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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인터뷰]CJ 김준호에게 물어본 여섯 가지 ‘키워드’

김성표2015-10-29 00:12

 
김준호(CJ)는 2015년 한 해를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10개월 동안 이어진 프로리그에서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스타2 스타리그 1~3시즌, GSL 1~3시즌, IEM 3회, KeSPA컵 2회까지 정말 많은 대회를 소화했다.
 
김준호가 이렇게 많은 대회를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그의 실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김준호는 도저히 ‘투명’으로 부르기 힘들 만큼의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올해에만 2회 우승, 3회 4강 진출, 3회 8강 진출 등을 이뤄냈다. 특히 스타2 스타리그를 통해 그토록 바라던 WCS 1티어 우승을 이뤄내면서 본격적인 ‘투명 탈출’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제 김준호는 또 다른 꿈, WCS 글로벌 파이널 우승을 노리고 있다. 대회 참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김준호를 만나 그를 둘러싼 여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하나, ‘5회 우승’
 
“우승복은 많은 것 같은데, (김)유진이가 한 번 가져간 것만큼도 못 벌었어요(웃음). 그래서 복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가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강해지는 것 같아요. 단기 대회인 IEM에서 3번 우승한 것도 그런 영향을 받았죠. 또 외국에서 경기하면 팬들의 함성이 엄청나게 큰데, 그런 상황에서 경기를 계속하면 제 몸이 달아오르면서 경기력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단기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현장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야 해요. 옛날에는 그게 힘들었는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이제는 잘하게 됐어요.
 
가장 힘들었던 우승이요? 얼마 전에 있었던 스타2 스타리그가 가장 힘들었어요. (한)지원이는 평소 연습 때도 이기기 힘든 상대였고, 빈틈이 없는 선수라 경기 준비가 정말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결승 당일에 엄청나게 많이 긴장했어요. 사람들이 더 많았던 해외 대회 때보다 더 떨리더라고요. 국내에서는 그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많이 긴장됐던 것 같아요. 정말 살면서 가장 많이 떨었던 날이에요. 스타2 스타리그가 1티어 대회인데, 예전부터 우승하려고 애썼는데 매번 안 되던 것을 이뤄내서 가장 기뻤어요.
 
우승 인터뷰에서 ‘연습’의 중요성을 얘기했는데요. 제 좌우명이 ‘하면 된다’예요. 그런데 예전에는 ‘되겠지’라고 생각만 하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스타2 스타리그 결승을 치르면서 진짜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마음을 단단히 하고 제대로 준비하면 긴장감조차 깰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리고 경기를 준비하는 방법도 깨달았어요. 원래는 제가 노리는 세트만 확실히 준비하고 나머지는 기본기로 하자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한 세트, 한 세트 다 준비하는 식으로 하면 더 준비가 잘 되고 ‘멘탈’이 흔들리는 일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힘이 들어도 조금이라도 모든 세트를 확실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안 거죠.”
 
 
둘, ‘프로리그 2015시즌’
 
“일단 절대 만족스러운 시즌이 아니었어요. 결승은 무조건 갔어야 했어요. 통합 결승에 올라가지 못해서 만족스럽지 않아요. 다승왕을 수상하러 결승전에 갔는데, 현장 분위기를 보니까 더 아쉽더라고요. 팬들도 많이 왔고, 장소도 좋아 보였어요.
 
저희 팀이 결승에 가지 못한 것은 제가 제 몫을 다 못한 것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제가 에이스잖아요. 에이스가 잘해야 팀이 분위기를 타는데, 제가 잘하지 못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이 아쉬워요. 정규시즌 때는 다승왕도 하면서 잘했는데,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러지 못했어요.
 
사실 개인리그에서는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프로리그는 모두 같이 한 길로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저 한 사람의 몫이 크게 느껴지고, 거기서 부담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런 느낌은 저만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프로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면 다 짊어져야 하는 부담감인데, 결국은 누가 잘 이겨내느냐에 따라서 성적이 결정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 프로리그는 없어져서는 안 될 리그이고,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예요.”
 

<관측선으로 확인한 김준호(이미지 출처=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셋, ‘김투명’
 
“(관측선 플래시 영상을 보여주자)딱 봤을 때 정성이 느껴지네요. 시간은 꽤 많이 투자하신 것 같은데, 만드신 분께 감사드려요. 제 이미지에 맞게 잘 만드신 것 같아요. 재미있네요. 이 분은 꼭 이런 특기를 살리는 쪽으로 진로를 정하셨으면 좋겠어요.
 
‘김투명’이란 별명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데, 결론만 내리라고 하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제게 관심을 주시는 거잖아요. (스타2 스타리그 결승전 현장에 비행선을 띄웠는데 다들 김준호를 위한 ‘관측선’이라고 하더라)저도 그날 승자 인터뷰 때 관측선 드립을 하려고 했어요(웃음).
 
어쨌든 그런 식으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와서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이제는 제가 투명이 아닌데도 재미있어서 투명이라고 부르는 것 같긴 해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투명이라는 말이 입 밖에 못 나오게, 투명이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만큼 잘하면 사라질 것 같아요(웃음). 이미 마음을 놓았기 때문에 그냥 흐뭇하게 보고 있어요.”
 
 
넷, ‘2015년’
 
“프로게이머로서는 최고의 해였어요. 1티어 우승도 했고, 다승왕도 했으니까요. 24세 김준호로서는 그냥 늙어 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얼굴도 늙어가고, 몸도 늙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시력도 안 좋아져서 몸이 옛날 같지 않아요. 더 늙기 전에 빨리 잘해야 한다는 것은 느꼈어요(웃음). 또 하나의 원동력으로 삼으려고요(웃음).
 
올해 가장 아쉬운 것은 프로리그에서 팀적으로 원하던 성적이 나오지 않은 거예요. 진짜 결승에 갔어야 했는데, 그게 천추의 한이에요. 개인리그는 못해도 아쉽거나 화가 많이 나지 않는데, 프로리그는 정말 오래가요. 지금도 그날 경기가 생각날 정도예요. 통합 PO 2차전에서 유진이 상대로 정석으로 할 걸 후회해요. 24세 김준호로서 아쉬웠던 것은 너무 바빠서 주변 사람을 챙기지 못하고, 건강관리를 잘하지 못한 거예요.”
 
 
다섯, ‘공허의 유산’
 
“첫 느낌은 ‘토스 사기’였는데, 프로토스가 ‘너프’를 계속 당하다 보니까 이제는 저그가 완전히 사기예요. 종족 변경이요? 생각하기도 했는데, 아마 실제로 바꾸지는 않을 거예요. 위험이 너무 크거든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팀적으로도 타격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저그에서 프로토스로 바꿀 때는 스타1을 하다가 처음으로 스타2를 하는 것이라서 바꿀 수 있었는데, 지금은 힘들어요.
 
공허의 유산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게임이 손에 잘 맞았고, 멀티태스킹이 좋아야 할 것 같은데 그 부분에 자신이 있거든요. 지금 상태에서는 저그 유닛 중에 가시지옥(럴커)랑 바퀴에서 변신하는 궤멸충이 너무 강해요. 저그가 초중반에 다 막을 수 있어서 쉽게 배를 불릴 수 있고, 여러모로 월등해졌어요. 제 생각엔 가시지옥이랑 궤멸충 모두 패치해야 할 것 같아요. 가시 지옥은 사거리가 긴데 공격력도 강하고, 궤멸충은 스킬 공격력이 무서워요.”


여섯, ‘WCS
 
지난 대회에서 아쉬웠던 것이 컴퓨터 문제가 정말 많았어요. 중간에 계속 꺼지고, 30분 동안 부스에 가만히 앉아 있기도 했어요. 게임 외적으로 불편한 것들이 많았는데 일찍 떨어지기까지 해서 아쉬웠어요. 이번에는 그런 일들이 없어서 제가 가진 것을 모두 다 보여주고 싶어요.
 
스타2 스타리그 우승 이후에 WCS 글로벌 파이널 우승이 새로운 목표이자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열심히 달릴 생각이에요. 현재로써는 저를 달리게 하는 채찍이고, 나중에 목표를 이루면 당근이 될 것 같아요. 1차 목표부터 우승을 잡고 있어요. 자신감은 없으면서 목표는 우승이라고 하기가 그렇기도 한데, 목표는 크게 잡는 것이 좋잖아요.
 
출전한 선수들이 다 신경 쓰여요. 자신감이 떨어져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요즘 연습을 많이 하기가 힘들어요. 다른 공허의 유산을 준비해서 래더 연습도 하기 힘들어요. 현장에 가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늙어간다는 푸념과 달리 얼굴은 아직 앳되지만, 분명히 프로게이머로서 크게 성장한 느낌이 전해졌다. 과연 세계 최고의 스타2 챔피언을 가리는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도 김준호가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올해 더 신나서 잘할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이었어요.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니 내년에도 올해만큼이라도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경기에서 졌을 때 팬들은 만나면 위로가 되고, 이겼을 때는 기쁨을 나눠서 2배 더 행복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군단의 심장으로 하는 마지막 대회인 WCS 글로벌 파이널이 남았는데요. 기대해 달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네요.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 얻도록 노력할게요.
 
김성표 기자 jugi07@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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