

우승해야 한다, 혹은 우승하고 싶다는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도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지금처럼 꾸준히 하고, 대회에서 떨어지더라도 좌절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스트레스 덜 받고 게임하는 게 목표다. 아마 스타크래프트2가 재미없어지는 날이 올 때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할 거 같은데, 지금은 스타크래프트2가 재미있고,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을 거 같다.

스타크래프트2는 하면 할수록 나에게 잘 맞는 게임 같다. 스타크래프트2는 정답이 없다. 게임 자체가 유연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가져야 잘하는 게임이다. 요즘에는 게임이 잘 풀려서 스스로 방송을 하면서 이리저리 방법을 바꿔가며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게임 내용이 나와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스타크래프트2를 잘하고 있다는 거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도 안 해본 게 아닌데, 나에게 팀 게임은 그저 즐겨야 하는 게임인 거 같다. 몇 번 해봤는데, 그동안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은 거 같다(웃음). 브루드워도 안 했다. 고향에 돌아가서 동네 친구들이 한 번 하자고 하면 이왕 하는 거 스타크래프트2로 하자고 한다. 그러고서는 3대 1이나 2대 1로 상대해줬다.

얼마 전 이영호가 ASL에서 우승했다. 현장에도 찾아온 거 같은데, 브루드 워 경기를 다시 본 느낌은 어떤가.

예전 기억이 난다. 게임 내적으로 기억이 난 게 아니라 예전 kt 시절에 영호가 결승에 자주 가서 구경했던 그 느낌이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영호가 우승했는데 같이 헹가래 쳐줄 선수가 없다는 거 정도다. 나도 다시 결승에 올라서 꼭 우승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

인터뷰를 마치며, 많은 일이 있던 와중에도 계속 찾아와주고 응원하는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팀이 없어져도 다들 스타크래프트2를 좋아해 주시고, 나도 좋아해 주시고 방송도 봐주시는 팬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팬들이 보내주는 사랑에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연습하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스트리밍으로 즐거움을 드리는 거로 생각한다. 이번 시즌 어떤 결과를 내던 후회 없고 재미있는 경기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언제나 응원 부탁드린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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