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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아쉬움과 새로운 시작, 강도경 감독의 출사표

박상진2017-01-11 00:00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종료는 하나의 끝이었다. 그러나 프로리그에서 뛰던 구성원들은 멈출 수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시작을 찾아 떠나야 했다. 계속 스타크래프트2에 남는 길을 선택하거나, 다른 종목을 생각하거나, 아니면 아예 e스포츠를 떠나 새로운 길을 찾았다.

강도경 감독도 그중 하나다. kt 롤스터 스타크래프트2팀 코치와 감독을 지낸 그는 프로리그 우승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프로리그 종료 이후 강도경 감독 역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SNS와 해외 커뮤니티에 자신에 대한 소개글을 올리기도 했던 그는 2017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챌린저스 코리아의 신생팀인 팀 배틀코믹스 감독을 맡았다는 것.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맡았던 강도경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종목을 바꿔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는 강도경 감독의 마음은 어땠을까. 팀 구성을 위해 한창 바쁘던 1월 초 강도경 강독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프로리그 결승 사전 인터뷰 이후 오랜만이다. 그때는 스타크래프트2 감독이었는데, 지금은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팀 감독이다. 다시 e스포츠 감독으로 복귀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종목을 바꾸면서 부담은 없었나.

kt 롤스터 스타2팀의 운영이 종료된 후 LoL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까지 여러 방면으로 거취를 알아봤다. 내가 가장 잘하는 건 지금까지 계속 해왔듯이 선수를 찾아 육성하고 같이 성장하는 일이다. 이번에 합류하게 된 팀 배틀코믹스 역시 나와 같이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여태까지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 선수와 코칭스태프로 활동했지만, kt가 처음 LoL팀을 창단할 당시 이지훈 감독님의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오창종 코치와도 선후배 관계라 내 일을 하면서도 LoL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주 봐서 익숙했다. 게임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일이 먼저라 LoL은 일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즐겼다.

kt 스타2팀 운영 종료 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감독으로 복귀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다음 행선지가 정해지기 전까지 초조하거나 막막하지 않았나.

전역 이후 열심히 달려와서 나 자신도 돌아보고 싶었고, 휴식시간도 필요했다. 그 와중에도 다음을 위해 내 SNS나 해외 커뮤니티 게시판에 새로운 팀을 구한다는 글도 남겼다. 스타2는 이제 팀전이 아닌 개인전 위주로 돌아가기에 다른 종목 코칭스태프로의 전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kt 롤스터가 스타2팀 운영 종료 후에도 숙소나 연습실을 계속 개방했다. 나나 선수들이 새로운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만약 숙소와 연습실이 바로 폐쇄됐으면 다들 힘들었을 상황이었는데, 큰 힘이 됐다. 그래서 여유 있게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데뷔해 스타2 코치와 감독까지 지냈다. 그 과정에서 만났던 동료나 같이 생활하던 선수들과 팀 운영 종료 이후 헤어져야 해서 많이 아쉬웠을 거 같다.

스타크래프트로 e스포츠 일을 시작해서 내 마지막도 스타크래프트가 될 줄 알았는데, 다시 LoL을 시작하게 됐다. kt 측의 배려로 선수들과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었다. 감독이자 선배 입장에서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각자 사정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을 해줬다. 어떤 선택을 하든 선수들의 몫이지만, 잘해나갈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선수들이 이사하는 등의 일이 있으면 시간이 되는대로 가서 도와주고 이야기도 나눴다.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섭섭한 게 있다면, 더이상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정들었던 선수들과 같이 할 수 없다는 거다.

배틀코믹스와 계약이 확정된 후 kt 롤스터 숙소에서 식사를 준비해주시던 이모님을 모셔올 수 있었다. 그러고나서 예전 선수들과 함께 쓰는 단체 채팅방에서 그 이야기를 하며 이모님 밥이 그리우면 언제든 오라고 했다. 다들 좋아하더라. 그 중에서도 숙소와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한 (주)성욱이는 매일 가도 되냐고 했다(웃음). 농담이 아니고, 언제든 와도 환영이다. 다들 함께하던 시간이 끝나고 각자의 시간을 가게 됐지만, 그래도 가끔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다행이다. 같이 시간을 보낸 선수들인데 밥 한끼가 아깝겠나.

스타크래프트는 정말 오래, 그리고 크게 운영되던 종목이다. 그 종목이 사라지며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아쉬운 일은 없었는지.

나만 아쉽겠나. 종목사, 방송사, 협회, 선수, 팬 모두 아쉬웠을 거다. 예전부터 프로리그가 종료될 거라는 이야기는 많았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기에 매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 시즌이 오면 다들 걱정했다.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해서 막상 일이 터지자 다들 덤덤히 받아들였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선수들도 받아들이고 서로 다독여주며 새로 갈 길을 찾았다. 이제는 시청자로 같이 있던 선수들을 지켜보고 응원하겠다.

선수로 시작해 코치부터 감독까지, 오랜 기간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 활동했는데, 그 기간을 되돌아보면 본인은 어떤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나.

내 소개 글을 작성하며 경력을 다시 찾아봤는데, 경력으로는 어디에 나가도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종목에 뛰어들 때 예전 경력을 믿고 느슨하게 지낼 정도는 아니다. 지금도 kt 롤스터 코칭스태프에게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 친해도 도와주기 쉬운 부분은 아닌데, 선뜻 나서줘 정말 고맙다.

경력을 쓰면서 선수 시절 '조금 더 열심히 할걸'이라는 생각은 들더라. 다른 것 보다 스타리그 우승이 없고, 명예의 전당에 들지 못한 게 아쉽다. 1세대 프로게이머다 보니 힘들 때 바라보고 갈 길이 없어서 흔들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아쉬운 경험이 있기에 감독이 됐을 때 선수들이 힘든 순간이 어떤 때인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으로 옮겨 감독 생활을 이어가게 됐는데, 팀 배틀코믹스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SNS나 해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주위 다른 사람에게도 조언과 도움을 구하는 와중에 건너건너 그 이야기를 들은 배틀코믹스와 만날 기회가 생겼다. 당장 1부리그에서 활동할 팀도 나쁘지 않지만, 나와 같이 성장할 팀과 선수를 찾고 싶었다. 배틀코믹스 역시 같은 생각이었고, 그래서 미팅 후 감독직을 맡게 됐다.

같이 성장할 선수를 찾기 위해 챌린저스 코리아 예선장에 직접 나가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예선을 통과한 브레스메타라는 팀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 선수들이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영입하게 됐다.

팀도, 감독인 나도, 선수들도 같이 커나가는 과정이다. 어떤 성적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팀은 아마추어 선수를 프로로 성장시키는 내 능력을 높게 샀고 나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았다. 서로 최선의 노력을 하는 일만 남았다.

선수 영입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 같다. 브레스메타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 영입하게 됐는지.

승자전을 통해 챌린저스에 진출한 팀을 먼저 만났는데, 높은 곳에 오르기보다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배틀코믹스에 들어온 선수들은 프로게이머를 노리고, 정말 나중에 롤드컵까지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었다.

다행히 선수들이 모두 성인이라 각각의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언제나 편하게 부모님이 연락주셔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실력 증진도 물론이거니와,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 예전의 잘못으로 커리어가 발목 잡히지 않도록 개인 방송이나 솔로랭크에서 말 실수하지 않게 기본적인 규칙도 정했다.
 


작년 서머 승강전에서 MVP와 ESC 에버가 승격에 성공했고, 특히 올해는 CJ 엔투스가 챌린저스 코리아에 참가하며 리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 팀 배틀코믹스 감독이 된 후 CJ 엔투스 감독인 (박)정석이에게 사실을 알리고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정석이가 "잘하면 선수 탓, 못하면 감독 탓이니 그거 각오하고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웃음). 정석이 말고도 현업에 있는 다른 지인들이 고마운 조언을 많이 해줬다.

상위권에 오르거나 바로 승격할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가능성을 실력으로 바꿔 점차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맞다고 본다.

최소 1년 내로 승강전에 가는 게 목표다. 롤챔스 승격은 더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본다. 이제 시작이라 힘든 일도 많을 것이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선수들과 팀, 그리고 내가 성장하는 걸 큰 목표로 잡고 있다. 최선을 다하되 조바심은 내지 않겠다.

LoL로 종목을 바꾸고 첫 도전이 팀 배틀코믹스다. 감독으로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인터뷰를 마치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독으로서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다. 선수들이 행복하게 게임하는 게임단을 만들어 다른 선수들이나 새로 선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정말 큰 목표가 있다면 롤드컵에 가고 싶다. 이제 시작이고,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최고 목표는 롤드컵이다. 당장은 코치 없이 혼자 시작해야 하고 선수들과 함께 프로가 되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느 위치에서든 미래가 밝은 팀을 만들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만큼 최선을 다할 거다. 처음 선수가 됐을 때나 공군에 입대했을 때, kt에서 코치와 감독이 됐을 때처럼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 마음이 지금 다시 든다. 그때도 앞만 보고 달렸고, 지금도 앞만 보고 달리겠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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