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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롤드컵 무대에 선 그녀들, 스파이럴캣츠의 이야기

박상진2016-12-24 03:57



결승급의 e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코스프레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과거 취미로만 인식되던 시기를 지난 코스프레는 서브컬쳐의 한 종류로 자리 잡았고, 아마추어를 넘어선 프로 코스프레 팀도 많이 생겨났다.

스파이럴캣츠는 프로 코스프레 팀으로 활발하게 코스프레를 진행하는 팀이다. 올해 5월 오버워치 페스티벌에 이어 10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까지, 국내외 큰 게임 행사에서 스파이럴캣츠의 코스프레를 볼 수 있었다.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이번 롤드컵 일정 중, 스파이럴캣츠는 뉴욕에서 진행된 4강과 LA에서 열린 결승전 무대에 등장했다. 롤드컵 무대에서 이들은 어떤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리고 연말을 맞이해서 한 해를 정리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에서 열린 롤드컵 무대인데, 어떻게 롤드컵 코스프레 무대에 서게 됐나요?

'타샤' 오고은: 2014년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 코스프레 무대에는 서 봤는데, 미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무대에 초청받을지는 생각도 못 했어요. 롤드컵 무대는 가장 큰 e스포츠 무대인데, 그런 곳에 저희가 갈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서울에서 한 롤드컵 결승 무대에서 저희를 보고 기억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도레미' 이혜민: 외국에서 하는 롤드컵 경기에 저희가 초청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저는 처음으로 뉴욕에 가 봤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그리고 결승 전야제에서 열린 코스프레 쇼에서 다른 사람들은 전부 챔피언 이름으로 소개받았는데, 저희는 스파이럴캣츠라는 팀이 이름으로 소개됐어요. 이름을 들으니 정말 기쁘더라고요.

해외에서 코스프레를 하려면 한국에서 의상이나 소품을 준비해 가야 할 텐데,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이혜민: 롤드컵에 초청받은 건 좋았는데, 행사를 한 달 앞두고 결정된 일이라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해야 했어요. 최대한 저희가 의상과 소품을 준비하려 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작업 관련으로 도움을 주시던 분들에게도 많이 부탁을 드렸어요. 리븐과 나르 두 벌, 그리고 바드까지 준비해야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준비를 마쳤죠.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미국에 가서 완성했어요.

오고은: 미국 입국도 조마조마한 순간이었어요. 코스프레 의상이나 소품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의심받기 딱 좋은데, 다행히 할로윈 시기와 겹쳐서 저희처럼 코스프레를 준비해가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입국 심사대에서 코스프레 하러 왔다고 하니 즐거운 할로윈 보내라고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이번에 아케이드 시리즈와 나르를 준비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혜민: 원래 별 수호자 시리즈 디자인을 요청받았어요. 하지만 봤을 때 이쁜 디자인과 입었을 때 이쁜 디자인은 다르거든요. 별 수호자 의상은 실제 입었을 때 이쁘지 않을 거 같았죠. 그래서 다른 의상을 생각했고, 저희가 코스프레 쇼를 할 공간이 어둡다는 데 착안해서 아케이드 시리즈를 생각해냈어요. 스킨 특성상 LED가 들어가야 하고, 어두운 공간에서 더 예뻐 보일거라는 생각이었거든요.

오고은: 아케이드 리븐과 아리가 최근에 나온 스킨이기도 하고, 아리는 제가 코스프레 하고 싶던 챔피언이었어요. 예전에는 (이)혜민이에게 양보했는데, 이번에는 꼭 해보고 싶었고 혜민이도 괜찮다고 해서 제가 아리를 혜민이가 리븐을 맡게 됐어요. LED가 들어가다보니 배선도 신경 써야 했고, LED가 스위치 불량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 배터리를 착탈하는 방법을 썼어요. 이쁘긴 했는데, 등에 땀이 들어가면 지릿지릿한 기분이 들었죠.

미국에서까지 준비해야 했다니, 정말 쉽지 않았겠네요.

이혜민: 꼭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우선적으로 하고, 미국에서 할 수 있는 건 호텔에 도착해서 방 하나를 작업실로 만들었어요. 나흘 정도 방을 작업실로 썼는데, 나중에 방을 청소하러 오시는 분들이 치우시기 힘드실 거 같아서 저희가 같이 도와드리고 나왔죠.

롤드컵 4강 전날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코스프레를 했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오고은: 타임스퀘어에는 배트맨이나 슈퍼맨 코스프레 등 코스프레를 한 분들이 많아서 사람들도 전부 익숙한 모습이더라고요.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인데, 택시를 타고 타임 스퀘어를 지나가다 저희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야기를 했거든요. 같이 계시던 라이엇 직원 분들도 찬성하고 도와주셔서 타임스퀘어에 설 수 있었어요.

한창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저희한테 오는 거에요. 저나 혜민이나 잘못한 게 있나 하고 당황했는데, 오셔서는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예요.

이혜민: 개방된 공간에서 코스프레를 하면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바라보는 눈길이 많은데, 여기서는 익숙하게 바라보시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저희를 조금 더 높은 퀄리티의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으로 보고 부담 없이 사진을 찍어가셨어요. 저희도 신났었죠. SNS를 통해 저희 소식을 듣고 찾아와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뉴욕에 이어 LA에서도 코스프레를 했는데, 나르를 했었다고 들었습니다.

오고은: 네. 저하고 혜민이 모두 나르 코스프레를 했는데, 혜민이는 변신 전 나르를 했고 저는 변신 후인 메가나르 코스프레를 했죠. 나르 코스프레를 하는 동안 혜민이가 정말 고생했어요.

이혜민: 제가 털 알러지가 있거든요. 그래서 원단을 살 때부터 고생했어요. 나르 코스프레를 할 때도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봐 비염약을 미리 먹었고, 그래서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어요. 뉴욕에서는 저희를 보고 단순히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으로 봤다면, LA에서는 스파이럴캣츠라고 정확히 불러주는 분들이 많았어요. 정말 기분이 좋았죠.

롤드컵과 지스타가 끝나고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인데, 스파이럴캣츠의 내년 목표가 있다면?

오고은: 팀의 내년 목표라면 역시 새로운 멤버와 함께 하는 거죠. 3년 정도 신규 멤버가 없었는데, 이제 새로운 구성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려서 곧 멤버를 구할 예정이에요. 

각종 애니메이션 관련 행사에서 취미로 코스프레를 즐기는 분도 많은데, 프로 코스프레는 어떤 면이 다를까요.

오고은: 제가 취미로 코스프레를 하다가 결국 일이 됐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코스프레와 일로 해야 하는 코스프레가 다르다는 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요. 프로는 하고싶다고 무조건 할 수 없거든요.

이혜민: 스파이럴캣츠에 들어오기 전에는 주로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를 했고, 게임 쪽은 별 관심이 없었어요. 애니메이션 쪽에 귀여운 캐릭터가 많았거든요. 저는 작고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일로 하는 코스프레는 그런 캐릭터를 할 수가 없죠. 특히나 저는 제가 좋아서 코스프레를 했는데, 이걸 다른 사람이 보고 좋아하는 코스프레로 바꾸기까지가 쉽지 않았어요.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주목받는 자리에 서다 보니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프로 코스프레를 하며 힘든 일이 있었다면?

오고은: 사람들의 인식이 제일 쉽지 않았어요. 그냥 이쁜 아가씨들이 게임은 해보지도 않고 적당히 의상만 입는다고 생각하는데, 직접 의상을 제작하려면 게임을 해보는 건 필수거든요.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는데, 그 짧은 시간만을 보고 평가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저희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아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지고 응원해주셔서 요즘은 즐거워요.

이혜민: 저는 가끔 제가 하고 싶은 코스프레를 하고 싶어요(웃음).

오고은: 스타크래프트2에 나오는 케리건 코스프레를 준비할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그리고 몇몇 일이 있을 때 그만두고 싶었는데, 이제 그만두기에 너무 멀리 온 거 같아요. 

이혜민: 1년에 열 번 정도?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 직장인이라면 모두 하는 생각이죠. 그래도 여기 있어서 즐거운 일이 더 많으니까 정말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죠.

2016년도 끝나가는데, 내년 목표는 어떤 거로 세우셨나요.

오고은: 이번에 롤드컵 가서 언어 문제로 아쉬움을 많이 느꼈어요. 팬들이 좋아해 주시고 이야기를 걸어주시는데, 대화가 쉽지 않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더라고요. 해외 무대에 설 일이 종종 있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팬들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는 해보고 싶어요.

이혜민: 한 게임을 오래 하지는 못하는데, 그래도 기다리는 게임이 출시되면 초반에 열심히 해서 상위권에 드는 걸 목표로 하거든요. 어떤 게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정도는 꼭 상위권에 들고 싶어요. 그리고 작고 귀여운... 룰루같은 캐릭터를 코스프레 하고 싶고요.

곧 크리스마스인데,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오고은: 한 해 동안 스파이럴캣츠를 아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크리스마스 행복하게 보내시고요, 크리스마스 게임 이벤트도 많은데 꼭 놓치지 말고 득템하시기 바랍니다!

도레미: 크리스마스에 추울 텐데 밖에 나가서 고생하지 마시고 따듯한 집에서 재미있는 게임 하면서 보내세요! 올 한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내년에도 사랑해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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