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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매드라이프' 홍민기, 북미에서 다시 시작한 도전

박상진2016-12-30 08:08



2016년이 저물 무렵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서장부터 활동한 한 선수가 새로운 무대에 도전한다는, 바로 '매드라이프' 홍민기의 이야기였다. MiG에서 원거리 딜러로 같이 활동했던 '로코도코' 최윤섭의 팀인 '골드 코인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홍민기는 내년 시즌을 NA LCS 2부 리그에서 시작하는 것.

MiG 프로스트부터 시작해 아주부를 거쳐 CJ 엔투스까지, 팀 명은 바뀌었지만 홍민기는 계속 한 팀에 있었다. 롤챔스 우승도, 롤드컵 진출도, 올스타 선발도 모두 홍민기가 한 팀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하지만 2016년 시즌이 끝난 후 홍민기의 선택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그에게 2016시즌은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이전 시즌이 끝나고 그와 함께했던 강현종 감독과 손대영 코치가 팀을 떠났다. 원거리 딜러였던 '스페이스' 선호산은 은퇴를 선택했고, '코코' 신진영과 '앰비션' 강찬용을 다른 팀을 선택했다. 과거 MiG 시절부터 활동한 선수는 홍민기와 '샤이' 박상면 둘만이 남은 것.

홍민기 역시 2015년 시즌이 끝나고 다른 곳으로 떠날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함께해온 선수들과 다시 한번 잘해보겠다는 생각이 그를 CJ에 붙잡았다. 출전 연령 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비디디' 곽보성, '고스트' 장용준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저까지 떠나면 오래 알고 지낸 동생들이 연습한 게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 둘과 같이 잘 해보려고 결국 CJ에 남았죠."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자신의 커리어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같이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새로 들어온 팀원들 역시 대부분 팀플레이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샤이' 박상면까지 2016시즌 초반 결장하며 홍민기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경기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홍민기가 짊어져야 하는 짐은 무거워졌다.

"팀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제가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했어요. 게임 내에서도 제가 메인 오더로 말을 많이 해야 했고 동시에 제 플레이도 해야 했죠. 어려운 일이었지만 스프링 시즌에 손발을 맞춘 후에 서머 시즌에 본격적으로 성적을 내려 했거든요. 스프링 시즌 후반에 손발이 맞아가는 모습을 보고 힘이 많이 났는데, 서머 시즌 갑자기 팀이 무너졌어요." 

그의 말대로, 2016 롤챔스 스프링 CJ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승강전에도 가지 않을 정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CJ는 서머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팀들은 스프링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호흡을 맞춰갔지만, CJ는 홍민기의 생각대로 되어가지 않았다. 그는 그것조차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팀플레이는 다섯 명 모두가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팀의 전략을 만들어나가는 거였죠. 하지만 그게 안 됐어요. 게다가 팀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제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했는데, 그걸 잘 못 했어요. 아쉬운 부분이죠. 그리고 CJ는 예전부터 주목을 받은 팀이어서 부진할 시기에 외부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그런 이야기에 저도 많이 흔들렸는데 신인 선수들은 오죽했을까요? 그래서 계속 악순환이 진행된 거 같아요."

2016년 시즌 시작부터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박상면이 늦게나마 합류하며  CJ는 분위기 반전의 실마리를 찾는가 했지만 결국 CJ는 우려하던 승강전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결과는 강등이었다. 승강전 최종전에서 CJ의 강등이 확정된 순간 부스 내의 홍민기는 멍한 표정이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는 계속 부스에 앉아있었다.
 


"맞아요.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자존감은 무너지고, 강등당했다는 현실을 마주하면 머리가 터질 거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경기를 진 당일은 숙소에 돌아와서 그냥 잤어요. 그리고 일어나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강등당하다니 정말 수치스러운 일인데 내가 프로게이머를 계속해도 될까? 이제 그만둬야 할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동생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하지?'하는 생각들. 화도 나고 계속 아쉽고, 그래도 결국은 제가 부족해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시즌이 끝난 후 홍민기는 CJ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작년 시즌은 동생들을 생각해서 다시 CJ에 남았지만, 모두가 떠난 CJ는 그에게 더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팀에서는 그를 잡을 의사를 보였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과거를 떠난 상태였다.

"팀도 팀이지만, 저도 나이가 들다 보니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이 아닌 다른 리그에서 활동해보고 싶고, 지금 나이에서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거든요. 함께 지낸 동생들도 각자의 길을 찾는다고 하고, 저도 저의 길을 찾고 싶었어요. 선수 생활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는데, 올스타 투표를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제 커리어를 이렇게 끝나고 싶지 않았거든요. '팀은 2부로 강등되고 선수생활 은퇴'라는 마지막 줄이 남는 게 싫었어요."

홍민기에게 올스타전은 재충전의 기회였다. 시즌 내내 부담이었던 롤챔스에 비해 한결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 홍민기는 자신을 선택해준 팬들에게 재미있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 마지막 날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올스타에 선발되었을 때는 자신이 올스타에 어울리냐는 생각에 정말 부담됐는데, 투표해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홍민기는 평소에 함께 하기 힘든 선수들과 같이 경기한 것도 그에게는 좋은 추억이었다고 회상했다.

"'스멥' 송경호는 경기를 준비하며 노래를 부른 게 생각나요. 그리고 경기를 하는데 '페이커' 이상혁이 갑자기 상대를 잡았다고 말하길래 '대체 뭐지?"했는데 5초 정도 후에 킬 메시지가 뜨더라고요.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잡았다고 이야기하고 한참 후에 킬 메시지가 뜨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프레이' 김종인과도 같이 경기한 것도 재미있었죠. 그리고 '벵기' 배성웅은 저와 같이 팀을 구하던 상황이었는데, 항상 뭔가 바빴어요. 그래서 제 마음도 급해지더라고요. 팀 못 구하면 어쩌나(웃음)."
 


새로운 팀을 구해야 했지만 제의가 오지 않아 홍민기는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데다가, 시즌이 끝나고 은퇴한다는 이야기도 돌면서 그에게 함께 하자고 한 팀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몇몇 팀과 이야기를 진행하던 중 자신이 은퇴한다는 소문을 들은 홍민기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홍민기는 SNS를 통해 팀과 이야기 중이라는 이야기를 할까 했지만, 정식 입단 소식을 전하는 게 제일 좋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랜 침묵 끝에 홍민기가 선택한 팀은 '로코도코' 최윤섭이 중심이 된 골든 코인 유나이티드였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눈 끝에 팀에서 그의 입단을 제의했고, 홍민기가 이를 받아들이며 그의 프로게이머 2막이 시작된 것. 골든 코인 유나이티드는 해외 리그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혈혈단신으로 떠나기는 부담됐던 그에게 아는 사람이 있는 팀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북미를 선택한 홍민기가 유일하게 걸리는 점이 있다면 가족이었다.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그가 타지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래도 결국 가족들은 북미 팀으로 가겠다는 본인의 뜻을 존중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홍민기는 2017년을 자신의 부활을 알리는 해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가장 먼저 팀을 1부로 승격시키고, 승격 이후에도 1부 팀들과 대등한 전력을 갖춰 롤드컵 진출도 바라보고 싶어요. 올해 서포터로서 실력도 떨어졌고,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에요. 북미에서 열심히 해서 다시 인정받고 싶어요. 나이는 있지만, 그간 쌓은 경험을 활용해 서포터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우승팀 서포터에서 강등의 아픔까지, 선수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길을 지난 홍민기는 다시 한번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6년 CJ에 남은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서 아쉽지만, CJ에 남기로 했던 선택은 후회하지 않아요. 저와 함께했던 동료들이 모두 잘 되었으면 합니다. 힘든 한해였지만, 그래도 잃기만 한 해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경기장을 찾아주시거나 SNS를 통해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과 함께 자주 경기장을 찾지 못하거나 경기를 보지 못해도 일상 속에서도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 모두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데뷔 이후부터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고, 북미로 건너가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꼭 노력하겠습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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