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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이제동,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치며

박상진2016-11-09 00:01



2016 스타크래프트2 WCS 글로벌 파이널이 열린 미국 캘리포이나주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블리즈컨 현장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얼마 전 프로게이머 은퇴를 발표한 이제동이었다.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이제동은 지난 10월 은퇴를 발표한 뒤 처음으로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게이머로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5일, 블리즈컨 현장에서 이제동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제동은 작년부터 은퇴를 고민했다. 이영호가 작년 말 은퇴식을 가졌을 때 이제동 역시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로서 욕심이 남았던 이제동은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국 리그에서 게임을 하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다.

그의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EG는 이제동이 한국이 아닌 북미에서 활동하길 원했다. 이제동 역시 그가 원하면 비자를 발급받아 북미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동은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불확실한 한국행을 선택했다.
 


이어 GSL 예선에 도전해 Code A에 진출에 성공한 이제동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단계까지 준비해서 후회하지 않을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동에게 라이벌을 넘어 의지가 되는 존재이자 동반자 같은 이영호가 은퇴하며 그는 더 외로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지만, 자신과의 싸움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다. 

이제동은 그의 말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Code A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협회 팀 숙소를 찾아가 연습하고, 후배 선수들의 조언을 받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2월 3일, 늦은 시간에도 많은 팬이 바라보는 가운데 국내 방송 경기 복귀전을 가졌다. 상대는 kt 이동녕이었다.

이제동은 1세트 바퀴와 궤멸충 조합으로 상대 병력 공백을 틈타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어진 2세트에 그는 빠르게 저글링과 맹독충을 준비해 일꾼 사냥에 성공하며 Code S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3세트에서 이동녕이 반격에 성공하고, 내리 두 세트를 더 따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 경기는 이제동의 마지막 공식전이 됐다.
 


분명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제동은 힘들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고, 패배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아쉬움을 떨쳐냈다고. 다만 이제동은 늦은 시간까지 남았던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은 마음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동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결국 지켰다.

Code A 탈락 이후 이제동은 자신이 프로게이머로 얼마나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긴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이제동은 자기 생각을 정리해 소속팀인 EG에 전달했다. 더는 프로게이머로 스타크래프트2를 하기 힘들다고. EG 역시 이제동의 결정을 존중해 은퇴 발표 시기를 정했다. 이제동의 은퇴 발표는 10월에, 마지막 인사는 블리즈컨 2016 현장에서 하기로 결정됐다.

이제동은 블리즈컨 2016 무대에서 열린 WCS 글로벌 파이널 현장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JD로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 e스포츠를 만든 스타크래프트에 자신의 청춘을 바친 만큼, 그 역사 속에서 JD라는 이름이 계속 기억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이야기였다. 이제동은 그 역사 중 한 장면인 2013년 WCS 글로벌 파이널 결승 무대에 자신이 올랐을 때, 이역만리에서 온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의 함성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동은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기념하는 의미로 블리즈컨에서 마지막 은퇴 인사를 가진 것이다.
 


긴 프로게이머 생활과 여러 번의 우승 순간 중 이제동은 브루드워 신인 시절 첫 우승까지의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고,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결국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2013년 WCS 글로벌 파이널 경기 역시 이제동의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매 경기 힘든 상대를 꺾고 결승까지 올랐고,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덕분에 이제동이 힘을 얻은 순간이었다.

이제동은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에 참가한 한국 선수와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프로리그 운영 종료와 팀 해체로 힘든 상황이지만, 눈앞에 경기에 집중하려는 걸 보며 선배로서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는 것. 이어 이제동은 자신의 선수 생활 시절과 지금은 주변 환경이 다르니 함부로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노력으로 빛을 발하는 게 진짜 프로라고 말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이 결정한 길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3년, 이제동이 WCS에서 활약할 당시 블리즈컨에는 스타크래프트2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레나 두 종목만이 있었다. 하지만 3년 후인 지금 블리즈컨에서는 기존 두 종목 외에도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그리고 오버워치까지 다섯 종목의 결승전이 벌어진다. 종목은 다르지만, 이제동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선배 프로게이머로서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이제동은 이렇게 말했다.
 


"종목은 달라도 프로게이머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가르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로게이머 인생에는 기회가 언젠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사람은 그 기회를 잡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기회가 온 줄도 모르죠. 항상 준비하고 매일 훈련으로 자신을 갈고닦으면 기회는 무조건 옵니다. 어떤 종목이든 평소에 열심히 하면 기회를 잡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죠.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프로게이머 시절 이제동은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를 제외한 다른 게임은 바라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기 일에 집중하고 노력한 이제동은 선수 생활을 잠정적으로 정리한 시기인 2016년에야 리그 오브 레전드를 처음 해봤다고 말했다. 오버워치도 한때는 종목을 바꾸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그리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이벤트 경기를 준비하며 접했는데, 그때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히어로즈는 열심히 했다는 이제동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저를 지켜봐 주시는 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오점을 남기지 않았다는 게 제 선수 생활의 자부심입니다. 착하게 잘 살아온 거 같아요. 그래서 별 탈 없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는 거 같아 뿌듯합니다. 저를 바람직한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로게이머에서 은퇴하지만, 게임은 계속 즐길 생각입니다. 휴식 후 스타크래프트1 개인 방송을 해볼 예정이기도 하고요. 게임을 좋아하는 진정한 게이머 한 사람으로 어떻게든 e스포츠 안에서 어떤 위치에서든 있으려고 하니 앞으로 제가 어떤 길을 가도 응원해주시고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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