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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잭의 롤드컵 리뷰] SKT-삼성, 이들의 서로 다른 '위대함'

박상진2016-10-26 03:51



'과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경기였다. SK텔레콤 T1은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ROX 타이거즈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대 2로 역전을 거두고 통산 3번째, 2연속 롤드컵 결승에 올랐다. 삼성 갤럭시는 한국 팀을 만나지 않은 해외 팀의 순항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며 3대 0 완승을 거뒀다. 이 모든 일이 이틀 만에 벌어졌다.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의 관심을 모은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준결승 두 경기가 끝났다. 모든 경기가 나름의 재미, 그리고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 경기를 통해 이번 롤드컵에서 남은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을 예상할 수 있는 단서를 줬다.

한국대 한국팀의 경기이지만 모든 관중을 사로잡은 준결승 1경기, 그리고 한국의 힘을 보여준 2경기 모두를 다시 살펴봤다. SKT는 어떻게 ROX를 넘었을까, 그리고 왜 H2K는 삼성에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졌을까.
 


■ 예상을 넘은 SKT, 실수에 무너진 ROX - 그들은 왜 위대한가

이전 칼럼에서 ROX의 승리를 점쳤다. ROX가 경기 내내 실수가 적었고 경기력도 좋았다. 반면, '벵기' 배성웅과 '블랭크' 강선구의 기량은 살아났지만 플레이가 완벽하지 않았다. 실수도 많았다. ROX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던 선수보다 SKT 정글이 좋지 않았다. 8강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승부는 정글에서 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SKT는 대단했다. 라운드가 올라갈수록 점점 경기력이 상승했다. 강선구와 배성웅 모두 올 시즌 경기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SKT는 강선구가 출전한 두 세트에서 패했지만, 강선구의 플레이에 딱히 문제는 없었다. 배성웅은 2015년 후반 롤챔스에서 보여준 정글 그 자체의 모습을 보였다. 반면 ROX는 승리의 전제조건인 '쿠로' 이서행의 라인전이 '페이커' 이상혁에게 밀렸다. 라인전에서 밀리니 결국 스노우 볼은 SKT의 몫이었고, 결국 커질 대로 커진 스노우 볼은 바텀을 덮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SKT는 4강에 정글러 둘을 모두 기용했다. 둘 다 경기력이 좋았다. 최병훈 감독이 정글러 교체 기용을 통해 상대의 밴픽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을 정도였다. 1세트 레드 진영에서 배성웅을 기용했고, 2세트 블루 진영으로 넘어가면서 강선구를 출전시켜 밴픽을 한 번 꼬았다. 그리고 3세트 레드 진영에서 강선구를 보여준 이후 다시 블루 진영으로 돌아온 4세트에서 배성웅을 꺼냈다.
 


배성웅의 출전은 상대 밴픽을 흔든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SKT는 롤드컵 마지막 세트가 될 수 있던 중요한 경기에서 베테랑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강선구가 못한 경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고릴라' 강범현의 미스 포츈 서포터에 팀이 흔들렸고, 이를 운영으로 극복해야 하기에 배성웅의 경험이 필요했다.

1세트에서 SKT가 먼저 승리했다. '피넛' 한왕호가 롤드컵 상위 라운드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정글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갱킹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SKT가 스노우 볼을 굴리기 시작했고, 배성웅과 이상혁의 콤비 플레이로 이서행을 압박한 끝에 미드 1차 타워를 파괴하며 더 급해진 한왕호가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 잡히며 승부가 순식간에 기울었다.

ROX도 만만찮았다. 더이상 밴픽에서 새로운 카드가 없을 거라는 내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강범현이 미스 포츈 서포터를 꺼낸 것. 1주의 시간에 ROX는 해결책을 찾았다. 서포터형 딜러인 애쉬를 서포팅하기에 미스 포츈은 최적화된 챔피언이었다. 그동안 바텀 대세 픽이었던 자이라와 카르마 모두를 라인전에서 압박하기 좋은 픽이 미스 포츈이었다. 바텀 라인전에서 '울프' 이재완과 SKT를 무너뜨린 ROX는 2세트와 3세트를 모두 따냈다.
 


세트 스코어 2대 1. 새로운 카드를 찾아낸 ROX는 결승을 눈앞에 뒀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SKT는 4강에서 이번 롤드컵을 마칠 거 같았다. 그리고 4세트에서 배성웅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니달리가 풀렸고, SKT는 니달리를 가져갔다. 배성웅이 니달리를 잘해서 가져간 게 아니라, 한왕호가 니달리를 잡으면 SKT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정균 코치의 실수였다. 그리고 이 실수는 배성웅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4세트는 왜 SKT가 대단한, 그리고 전설적인 팀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줬다. 배성웅은 니달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내가 쓰면 그저 그런 카드지만, 상대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챔피언이 니달리다. 어쩔 수 없이 니달리를 해야 했다. 그리고 SKT의 나머지 선수들은 니달리가 성장할 때까지 최대한 버텼다. 니달리가 성장하지 못하면 뒤가 없었다. ROX 역시 이 부분을 간파하고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를 미친듯이 몰아쳤다. 하지만 결국 니달리가 성장하며 SKT가 4세트를 가져갔다.
 


그리고 분위기는 반전됐다. SKT는 추격에 성공하며 기세가 올랐고, ROX는 그동안 중요한 무대에서 SKT에 당한 악몽이 살아났다. 그리고 이는 결국 5세트 ROX의 경기력을 흔들었다. 한왕호가 선취점은 얻었지만 안일한 플레이에서 비롯된 실수를 연발했다. 반면 SKT는 이상혁과 배성웅이 맵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SKT의 조합은 유리할 때 더욱 강력한 조합이었다. 오리아나와 나미의 찌르기에 이어 리 신과 뽀삐가 진영을 흔들자 계속 강범현의 자이라가 잡혔고, 제이스 하나만으로는 상대 찌르기를 버틸 수 없던 ROX는 무너졌다.

ROX가 못한 경기가 아니었다. 이날 ROX는 13년도나 15년도 SKT가 와도 이기기 힘든 팀이었다. 모든 스포츠가 결승에서는 슈퍼 플레이보다 실수 없는 플레이가 중요하다. 16년도 SKT는 시즌 내내 불안했지만 큰 무대 결승에 오르는 팀의 조건을 채웠다. 결승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경기로도 SKT는 위대하다는 단어에 전혀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였다.
 



■ 예상대로의 H2K, 실수를 극복한 삼성 - 이들의 또다른 위대함

올 시즌 리그 오브 e스포츠 무대에서 가장 큰 이번은 삼성의 두 번째 롤드컵 결승 진출이다. 강등권을 겨우 벗어난 성적으로 2016 시즌을 시작한 삼성은 스프링 시즌 아쉽게 포스트 시즌을 놓쳤다. 그리고 서머 시즌 또다시 성장한 모습을 보인 삼성은 롤드컵 진출전에서 상대전적 0대 19의 벽을 무너뜨리고 또다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삼성이 롤드컵 16강에서 2위 아니면 3위 정도의 성적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에서는 2위였지만, 그외 지역에서는 거의 3위로 16강에서 탈락할 거로 평가받았다. 결과는 조 1위 8강 진출이었다. 희생양은 북미의 맹주였던 TSM이었다.

C9를 넘은 삼성은 4강에서 H2K를 만났다. 상대는 롤드컵 마지막 비한국팀인 H2K. H2K 역시 삼성과 마찬가지로 저평가됐지만, EDG를 넘어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이변의 주인공이었던 ANX도 쉽게 격파하며 H2K는 4강까지 진출했다.
 


세트 스코어는 3대 0이었지만 결코 삼성에 만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1세트와 2세트 초반에는 H2K가 유리했다. 특히 1세트는 H2K가 많이 유리했다. 하지만 상대는 운영에 특화된 삼성이었다.

삼성은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하나를 내주면 무조건 하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후반으로 가며 자신들이 얻은 이득만큼 상대에게 내주지 않는다. 상대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격차를 허용하고, 이 격차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승부를 가릴 교전 직전이다. H2K는 이러한 삼성의 운영에 그대로 말려 들어갔다. 이어 H2K는 마지막 3세트에서 완전히 무너지며 이번 롤드컵 여정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이날 '엠비션' 강찬용은 과감하게 라인 미니언을 가져가며 성장에서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팀의 오더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판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자기가 한다. 그리고 그 플레이를 온전히 자신의 성장력으로 바꾼다. 그리고 경기를 지배하는 정글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강찬용은 캐리력이 부족한 라인이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기를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힘을 받은 선수가 바로 '큐베' 이성진이다.
 


2016시즌 시작만 하더라도 존재감 없던 이성진은 이번 롤드컵으로 세계 최고의 탑 라이너로 성장했다. 단순 경기력으로도 결승 상대인 SKT 탑 라이너 '듀크' 이호성을 넘었다는 느낌이다. 이성진은 침착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잘 빠져나간다. 그동안 팀의 지원 없이 탑에서 혼자 묵묵히 버틴 결과가 롤드컵에서 나온 거다. 여기에 팀이 탑을 지원하자 엄청난 존재감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다.

'크라운' 이민호 역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모습을 보였다. CS도 놓치지 않으며, 공격적인 모습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대를 밀어붙였다. 지금 이상혁과 가장 닮은 스타일의 미드 라이너가 이민호다. 이민호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이상혁에게 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미드 라이너가 있다면 이민호 하나다. 역시 라인전에서 밀리지 않는 삼성 봇 듀오와 함께 삼성은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삼성 역시 위대한 모습을 보인 팀이다. SKT가 최고의 자리를 어떻게든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면, 삼성은 주위의 부정적인 평가를 모두 깨고 계속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SKT 앞에 설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남았다. 위대한 두 팀의 대결, 이번 롤드컵 결승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공식 플리커
글=강형우 스포티비 게임즈 해설
정리=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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