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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노력과 꾸준함, '엑스페션' 구본택을 말하다

박상진2017-01-09 00:00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롤챔스가 시작된 지도 벌서 5년이 지나 6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많은 선수가 등장했고,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새로운 선수가 등장했다.

'엑스페션' 구본택은 리그 초창기부터 활동했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롤드컵 무대도 밟았다. 그러나 2014년 스프링 시즌이 끝나고 리그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2015년 서머 2라운드, 그는 다시 한 번 리그에 나타났다. 그는 다시 리그에 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꾸준하고, 노력을 하는 선수로 인정받는다. 그런 그는 왜 홀연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을까.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그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11월 말 계약 종료 이야기가 나오며 팬들이 많이 걱정했다. 결국 롱주 게이밍에서 2017시즌을 활동하게 됐는데, 계약은 어떻게 진행됐나.

처음부터 계속 롱주에서 활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작년 11월이 많이 바빴다. 케스파 컵도 있었고, IEM 출전차 미국 오클랜드에도 다녀왔다. 여기에 개인적인 일도 있어 계약에 시간이 걸렸고, 계약 종료 후에도 계속 팀과 이야기를 나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걱정 끼쳐서 죄송하다(웃음).
 


얼마 전 프로게이머 소양 교육에 참석했는데, 이제 롤챔스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 경력이 오래된 편이다. 현장에서 어떤 느낌이 들던가.

정말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시즌에 들어서면 6년 차가 된다. 나도 롤챔스 첫 시즌부터 활동했는데, 당시에는 친한 형과 동생들로 이뤄진 헌터스라는 아마추어팀으로 출전했었다. 그래서 작년 롤챔스 스프링 촬영 때 두 번째 줄로 밀려났다. 한 시즌을 아마추어로 활동하고 그다음 시즌 나진에 입단했다.

내가 처음부터 탑 라이너는 아니었다. 전 포지션을 다 했는데, 대회에 나가기 위해 포지션을 정하다 보니 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었다. 그리고 나진에서 입단 제의가 왔다. 집도 가깝고 해서 별 고민 없이 팀에 들어갔다. 

나진에서 활동하며 롤드컵에도 진출했는데, 당시 팀 생활은 어땠나.

당시 나진 초기 멤버들과 같이 게임했다. 성적을 못 내도 게임하는 거 자체가 좋아서 열심히 하던 때였다. 가장 기억나는 건 롤드컵이었다. 2팀 체제로 갈리며 실드로 갔고, 2013년 스프링 시즌이 끝나고 소드로 옮겼다. 그리고는 롤드컵에 나갈 수 있었다.

롤드컵은 정말 큰 대회다 보니 팀원 다섯 명 모두 긴장했다. 첫 경기였던 M5와 경기에서 너무 위축된 나머지 제대로 경기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연습 경기는 거의 이겼는데, 무대 경기에서 다들 굳었다. 그래도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서 상위 라운드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4강에서 SK텔레콤 T1에게 2대 1로 이기던 상황에서 역전패했다. 내가 쉔을 해서 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뭐... 지면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내겐 값진 경험이었다.
 


다음 해 스프링 시즌까지 나진에서 활동하다 스프링 시즌 팀을 나오고 나서 휴식기를 가졌다. 선수 생활을 쉬게 된 이유가 있다면.

게임이 힘들거나, 새로운 메타에 적응하지 못해 쉰 게 아니다. 건강도 나빠졌고, 무엇보다 내가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간절함이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휴식기를 가져야겠다고 결정했다. 내 선수 생활 전반적으로 위험한 결정이었다. 휴식기가 그대로 은퇴가 될 수 있으니까.

다행히 박정석 감독님이 내 결정을 존중해줬다. 결과적으로 보면 휴식기를 가진 게 장기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선수 생활 이후 웃을 일이 잘 없었는데, 쉬면서 고양이들과 재미있게 지냈다. 고양이들이 있으니 웃을 일도 많아지더라. 그리고 친구들과도 자주 만났고 하고 싶은 다른 게임도 많이 했다.

하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안 하니 점점 생활이 힘들어졌다. 그동안 저금한 돈으로 살았는데, 의외로 쓸 곳이 많았다. 한달에 7~8만 원 식비로 버텨야 할 상황까지 왔고, 그래서 하루에 한 끼만을 먹는 생활을 6개월 정도 했다. 정말 사람이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쉬다보니 다시 롤 생각이 났다. 하지만 1년 넘게 쉰 프로게이머를 영입할 팀이 있을지 걱정도 됐다.

그리고 2015년 서머 시즌 2라운드 다시 선수로 복귀했다. 당시 상황이 쉽지 않던 IM을 선택한 과정은 어떻게 되나?

생활이 위태위태하던 시기에 강동훈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갑자기 IM에서 다시 선수 생활을 해 볼 생각이 없냐고 하시더라. 예전부터 영입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고. 전화를 끊고 고민한 다음 만나서 정중하게 거절을 할 생각이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손에 도장이 들려있더라. 나도 모르게 설득당했다(웃음).

팀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쉰 기간이 기니까 시간이 좀 필요했다. 롤을 하긴 했지만, 팀 게임을 하기 위한 챔피언은 거의 안 했다. 팀원들과 맞출 시간도 필요했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다음 경기에 출전하라고 하더라. 이미 엔트리를 제출한 상태여서 무조건 나가야 했다. 만약 그 경기에서 졌다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 이겼다. 

위기 상황에서 감독님도 승부수가 필요했고, 그게 나였다. 이해를 못 한 건 아닌데 너무 위험한 수를 두실까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겼으니 감독님이 제대로 승부수를 던지신 거다. 이후 경기에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팀과 나 모두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러질 못했다. 다행히 승강전에서 살아남아 2016시즌도 롤챔스 무대에서 뛸 수 있었다.
 


IM이 2016시즌 롱주 후원을 받으며 팀명도 롱주 게이밍으로 바뀌고, 활발히 선수도 영입했다. 시즌 전 전력을 강해졌지만 '플레임' 이호종과 주전 경쟁을 해야 했다. 복잡한 상황이었을 텐데 지난 시즌은 어땠나.

그 전까지 출전을 두고 주전 경쟁을 한 적이 없었다. 후보 선수가 있어도 경쟁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주전 경쟁을 했다. 서로에게 힘들었다. 내가 출전해도 같이 누가 나올지 모르니 경기도 쉽지 않았다. 사람이 많은 만큼 서로를 알고 맞춰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그게 서머 2라운드 후반이었다.

그 전에도 다들 열심히는 하는데 이기질 못했다. 계속 지니까 위축된 거다. 그래도 더 열심히 하자고, 정말 다들 쓰러질 각오로 열심히 했다. 새벽 연습 경기도 돌렸다. 그 결과가 마지막에라도 나왔다. "이제 우리가 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 늦게 경기력이 올라서 다시 승강전에 갈 위기에 빠졌다.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승강전에 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자력으로 승강전을 피하려면 남은 경기에서 다 이겨야 하는데, 그 마지막 관문을 지키는 팀이 SK텔레콤 T1이었다. 팀원 모두가 어떻게 하면 이길까 하는 생각만 하고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경기에 들어갔는데, 연습 때보다 게임이 더 잘됐다. '지기 힘들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는 느낌이 든 순간이었다. 

작년 롱주 선수들 모두 잘하는 선수다. 다만 서로를 알아가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렸고, 그 과정에서 생긴 패배에 위축됐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즌을 마쳤지만 결국 (이)동우 말고 전부 헤어졌다. 같이 열심히 한 동료들인데 헤어져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다들 좋은 팀에 찾아가 다행이다.

이상하게 나는 계속 매해 동료들이 바뀌었다. 한두명이 바뀐 적도, 나 빼고 모두 바뀐 적도 많았다. 그래도 정말 많은 동료들과 헤어졌는데, 그래도 여전히 이별은 적응하기 힘들다. 
 


2015년 서머 후반부터 2017년 스프링까지 계속 한 팀에 있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본인 말고 선수가 많이 바뀌었는데, 롱주에 남아 있을 수 있던 이유가 있다면?

그래도 열심히 해서 그런 게 아닐까(웃음). 엄청난 노력파는 아니고, 정말 목숨 걸고 게임을 1년 정도 했다. 그 이후에는 1년 간 쌓아뒀던 거로 유지했다.

비시즌에는 조금 쉬지만, 시즌때는 정말 열심히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시즌 중에도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모두가 힘드니까 일단 나부터 최대한 열심히 노력한다. 올해도 롱주에서 뛰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정말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동료가 됐는데, 이번 시즌에도 성적이 안 나오면 내가 주목표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더 열심히 해서 성적으로 증명하고 싶다.

나진에서 나온 이후 1년 반을 쉬고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었다. 처음 복귀했을 때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감이 안왔다. 하지만 시즌을 거치면서 점점 경기력이 돌아오는 느낌이다. 정말 열심히 하면 이번 시즌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라인을 스왑하기 힘들어지며 탑 라이너가 성장하기도 쉬워졌다고 생각한다. 

라인전에 강한 선수는 평을 들으며 해설자들이 '여포'라는, 1대 1에서 정말 강한 선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본인은 여포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무력 100 지력 0. 이런 별명이라도 있어서 좋다. 지어주신 분에게 감사드린다.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색이 없는 선수보다 있는 게 더 기억하기 편하지 않은가? 원래 탑 라인에서 상대와 차이를 내고, 내가 손해 보지 않는 상황이 되어야만 움직였다. 내가 강해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내가 잘 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라인에 있는 동생들을 밀어주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으로 내 게임 스타일을 바꿨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나는 나대로 못 크고, 다른 라인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 그리고 올해 오더 잘 하는 팀원도 들어왔으니 이제 그에 맞춰 잘 움직이기만 하면 될 거 같다. 여포가 제갈량을 만난 격 아닐까.

그리고 얼마 전 새로 들어온 팀원들과 서로 어색함을 없애고 친해지기 위해 워크샵도 다녀왔다. 참 재미있었는데 다들 술을 너무 마셨다. 나이 때문에 마시면 안 되는 친구들 빼고는 다들 엄청 마셨다. 동우는 술 마시고는 본인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김)종인이는 얌전하게 자러 갔는데, 다음 날 힘들어하더라. 나야 술에 강하니까 마지막까지 버텼는데, 다음 날 술병을 확인해보니 두 자릿수였다. 덕분에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다.
 


술 이야기 하니 팬들이 '엑스페션'하면 떠오르는 게 술과 고양이라고 한다. 술과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포라니 재미있는 이미지다.

맥주를 좋아해서 자주 마신다. 그리고 고양이도 키우고 있었다. 네 마리인데 다시 선수 생활을 시작한 후 두 마리는 입양 보냈고, 두 마리는 애완동물 호텔에서 맡겨 키웠다. 

여태 밝히지 않은 이야기인데... 사실 고양이 한 마리가 작년 여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복막염 때문이었다. 서머 2라운드 ROX전이었는데, 내가 출전하는 날 아침에 연락이 와서 위독해서 보내줘야 할 거 같다고 하더라. 아침에 전화를 받았는데 눈물이 돌았다. 원래 나르와 닮았던 녀석이었는데, 그날 1세트 나르를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는 경기하는 동안 계속 고양이 생각이 났다.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했는데, 많은 일이 있었을 거 같다. 위기도 있었고, 고마운 사람도 있었고, 긴 시간 동안 선수를 할 수 있었던 비결도 있을 거 같다.

프로게이머를 하며 가장 중요했던 건 건강이었는데,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 긴장을 낮춰주며 부상이 없도록 관리했다. 그리고 휴식기를 가지며 게이머 생활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가졌다. 그래서 오래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휴식기는 내 선수 생활에 위기이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종인이 말고 쉬고서 돌아온 선수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복귀하는 데 부담도 많았다.

그래도 선수 생활을 하며 은인이 된 두 명 덕분에 계속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었다. 박정석 감독님과 강동훈 감독님이다. 박정석 감독님 덕분에 내가 계속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는 길을 잡은 거 같다. 어린 생각을 할 때마다 좋은 조언을 해주셔서 엇나가지 않게 됐다. 내가 쉬고 싶다고 할 때도 내 생각을 해주셔서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기회를 준 강동훈 감독님도 은인이다. 휴식기 말기 나는 사람들에게 잊힌 사람이었다. 그래도 기억하고 불러주고, 힘든 상황이 와도 많이 격려해주셨다. 2016년 감독님과 코치님들 모두 고마운 사람이고, 덕분에 많이 힘을 얻었다.

선수 생활에 있어 팬 역시 중요하다. 많은 굴곡에도 여전히 많은 팬이 응원해주는데, 인터뷰를 마치며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진에 있을 때는 경기 후 팬 미팅에서 내게 오시는 분이 많지는 않았다. 덕분에 팬 한분 한분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IM에 입단해도 계속 찾아와주시더라. 반가운 얼굴을 보니 나도 많이 힘이 됐다. 게이머 생활을 쉬는 동안 잊힌 사람을 아직 까지 기억하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게 고마웠다. 정말 감사드린다.

이번 시즌 우리 팀에 합류한 (곽)보성이나 용준이, 종인이, 범현이, 그리고 팀에 남은 동우나 (문)우찬이와 함께 해 기대를 많이 받을 거 같다. 작년에 응원해주신 분들과 함께 ROX, CJ, kt 팬분들도 올해 롱주에 관심을 가져주실 거 같다. 쉽지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새로 코치로 (김)상수형도 와서 마음도 편하다.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 같다. 작년에는 좋은 성적을 못 냈지만, 다들 하나가 되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언젠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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