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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호랑이에서 용이 된 '고릴라' 강범현, 새로운 꿈을 그리다

박상진2017-01-01 00:00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이 팀을 옮기는 일은 e스포츠뿐만 아니라 일반 스포츠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2014년 시즌이 끝나며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은 기존 2팀 체제에서 1팀 체제로 구조를 바꾸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선수들은 기존의 팀에서 동료와 경쟁하든지, 한국 선수를 원하는 해외 팀으로 이적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팀을 결성해 다시 한국에서 리그에 도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릴라' 강범현은 새로운 팀을 결성해 한국 리그에 다시 도전했다. 팀 결성 당시 '후야 타이거즈'로 시작해 2015년 롤챔스 스프링 시즌에는 'GE 타이거즈', 그해 서머 시즌에는 '쿠 타이거즈로' 팀 명을 변경한 후 2016년 한 해 'ROX 타이거즈'로 이름을 바꾼 팀이다.

2014년 시즌이 끝난 후 나진 e엠파이어를 나온 강범현은 '스멥' 송경호와 '호진' 이호진, '쿠로' 이서행, '프레이' 김종인과 함께 팀을 결성해 2년 동안 롤챔스 우승 1회와 준우승 2회, 롤드컵 준우승 및 케스파 컵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6년 시즌이 끝나고 이들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롤드컵 중반 팀에 대한 루머가 나돌았지만 강범현은 사실무근인 루머였다고 말했다. 단순히 결과가 맞았기에 루머가 사실이 됐다는 이야기다. 롤드컵 기간 이들은 팀 로고가 박힌 캐리어와 백팩, 패딩을 지급받았고 이후에도 계속 팀의 지원을 받았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내야 할 지 서로 고민했지, 팀 이적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가 없었다는 게 강범현의 당시 설명이다.

모두 흩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약 열흘 만에 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됐고, 감독 이하 모든 구성원 팀을 떠났다. 강범현도 마찬가지였다. 짐을 정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숙소를 돌렸고, 식사를 위해 버스를 탄 강범현은 무심코 트위터를 확인했다. 트위터에서 선수만큼이나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자 그는 너무나 슬퍼졌다.

Beom Hyun Kang ‏@lolGorillA  11월 24일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버스 안에서 창문을 보고 우는군."
 


그에게 타이거즈는 어떤 팀이었을까. 2014년 시즌이 끝나고 기존 2팀 체제에서 1팀 체제로 리그가 개편되자 강범현은 그동안 활동하던 나진을 나왔다. 그는 같이 생활했던 사람들과 경쟁하기 싫었고, 결국 새로운 팀을 찾아 나진을 떠난 것. 그리고 강범현은 새로운 팀에서 연락을 받았다. 원하는 선수를 데려 와줄테니 한 번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모인 팀이 후야 타이거즈였다.

제안을 듣고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프레이' 김종인이었다. 김종인은 2014년 스프링 시즌이 끝나고 나진에서 나와 휴식 중이었다. 당시 김종인의 실력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지만, 강범현은 그의 실력을 믿었고 김종인 역시 다시 한번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쿠로' 이서행 역시 강범현과 함께 새팀에서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정글에는 '호진' 이호진이 가세했다. 원래 선수 은퇴를 생각했지만, 마지막 나진 팬미팅에서 그를 찾은 팬들을 보고 마음을 바꿔 다시 연습을 시작하고 이후 강범현에게 합류한 것. 이서행의 추천으로 탑 라인에는 '스멥' 송경호가 들어왔다. 

감독에는 정노철이 코치에는 김상수가 강범현과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선수 시절부터 강범현은 정노철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그가 나진에 합류하던 당시 정글러였던 정노철은 모든 팀에서 욕심내던 정글러였지만, 강범현 자신의 실력이 좋지 않아 정노철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정노철은 강범현을 믿고 그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강범현과 함께 하기로 한 선수들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은퇴를 생각하거나, 반강제로 휴식기를 가져야 했던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첫 성적은 이변을 넘어 리그에 대한 반란이었다. GE 타이거즈는 창단 첫 시즌인 2015 롤챔스 스프링 정규 시즌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한 것. 첫 연습에서 손발이 맞지 않아 강범현의 걱정은 컸지만, 오히려 빨리 이를 해결하고 다른 팀들이 문제 수습을 시작할 즈음 이미 GE 타이거즈는 저 멀리 달아날 수 있었다.

정규 시즌은 1위를 차지했지만, 결국 시즌 우승은 SK텔레콤 T1에게 내줘야 했다. 아쉬움이 컸지만, 그래도 첫 시즌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아직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사람도 많은데, 첫 시즌부터 좋은 성적을 냈으니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아쉽게도 롤챔스 서머 시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창단 첫해 롤드컵에 진출해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팀을 지원하던 쿠티비의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강범현은 팀을 옮긴 이상 더 잘되야겠다는 자신의 2015년 목표를 지킨 것이다. 월급이 많게는 4개월이 밀린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선수들은 더 똘똘 뭉쳐 내년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2015년 시즌이 끝난 후 팀을 떠난 두 명의 정글러를 대신해 '피넛' 한왕호가 강범현과 함께했다. 다시 한번 팀 명도 ROX 타이거즈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들의 첫 우승은 쉽지 않았다.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지만, 스프링 시즌 부진을 털어내고 결승까지 오른 SK텔레콤 T1에 3대 1로 진 것. 이들에게 약점으로 지적된 경험 부족도 털어냈지만,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계속 준우승이 이어지자 강범현은 자신 때문에 팀이 계속 준우승하는 게 아닌가 하는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고. 하지만 다시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여름 시즌은 더 열심히 준비했다.

2016년 8월 20일, ROX 타이거즈 대 kt 롤스터의 롤챔스 서머 결승이 열렸다. 1세트와 3세트는 ROX가, 2세트와 4세트는 kt가 가져간 가운데 마지막 5세트가 진행됐다. 강범현은 계속 상대에게 쫓기듯이 경기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살짝만 건드려도 터질듯한 상황이 이어진 5세트에서 갱플랭크의 화약통이 폭발했고, 상대 케이틀린이 잡혔다. 그리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동안 쌓였던 긴장감이 환호와 탄식으로 나뉘며 경기장을 진동시켰다.

'파랑 팀이 내셔 남작을 처치했습니다'
 


ROX가 kt의 기세에 몰리던 상황에서 먼저 kt가 바론을 시도했고, ROX는 상대 진영 후방에서 계속 견제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스코어' 고동빈의 강타가 바론을 처치하지 못하며 HP가 2가 남았고, 곧이어 송경호의 공격이 이들의 첫 우승을 결정지은 것. 누구든 결승전, 특히 5세트까지 가면 평정을 유지하며 게임하기 힘들다고 강범현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순간 강범현은 팀원들에게 조금만 더 가보자고 외쳤고, 결국 ROX는 우승을 확정 지었다.

여태 말하지 못했지만, 강범현은 준우승을 한 후 계속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다. 나진 시절부터 ROX까지 계속 큰 무대는 그에게 아픔을 줬다. 그러나 강범현은 준우승에도 계속 성장하며 결국 팀을 만든지 2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울지 않고 끝내겠다는 다짐대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토록 원하던 롤챔스 우승까지 차지한 강범현은 다시 한 번 롤드컵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또다시 4강에서 SK텔레콤 T1에게 패배하며 여정을 마쳤다. SK텔레콤 T1을 넘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두 해 연속 롤드컵 진출 자체로도 큰 의미였기에 강범현은 내년을 기약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공식 플리커


희망찬 팀 3년 차를 꿈꾸던 강범현이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11월 24일 ROX는 선수들에게 이적을 위한 타팀 접촉을 허가했다. 누군가는 팀을 떠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11월 26일을 시작으로 ROX와 소속 선수 간의 계약이 종료됐다. 팀과 선수가 서로 원하는 방향이 달랐다. 연봉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는 게 강범현의 이야기다. 자신이 주축이 되어 만든 팀을 떠난다는 섭섭한 감정이 없지 않았지만,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  

2년 동안 정들었던 선수들도 서로 헤어져야 했다. 어떻게든 같이 움직이고 싶었지만,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힘든 시기에 모여 같이 땀과 눈물을 흘렸기에 어느 팀보다 더욱 끈끈함을 보였던 그들이었지만, 결국 서로 자신에게 최고의 팀을 찾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짐을 정리하고 떠나는 팀원들을 지켜볼 때도 힘들었다고. 그에게 감당하기 힘든 이별이지만 이것도 지나가야 할 여정 중 하나였다.

강범현의 선택은 롱주였다. 안정적인 팀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그보다 김종인과 같이 선수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강범현이 선수를 하기 전 팬 시절부터 좋아하던 선수였고, 그가 잘 따르는 형이었다. 다행히 롱주에서 강범현과 김종인 모두를 부르며 이들은 2017 시즌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부정적인 팀의 이미지도 고쳐보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롱주에는 김종인뿐만 아니라 같은 나진출신의 '엑스페션' 구본택도 있었고, ROX 시절 같이 활동한 김상수 코치 역시 이들과 함께 팀에 합류했다. 새로운 팀이지만, 완전히 낯선 팀도 아니었다. 김종인과 함께한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그도 마음이 많이 놓였다고.

강범현에게 팬은 무엇일까. 강범현은 그의 선배인 강민이나 박정석이 그에게 준 조언을 따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지켜야 할 것을 꼭 지키고, 팬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는 이야기다. ROX에서 마지막으로 연 팬카페도,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에게 좋은 선수로 남고 싶다는 게 그의 소원이다. 

새로운 팀인 롱주에서 새 시즌을 맞는 강범현은 첫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이어 서머 우승, 그리고 다시 한번 롤드컵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구성원 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팀이 롱주인만큼, 이러한 열정을 성적으로 바꿔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고릴라'라고 하면 선수로서 문제없는 좋은 선수로서 기억되고 싶다는 강범현은 예전과 같이 열심히 할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끝맺음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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